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ngsan Quilted Promenade : 문화와 자연으로 누비는 도시 산책로
공백의 재해석 : 도심 속 공백에 대한 건축적 실험
“지금 공원을 만들지 않으면 100년 후 이만한 정신병원이 필요할 것”이라는 말로 회자되는 뉴욕의 센트럴 파크처럼 도시가 형성된 이후, 많은 건축가들은 도심 속에서 ‘공백’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이는 단순한 여백이 아니라, 기능적으로 치밀하게 계획된 도시 구조 속에서 사람들의 다양한 활동을 수용하고, 현대인들에게는 쉼과 회복, 성찰과 저항의 기회를 제공하는 공간으로서 그 의미가 있다.
그러나 도심의 공백이 단지 비워져 있기만 해도 충분할까? 오히려 다양한 경험과 행위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공백 안에 공간적 조건이 갖추어져야 하지 않을까?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하여, 단순히 비워져 있는 데 그치는 공백이 아니라, 본래의 의미와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도록 돕는 건축적 개입의 가능성을 고민하였다.
건축적 개입은 공백을 단순히 ‘채우는’ 것이 아닌 공백의 본질을 확장하고, 신선하고 다채로운 경험의 장으로 변모시키는 것. 즉, 물리적 구조물을 통해 보행 흐름을 다양화하고, 중첩된 공간 경험을 제공하며, 개인의 정서적·사회적 창발을 유도하는 것이 그 핵심일 것이다.
대상지는 서울 용산역 앞의 두 개의 공원 부지로, 총 면적은 약 24,000㎡이며 한강대로를 기준으로 두 블록으로 나뉘어 있다. 이 지역은 최근 10여 년 간 국제업무지구 조성과 도시정비형 재개발을 통해 군사 중심지에서 업무, 주거, 문화, 상업 기능이 복합된 공간으로 급격히 변화해왔다. 현재 이 부지는 용산역 일대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녹지 공간이자, 향후 조성될 용산공원과 국제업무지구를 연결하는 동서 방향의 축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공원은 왕복 12차선에 달하는 36미터 폭의 한강대로와 주변 순환도로, 고층 건물들에 의해 물리적·시각적으로 단절되어 있으며, 결과적으로 평면적인, 목가적인 공백으로만 기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본 프로젝트는 블록 간의 단절을 해소할 수 있는 입체적 보행 동선을 도입하고, 기존의 녹지축은 유지하되 그 하부 공간을 활용하여 도서관, 전시실 등 다양한 문화시설을 배치하는 전략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보행-문화-녹지’로 이어지는 상호작용적인 도시 공간 체계를 구축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개념은 전체 3개 블록을 아우르는 마스터플랜을 바탕으로 전개되며, 특히 후면부에 이루어지는 건축적 개입을 통해 그 구체성이 드러난다.
도시 속 공백은 단순히 비워진 곳이 아니라, 머무르고 경험하며 스스로 의미를 생성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본 프로젝트는 ‘공백’이라는 이름의 가능성을 건축적 언어로 재해석하고 확장하고자 한 실험적 시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