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프로젝트의 사이트와 건물은 마로니에 공원, 그리고 예술가의집이다.
혜화 마로니에 공원과 가까이 있는 타 건물들과 달리, '예술가의집'의 진입로는 공원과 가깝지 않고, 2층으로 진입해야 하기 때문에 접근성이 떨어지고 소외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역사적인 상징이자 권위적인 장치 중 하나였던 건물 정면의 포치와 계단을 덜어내고, 사용자로 하여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건물에 진입할 수 있도록, 내부인지 외부인지 모호한 경계에 있는 통로를 통해 자연스러운 접근과 연결을 유도할 수 있는 십자형 통로를 삽입하였다.
'예술가의집'의 상층부 혹은 중층부는 아치형의 창들이 남아있다. 다만 외부에서 그 형태만 남아 있을 뿐, 내부에서 보면 가벽으로 막혀 있어 창의 기능을 하지 못하는 부분도 발견할 수 있었다. 창의 기능을 하지 않음에도 남기려고 했던 '아치'를 통로에도 끌어들임으로써 아치가 더 이상 장식의 역할이 아닌, 공간 구성의 일부분이 될 수 있도록 하였다. 정면과 배면의 통로는 기존에 존재하던 포치의 위치에, 좌우측의 통로는 기존에 존재하던 건물 배면의 위치에 배치하여 건물과 도시를 연결하고, 사용자들이 건물 사이사이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하였다. 아치의 리듬은 공간의 연속성을 만들어냄과 동시에 내부 프로그램들을 연결하며, 때로는 이어지고, 때로는 공간에 대한 경험에 변화를 준다.
혜화는 연극이나 설치 미술 등 실험적 예술 활동이 특히 활발한 곳이다. 단순한 예술적 표현의 결과가 아닌, 그 과정을 포착하는 장소로서 문화적 의미를 지닌다. 이러한 지역적 특성을 반영하여 새로운 프로그램인 MAA에는 실제로 접하기 어려운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건축 작품들을 전시하거나, 가상의 건축적 개념을 입체적 시각화를 통해 제시한다. 가상의 건축을 전시하는 공간은 보다 자유로운 공간으로, 일반적으로 접하기 쉬운 실존 건축을 전시하는 공간은 단조로운 공간으로 구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