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개인적으로 나에게 기술 발전을 통한 메타버스 공간에서 오프라인의 모든 활동이나 감각이 실질적으로 가능하게 되는 것은 중요치 않다. 모니터 너머의 Other Universe가 매력적이거나 실용적인 공간으로 남아있기 위해서는 한정된 움직임이나 감각으로 경험을 충족시키거나 공감각을 불러일으켜 뇌를 속일 수 있는 정보를 전달하는 방법이 필요하고 방식은 각 플랫폼에 따라 다양하다 생각한다.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세상 안에서 하는 많은 활동들은 이미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익숙한 장면이 연출되는 경우들이 있다. 어떤 행동 규범이나 규칙이 암묵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용인되는지, 아니면 맵메이커의 입장에서 어디까지 규칙을 정해서 참여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지 탐구해보았다.
(Spatial_Curio's Immersive Hangout)
메타포트 실험
메타버스 공간 중에서 가장 현실 공간과 유사하며 우리가 많이 접해본 공간이다. 현실 공간을 소개하거나 전시장으로서 활용도가 높기 때문이다. 공간을 구축하는 방법은 단순하고 난이도에 비해 퀄리티가 매우 높다.
그 공간안에서 이루어지는 할동을 보면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참여자들은 ‘보는’것을 주로 한다. 이미 구축된 공간을 보거나 전시를 보거나. 그 외 참여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지만, 건축과 특성상 공간 구축 관련해서 공동 작업이 많기 때문에 우리들에게는 활용도가 높을지 모르겠다.
매타포트에서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기능 중 메타태그나 메시지라는 기능을 사용해서 할 수 있는 경험을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해보았다. 설치하는 위치/색깔 등의 조절로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어떤 것인지 직관적이고 빠르게 포인트를 잡을 수 있고, 동시간에 접속해서 아바타가 돌아다니거나 같이 접속해 있다는 어떤 단서를 잡을 수는 없지만 나만의 공간이 아닌 함께 발전시켜 나갈 프로젝트의 공간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프라인 온라인 구분없이 일방의 정보/감정의 전달이 아닌 주고받는 상호작용이 있어야 공간과 시간이 유효하고 경험이 축적돼 의미가 생성된다. 매타포트에서 방문자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능들을 제공할 수 있으면 더욱 좋겠다. 발자취를 남기거나 누군가 접속중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좋겠다.
3. Riview 실험
3.1 기획단계
우리의 실험 목표는 여러플랫폼에서 이루어진 각 팀의 실험 및 발표자료를 가상의 공간에서 하나로 모아 캡스톤건축설계 황지은 스튜디오 최종 발표를 할 수 있는 장소를 제안, 기획 및 총괄 연출을 맡는 것이다. 따라서 실험 대상은 각 팀 발표자, 오프라인 공간 방문 리뷰어, 온라인 공간 방문 리뷰어가 된다. 하나의 메타버스 공간을 만들어서 오픈하지만 대상자들은 불특정해서 아무런 행위도 일어나지 않는 그런 공간을 지양하는 우리 수업의 목표를 분명하게 충족시킨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
수업의 주제가 메타버스 공간이었던 만큼 스페이셜이라는 플랫폼에서 발표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의도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고, 실제 공간을 기반으로 만든 공간인만큼 현실성과 장소성이 부각되어 발표자들에게도 친숙함을 주어서 발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했다. 이 공간이 익숙치 않은 사람들은 차이를 잘 못 느낄 수 있으나 발표자들은 오큘러스를 활용하여 공간에 대한 높은 몰입도를 느끼고 있을거라 생각한다.
3.2 전체 발표 당일
리뷰 발표 셋팅을 위한 가장 큰 이슈는 음향 문제였다. 기획 당시 세 공간을 전체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에 발표자/각 공간 리뷰어에 위계를 두지 않았고, 전체를 아우르는 셋팅이기에 문제를 겪었다.
오큘러스 기기의 대수가 정해져있어 모든 사람들이 쓸 수 없어 스페이셜이라는 플랫폼을 오롯이 경험할 수 있었던 참석자는 발표자 혹은 멘토와 적은 수의 오프라인 방문 리뷰어였고, 오프라인 리뷰어 중 일부는 기기 착용을 처음하거나 착용을 꾸준히 하지 못해 발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못했다.
테크니컬한 이슈 외에 발표자들은 오큘러스를 쓰고 발표했지만 미리 취합된 발표 자료를 넘기는 형식으로, 오프라인과 크게 다르지 않게 발표한 팀들이 많다. 아이템이나 동영상을 공간 안에 실행해서 온라인 공간이라는 점을 활용한 팀들도 있지만, 전시의 방법이나 기획되는 방법은 오프라인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기획단계에서 원활한 진행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메타버스 플랫폼의 특징/강점을 더 살리지 못한 것이 아쉬운 점이다.
3.3 후기
대상자들을 분류한 방식은 두 가지이다. 멘토/기획자/발표자/리뷰어 라는 역할로 나뉘거나 스페이셜 리뷰룸/ 오프라인 리뷰룸/ 온라인 스트리밍 이라는 방문하는 공간에 따라 나누었다. 하지만 우리의 실험에 대한 후기는 스페이셜 공간에서의 경험이라는 큰 틀안에서 모두 같은 경험을 공유하므로 한가지 설문지로 참여자들의 후기를 모아보았다.
먼저 발표자들의 발표는 ‘2.2 전체 발표 당일’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오프라인의 발표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팀들은 공간을 경험하는데 소리가 안들리거나 발표 자료 조작 등의 기술적인 문제를 겪은 점에 집중했다. 필요한 아이템(휠체어나 3D 파일 등)을 불러 온 것에 대해는 발표자들도 리뷰어들에게도 가상공간의 이점을 살린 발표 방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스페이셜 공간안에서 팔이 뒤로 꺾여있거나 청중을 바라보고 있지 않더라도 움직임이 익숙치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하지 않아도 크게 신경쓰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미리 발표자들에게 익숙한 조작법을 숙지시키지 못해 아쉬운 점도 있지만, 우리도 적응 단계라는 모습이 보이는 모습이었다.
마무리를 생각해보면 어떤 발표에서나 그렇듯 흥미롭지만 아쉬운 점도 많이 남는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메타버스 공간이 좀 더 대중화되고 혹은 필수적으로 참여해야하는 다양한 이벤트가 생긴다면 자연스러운 흐름을 통해 더 많은 온라인 규범이 생길것으로 예상된다. 플랫폼의 기능은 제각기이지만, 그 안에 있는 기능도 많이 활용될 것이다. 만약 우리가 이번 실험에서 스티커 메모를 붙여 리뷰에 참여하거나 아이템을 추가해 감정을 드러내는 방법을 더 적극적으로 추천했다면 한번 발표가 끝나고 사라지는 공간이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기록 데이터가 쌓여 또 방문하는 의미가 생기는 공간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또 이런 이벤트를 기획할 것이냐라는 물음이 있다면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찾아야겠지만, 우리의 실험 뿐만이 아닌 다른 팀의 프로젝트만 봐도 메타버스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고, 우리는 그 공간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에게 메타버스란?
실제 공간에 방문자가 없다면 짧은 시간이 기능을 잃어 공간이 사라지듯이, 메타버스 공간에도 특정한 목적이 없어 링크만 남아있다면, 유령 공간으로 사라질것이다. 의미가 가벼워지면 그 안은 자유로운 듯하지만 오히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메타버스 공간은 컨텐츠도 중요하지만 어떤 행위에 목적을 두고 있는 공간인지 더 명확한 지침이 있어야 그 후로 활동들이 일어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없어지게 될 공간이 확실하다면 도면이나 사진으로 남는 건축물과 다르게 어떤 식으로 기록을 남길 수 있을지도 고민해볼 만한 포인트가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