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건축물을 처음 보았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질문은 "저 건물을 과연 주거지로 볼 수 있을까"였다. 사방이 유리로 열려 있는 집에서 사람이 실제로 먹고 자고 생활할 수 있을지, 현실성에 대한 의문이 먼저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벽면 전체를 유리로 만든다는 선택이 정확히 어떤 의미를 갖는지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다. 같은 크기의 상자를 두고 벽면을 검은색, 반투명, 투명 순으로 바꿔 가며 모형을 만들어 비교했다. 검은색 벽면과 반투명 벽면은 바깥의 시선을 막아 주기 때문에 개인적인 공간을 확실히 보장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만큼 안에서 밖을 내다보는 조망은 포기해야 한다는 단점이 분명했다. 반대로 투명한 유리 벽면은 사생활을 내어 주는 대신 안과 밖의 경계를 지우고 조망을 극대화해 준다는 것을 모형을 통해 직접 느낄 수 있었다. 이후 필립 존슨이 언덕 위에 서 있는 나무에서 영감을 받아 이 건축물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유리라는 재료가 우연한 선택이 아니라 주변 풍경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위한 선택이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유리를 쓴 이유를 이해하고 나자 그다음으로 눈에 들어온 것은 원기둥이었다. 사방이 투명하게 열린 평면 안에서 유일하게 닫혀 있는 덩어리가 바로 이 원기둥이기 때문이다. 조망을 위해 모든 벽을 유리로 바꾼 집 한가운데에 시선을 가로막는 요소가 놓여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고, 이 원기둥이 조망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알고 싶어졌다.
위 사진은 "어느 위치에 서면 한쪽 유리면이 모두 보일까"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그린 것이다. 위에서 내려다본 건물을 하나의 직사각형으로 보고, 각 꼭짓점에서 원기둥에 접선을 그어 원기둥이 시야를 가리는 범위를 확인했다. 접선으로 나뉜 영역을 살펴보니 색이 칠해지지 않은 빈 공간이 매우 적었다. 이는 집 안의 거의 어느 위치에 서더라도 적어도 한쪽 유리면 전체는 가려지지 않고 온전히 보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기둥은 시선을 막는 요소이면서도 조망을 해치지 않는 자리에 놓여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도형과 선으로 분석하는 방식으로도 이 집의 조망이 어떻게 극대화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과정을 거치며 추상화의 생각은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으로 이어졌다. "내벽의 위치와 모양은 건물 안에 있는 사람이 받는 느낌에 어떤 영향을 줄까."
위 사진은 The Glass House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시선에 따라 공간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간접적으로 이어져 있다고 생각해 진행한 활동이다. 이 활동을 하면서 glimpse 공간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알게 되었다. 첫 번째 사진에 있는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의 내벽을 보면, 벽이 공간을 완전히 막지 않고 서로 어긋나게 놓여 있다. 그래서 사람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벽 사이로 보이는 공간이 달라지고, 한자리에서도 여러 개의 공간이 겹쳐 보이게 된다. 벽이 시선을 막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선을 이끌고 다음 공간을 살짝 보여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개념은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조망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래 사진은 이러한 glimpse 공간이 최대가 되도록 내벽의 위치와 모양을 직접 구성해 본 모형이다.
이렇게 유리 벽면의 의미에서 시작해 원기둥이 시선에 주는 영향, 내벽의 위치와 모양이 만드는 공간의 변화까지 차례로 살펴보았다. 서로 다른 질문에서 출발한 활동들이었지만 돌아보면 모두 하나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벽을 유리로 바꾼 것도, 유일하게 닫힌 원기둥을 시야를 해치지 않는 자리에 둔 것도, 벽 사이로 다음 공간이 보이도록 한 것도 결국 안에 있는 사람이 더 멀리, 더 많이 볼 수 있게 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처음에 던졌던 "저 건물을 주거지로 볼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이 집은 사생활을 내어 주는 대신 풍경 전체를 생활 안으로 들여오는 집이라는 나름의 답을 얻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The Glass House를 설명하는 수많은 요소 가운데 가장 본질적인 것이 조망이라고 판단했고, '조망의 극대화'를 이 건축물에 대한 나의 추상화로 정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곽경태의 저작물인 이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Copyright © uosarch.ac.kr., Some rights reserved.
고장 및 불편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