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의 하위 분류 중 하나인 미러월드, 혹은 디지털 트윈은 현실의 공간을 그대로 디지털화 시킨 가상 공간을 말한다.
이러한 형식의 메타 스페이스는 현재 카카오맵의 로드뷰 서비스, 미술관의 온라인 VR 전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시각적인 정보전달과 공간의 아카이빙에 있어 효과적인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정교하게 만들어진 3D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좁은 모니터를 통한 공간 체험으로는 관람자로 하여금 단순 정보전달을 넘어 현실과 유사한 공간감을 느끼게 하기에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물론 VR고글 등 다양한 보조기기를 통해 이러한 한계를 어느정도 극복할 수 있지만, 기기 자체에 대한 접근성이 높지 않으며, 기기를 착용하더라도 여전히 시청각에만 의지하므로 완벽한 감각재현은 어렵다.
우리는 이러한 제한된 환경에서도 메타스페이스에서의 충분한 공간적 경험을 가능케 할 방법을 탐구하고자 하였고, 현실을 그대로 옮긴 디지털 트윈 대신 현실 공간을 기반으로 하지만 왜곡되고 뒤틀어진 과장된 메타공간을 통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공간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실험과 작업을 진행하였다.
다양한 메타버스 서비스 중, 우리는 메타포트(Matterport)를 이용하여 작업을 진행하였다.
메타포트는 사진측량(Photogrammetry)방식의 공간 스캔 서비스로, 이용자가 전용 카메라 또는 스마트폰을 통해 공간을 촬영한 뒤 클라우드 서버로 전송하면, 인공지능(Cortex AI)이 이를 3D모델화 시켜주는 서비스이다.
이러한 사진측량방식의 공간 스캔은 포인트클라우드방식 등의 다른 스캔방식에 비해 비교적 빠르고 저렴하지만 사진의 평면 데이터에만 의존하므로 오류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우리는 이러한 사진측량방식의 특성을 이용하여 알고리즘이 오류를 일으키게 하는 방법에 대한 실험을 진행하였고, 이를 VR Hacking이라 부르기로 하였다.
실험1.
카메라를 통해 실제 공간을 촬영하는 대신, 공간의 360도 파노라마 이미지를 재촬영해 새로운 미러월드를 생성하였다.
해당 방식의 촬영에서는 촬영한 이미지가 포함하는 공간적 요소의 형태에 따라 3D모델링의 정확도가 달라졌다.
예를들어, 광장을 촬영한 경우 기존의 형태를 유추할 수 없는 이미지가 생성되었지만, 같은 야외공간이라도 도로를 촬영한 경우 비교적 정확한 모델링이 생성되었다.
비슷하게 복도, 기둥등의 요소 또한 인식률이 높았다.
실험A-2
재촬영해 만들어진 왜곡된 미러월드를 다시 재촬영하는 방식으로 미러월드를 생성하였다.
재촬영이 진행될수록 본래 형태를 잃고 구형에 가까워지는 모습이 확인되었다.
실험2.
카메라를 고정시켜 한 방향만을 바라보도록 하고 촬영을 진행하였다.
회전하며 반복되는 만화경과 같은 이미지가 생성되었다.
<최종촬영>
촬영은 주요 관람객인 스튜디오 학생들에게 익숙한 공간인 서울시립대학교 캠퍼스에서 진행하였다. 최종 결과물이 충분한 시각적 효과를 발생시키기 위해서는 촬영을 하였을 때 공간이 기존의 모습을 유추할 수 있으면서도, 눈에 띌 정도로 충분한 왜곡이 일어나는 것이 중요하였다.
우리는 스튜디오의 학생들에게 추천받은 15곳을 포함, 30여곳의 잠정적 촬영대상지를 선정하였다. 그리고 이 중 AI가 인식하기 쉬운 요소가 있거나, 왜곡이 일어나기 쉬운 공간적 요소가 있는 곳들을 따로 추려(기둥,복도,거울,복층공간)분류하였고, 각 종류별 한 곳씩을 대상으로 최종 촬영을 진행하였다.
결론
공간의 왜곡을 주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으나 정작 우리가 가장 신경썼던 부분은 공간이 최소한의 기존형태를 유지하도록 조절하여 촬영된 장소를 유추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었고, 결국 관람자가 이곳을 현실의 공간으로 느낄 수 있을만한 최소한의 사실성을 구현하는 것이었다. 이 지점에 대한 리서치가 조금 더 진행이 된다면 이번 프로젝트와 반대로 현실성이 넘치는 미러월드를 만드는 데에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이번 프로젝트 자체는 단순히 공간을 왜곡하는것에서 끝났지만 이러한 왜곡은 단순히 새로운 감각적 경험을 넘어 비정형건축 설계의 형태 결정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는 등 보다 다양한 활용 가능성 또한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