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궁의 동쪽.통치와 교육이 시작되던 경계의 공간.이곳은 일제강점기의 제국 교육시설을 거쳐, 전후의 재편과 민주화 운동의 현장을 지나, 오늘날‘예술가의 집’이 되었습니다. 외래의 질서와 한국 고유의 흔적이 켜켜이 축적된 이곳은, 물리적·기억적 지층이 공존하는 복합적인 장소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제, 그 위에 남겨진 건물들을 마주합니다.
그것은 과연 기억을 기록하고 있는가,
혹은 기억에 머물러 있는가 —
우리는 그 존재 방식 자체를 다시 묻게 됩니다.
벽돌은 단지 물리적 구조체가 아니라, 시간을 머금은 기억의 입자로 작용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그 벽돌 하나하나에 담긴 시대의 흔적과 층위를 재료를 통해 드러냅니다.
좌측 이미지에서 벽돌을 하나씩 ‘제거’하는 행위는 단순한 철거가 아니라 기억을 벗기는 의식적인 제스처입니다.
벽의 표면은 곧 '시간의 아카이브'이며, 그 속을 파고드는 작업과 확장되는 영역으로서 공간이 구성됩니다.
예술가의 집은 시대에 따라 많은 기능이 바뀌면서 입면의 탈락, 훼손을 복원하는 입면에 대한 존중의 제스쳐가 있었으며 내부에는 그와 반대로 개구부에 판 덧데기, 적재물 보관 장소로 사용하는 등 건물에 대한 존중이 없는 외내부가 전혀 다른 입면의 양면성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시간의 흔적들이 벽, 바닥, 담장에 남아있었고 그것들은 a로 분류되는 하드웨어의 손상, c로 분류되는 소프트웨어의 손상 마지막으로 b로 분류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손상으로 약한지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90년간 외관을 유지해온 근대건축물의 리모델링 과정을 통해,
기능과 형태의 불일치, 그리고 무조건적 보존이 야기한 건축적 불합리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합니다.
외부는 창을 유지하고 있으나 내부는 벽으로 막혀 있으며,
시간에 따라 반복적으로 수리되거나 덧붙여진 부분들은
결국 ‘약한 지점’으로서 건축의 생애주기로 바라보고 탈피의 시작이 됩니다.
이 프로젝트는 건축적 탈피를 단순한 제거가 아닌, 성장과 새로운 공간 경험의 출발점으로 바라봅니다.
'기억의 외피’를 존중하면서도, 내부에서부터 침식되고 증식되는 방식으로 새로운 생명력을 지닌 공간을 구축하는 방법론을 제안합니다.
이는 보존과 창조, 해체와 진화를 포괄하는 건축적 생명체로서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기존의 예술가의집은 비일상적 시스템으로 특정집단에게만 열려 있었습니다. 전면에 마로니에 공원과 후면의 방송통신대학으로 이어지는 도시적 맥락에서의 장벽과도 같은 존재로서도 말이죠.
이제 예술가의집은 일상적 시스템의 전환이 일어납니다. 약한지점은 덜어내고 옮겨집니다. 건물 내부로는 새로운 이동공간이 생기고 옮겨진 매스는 새로운 환경에서 다시금 생명력을 얻습니다.
일방향적인 소통을 양방향의 소통으로 바꾸고, 기계적이었던 보존을 자연적 보존으로 바꾸고 전시의 대상이 되었던 건물을 전시의 주체로 기능하는 건물로 바꾸고자합니다.
캡스톤건축설계3 Capstone Architectural Design Studio A Wonjun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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