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촌은 일제시대 신사터부터 해방과 한국전쟁 후 실향민들이 모여 이룬 판자촌의 시기를 지나 60년대 70년대의 재개발을 거치면서 형성되었다. 지금의 해방촌오거리를 중심으로 뻗어나가는 가로의 줄기는 판자촌이 형성되는 시기의 거주민들의 보행루트를 따라 자연스럽게 발생하였고, 재개발을 거치며 그 사이사이의 가느다란 골목길들은 모두 정리가 되었지만 오거리에서 뻗은 다섯개의 큰 줄기만은 과거의 모양새를 유지하고 있다. 과거에는 주된 주거그룹이였던 스웨터산업의 노동자들이 상업의 중심지였던 신흥시장 그리고 종교 및 교육의 중심지인 해방교회 등을 거닐며 이 큰 줄기들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기계화의 의한 산업구조의 변화로 더 이상 많은 노동자들이 필요하지 않게 되면서 많은 주거민들이 해방촌을 떠나게 되었고 지금의 거리는 길로서의 길의 의미만 갖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이러한 사이트 조사를 바탕으로 길로서만 존재하는 지금의 오거리 중심의 길 그리고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남아 온 해방교회, 신흥시장, 108계단을 활용해 해방촌에 담긴 역사적 이야기들을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길을 제안해보려 한다. 108계단과 해방교회는 각각 이태원과 후암동으로 이어지는 길목위에 있고 신흥시장은 오거리와 함께 해방촌의 중심에 있다. 이들을 주요거점으로 선을 이어 하나의 큰 길이 만들고 그 길을 따라 해방촌의 담긴 역사를 전시한다. 페이빙을 통해 방문자들을 가이드하고 어느 지점에서는 페이빙이 입체화되며 전시하는 판이 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하나의 큰 흐름속에서 오거리는 시작점이자 종착점이자 경유점으로서 역할을 하고 오거리를 둘러싼 상업시설과 함께 인포메이션과 잠깐의 쉼을 주는 벤치들이 배치된다. 오거리 디자인의 컨셉은 길을 가이드 하는 페이빙이 갈라지고 볼륨화되면서 방문자들의 걷는 흐름을 이어가는 이미지를 형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