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른 건물은 일본의 건축가, 시노하라 카즈오가 설계한 '타니카와씨의 주택'이다. 이 집은 도심에서 살짝 벗어난 일본의 키타카루이자와라는 지역의 경사진 숲 속에 위치해 있다. 이 건물을 처음 볼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 중 하나는 경사이다. 건물 정면 입구의 큼지막한 유리창 너머로 흙바닥의 경사가 보인다. 흙바닥의 경사는 실내에 흙바닥이 있다는 점과 경사가 있다는 점 모두에서 특징적인데, 이런 특징적인 공간이 전체 공간 반절 이상의 큰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이 건물에서 다음으로 눈에 띄는 것은, 지붕 위에 올라갈 수 있을 느낌이 들 정도로 지면에 가까이 내려와 있는 가파른 지붕이다. 건물 내부나 외부 측면에서 관찰하면, 지붕 두 개가 직각으로 만나 지평면과 45도를 이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마치 숲속에 어떤 인공적인 물체나 공간이 있는 듯한 이질적인 인상을 준다.
그리고 흙바닥으로 되어 있는 공간을 지나 내부의 공간에 들어가 보면, 주방과 거실 등이 있는 생활 공간이 나온다. 이 공간은 바닥들은 평평하지만 공간 별로 단차가 있어 이동할 때에 두 칸 정도의 작은 계단을 통해 계속 오르내리며 이동해야 한다는 점이 또한 이 집의 특징 중 하나이다. 생활 공간 2층으로 올라가면 다다미 바닥으로 된 침실이 있고 지붕과 바닥 사이의 삼각형 형태의 농과 지붕 밑의 의자와 책상이 있다.
책상 앞에는 지붕 일부가 꺾여 올라가 생긴 창이 있다. 이 창은 남쪽을 향해 있고, 창과 책상이 바로 연결 되어있는데, 이 공간으로 햇빛이 들어오는 모습을 보면 지붕이 꺾여 올라간 부분에 햇빛이 차단되어 빛이 책상 위에만 들어오고 바닥으로는 거의 들어오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위 이미지는 이 집의 공간을 추상화하여 나타낸 것으로, 색 별로 공간을 구분하고 그 색의 농담에 따라 높이의 변화를 나타낸 것이다. 색깔의 변화가 높이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인데, 따라서 흙바닥 공간에서는 걸을 때마다, 생활 공간 1층에서는 공간을 이동할 때마다 높이의 변화를 느끼고, 2층에서는 높이의 변화를 느끼게 되지 않는다. 이 집의 모폴로지를 보면 '흙바닥공간-생활 공간 1층- 2층'의 선형적인 동선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건물 외부인 숲에서 집의 가장 내부인 2층까지 들어가는 과정을 살펴보면, 이동할 때마다 높이의 변화를 느끼는 숲에서 높이의 변화를 느낄 수 없는 2층, 그리고 그 중간의 공간 영역을 이동할 때만 높이의 변화를 느끼는 1층의 과정이 있는데, 이는 높이 변화의 감각이 건물 외부와 내부에서 급격히 차이 나지 않고 점진적으로 변화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점이다. 이런 높이 변화 감각의 정도는 공간에 동적, 혹은 정적의 요소를 준다고 생각한다. 실외의 숲과, 흙바닥 공간은 동적인 공간, 1층은 부분적으로는 정적일 수 있지만 1층 전체적으로는 동적인 공간이 되고, 2층 공간은 완전히 정적인 느낌을 준다. 이 집의 이런 특징들은 어떤 역할을 하며, 어떤 의도가 담겨있을까 하는 의문은, 건축주와 그의 설계 의뢰를 살펴보면 그 답을 추측해 볼 수 있다. 건축주는 평소 동식물과 사랑에 관한 내용의 시를 자주 쓰는, 자연을 사랑하는 시인이다. 그리고 건축주의 설계 의뢰를 보면, 수납공간, 가구 등 구체적인 요구사항도 있지만, 특이하게도 ‘범신론자의 교회’라며 시적으로 표현된 특정 공간에 대한 요구가 있다. 건축주가 평소 자연을 사랑한다는 점과 ‘범신론자의 교회’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에서 건축가는 자연, 우주를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을 것이다. 건축가는 먼저 자연을 경험할 수 있게 하기 위해 흙바닥 공간을 만들고 남북으로 유리창을 내었을 것이다. 그리고 자연 중에서 특히 생명을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해서 경사를 사용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경사는 그저 정적일 수 있는 평평한 바닥과는 달리, 이동할 때뿐만 아니라 그냥 서있기만 해도 힘이 드는 공간이 되고, 미끄러지거나 넘어질 수 있기에 긴장을 주는 요소가 된다. 사람들은 경사 공간을 이동할 때마다 숨이 가쁘고 긴장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는 시각적이 아닌 감각적으로 자신 내부로부터 생명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원인이 된다. 그리고 또한 직각이등변삼각형 형태의 지붕은 이런 경험을 더 강화시킬 수 있는 요소가 된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인 자연에서는 직선, 직각 등과 같은 기본적인 기하도형은 찾아보기 힘들고, 그러한 기하도형이 자연 속에 있으면 사람들은 마치 네모반듯한 돌을 본 듯이 신기함이나 자연과는 반대되는 이질감을 느낀다. 그리고 기하도형은 매우 단순하고 한 눈에 파악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어서, 사람의 신경을 지속적으로 빼앗지 않는다. 따라서 흙바닥의 경사 위에 아주 단순한 직각이등변삼각형의 지붕이 있어 자연과는 반대되는 이질감을 느끼고, 이데 대비되어 경사 속에서의 생명을 더 심화되어 체험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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