저는 이번 설계에서 먼저 한국 공동주택의 특징을 살펴보며 그 한계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거의 모든 경우, 한국의 공동주택은 편복도, 판상형, 탑상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는 한정된 토지에 효율적으로 유닛을 배치하기 위한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유닛이 과연 정답인 것일까요?
한 방향 혹은 두 방향으로 고정된 뷰와 단조로운 평면과 단면, 쉽지 않은 자연환기, 단절된 이웃들간의 교류 등은 어쩌면, 효율과 비용만을 따지는 시장원리 속에서 나온 결과물은 아닐까요? 저는 이러한 유닛 대신,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특징을 가진 유닛을 개발하고자 하였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한국의 공동 주택의 경우 보통 한 방향 혹은 두 방향의 뷰만을 가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이 선호하는 남향 뷰까지 고려하게 된다면, 북향이 되는 유닛들이 생기게 되고, 남향을 위해 멋진 뷰를 포기하게 되거나, 반대로 뷰를 위해 남향을 포기하게 되는 경우도 생기게 됩니다. 저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며, 한 유닛 내에서 모든 방향의 뷰를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유닛을 제안하려 합니다.
이를 위해 먼저, 한 평면 안에서 네 방향의 뷰를 가진 유닛을 생각해보았습니다. 하지만, 대각선에 있는 두 모듈을 하나의 유닛으로 만들게 되면 나머지 두 모듈은 연결이 되지 않고 단절되어 버리는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저는 모듈 간에 높이 차이를 주어 이를 해결하고자 하였습니다. 최종적으로, 8개의 모듈로 이루어진 큐브에서 반대되는 꼭짓점에 위치한 두 모듈이 하나의 유닛이 됩니다. 이 유닛은 결합되는 방식에 따라, 기존의 큐브와 같은 형태가 되거나, 가운데가 뚫리는 정십자가 형태가 되기도 합니다. 저는 결합 방식이 다른 두 클러스터로 각각 유닛을 발전시켰습니다.
유닛이 정해진 이후 중요하게 고민했던 부분은 wet zone을 포함한, servant 스페이스의 배치입니다. 전형적인 한국 공동주택 유닛을 용도 별로 분해하여 wet zone, 복도 등의 servant 스페이스를 클러스터의 중심으로 몰아서 배치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유닛 내부에서는 창쪽으로 막히는 공간 없이 다양한 뷰를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유닛에서 사용자는 자신의 생활 방식에 맞추어 원하는 뷰를 가진 위치에 원하는 대로 방을 구분하여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가운데가 뚫리는 정십자가 형태의 클러스터에서 발전된 유닛의 평면입니다. 가운데 부분에 동 전체의 코어가 들어가게 되며, 이 공간이 전체 슬라브로 막히는 것이 아니라, 오픈된 공간 속 복도를 통해 각 유닛을 연결하게 됩니다. 복도와 복도가 만나는 이 공간은 기준층 1층에서는 각 유닛으로 들어가는 공용 복도의 역할을 하게 되고, 기준층 2층에서는 네 유닛의 사용자들만이 이용할 수 있는 common 공간, “작은 station” 이 됩니다.
이 공간에서 각 유닛의 사용자들은 원할 때 만남을 가지며 이야기를 나누고, 간단한 식교제를 하며 머물 수 있는 직접적인 교류를 가지게 됩니다. 이는 저희의 마스터플랜에서 5분 도시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던, Station이 Unit까지 연장된 개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유닛은 기존의 큐브와 같은 형태를 가지는 클러스터에서 발전되었습니다. 여기에서는 1층과 2층의 모듈 간의 연결이 풀어내야할 과제였습니다. 다른 유닛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층간 이동을 할 수 있는 확실한 층고를 가진 유닛으로 풀어내기 위해, 저는 큐브 내부에 이동을 위한 새로운 코어를 배치했습니다. 이 코어는 한 유닛 안에서 층간 이동을 하기 위한 코어입니다. 기준층 평면에서 보시면 알 수 있듯, 동 전체가 사용하는 코어는 외부에 위치해 있습니다. 클러스터 내부에는 한 유닛 안에서 층을 이동하는 계단들이 위치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유닛 내의 계단만을 위한 코어는, 한 클러스터 내에서 지금까지의 공동주택에서 볼 수 없었던 공간을 만들어냅니다.
수직적으로 뚫려있는 이 공간은 빛이 머무르는 “빛 station”의 역할을 하며 각 계단에 자연스럽게 빛을 흘려보내게 됩니다. 앞서 살펴본 첫번째 클러스터는 동 코어는 내부, 유닛 코어는 외부에 위치하며 직접적인 교류가 이루어지는 외향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두번째 클러스터는 동 전체 코어는 외부에, 유닛 코어는 내부에 위치하며, 하나의 유닛 내부에서 다른 유닛과 시선의 교류와 같은 간접적인 교류가 일어나는 내향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 가지 유형의 동 모두 내부에 오픈된 공간이 생기게 됩니다. 이는 시각적 교류, 개방감을 줄 뿐 만 아니라, 자연 채광이 가능하며, 밀도 차이를 이용한 자연 환기를 용이하게 하는 환경친화적 구조가 됩니다.
두 유형의 동을 사이트 플랜에 배치한 모습입니다. 경사가 있는 지형이었기에 성토와 절토를 적절히 이용해 땅을 다듬었고, 이후 일부는 포디움 위에 동을 배치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두개의 축을 가지며 동이 배치됩니다.
사방의 뷰를 모두 아우르는 새로운 유닛, “사방의 집”은, 사이트가 가지고 있는 배봉산의 아름다운 자연과 도시의 풍경, 남향의 뷰를 한 집에서 모두 누릴 수 있게 합니다. 또한, 현관문 앞 공간을 제외하면 이웃과 완전히 단절되어 버리던 기존의 공동주택의 유닛과 달리, 작은 station과 빛 station에서 일어나는 다른 유닛과의 교류를 통해 단절되어 가는 이웃과의 관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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