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초기 아이디어는 책을 읽는 공간과 책을 보관하는 공간의 분리였다. 누군가 책을 꺼내고 다시 넣는 행위가 내가 책을 읽는 도중에 신경 쓰인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 이런 아이디어를 갖게 되었다. 또한 여기서 더 나아가 이러한 분리를 통해 여러 테마의 공간을 구성함으로써 사용자에게 좀 더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이 생각은 크리틱 과정에서 완전히 뒤바뀌게 되었다. 교수님께서는 나의 아이디어에서 두 가지의 문제점을 말하셨다. 1. 분리를 통한 의도된 공간은 그 공간에서의 행위를 한정 짓는다. 2. 그렇게 행위가 한정된 공간들은 결국 모든 사람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없다. 이 이야기를 들은 나는 이 문제점들을 반드시 해결해야만 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최종적인 설계가 완성되었다.
첫 번째 설계의 키워드가 분리라면 두 번째 설계의 키워드는 연결과 순환이다. 크리틱에서 지적받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나는 공간을 분리하고 그 분리된 공간마다 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서 거대한 한 공간 속에서 다양한 변주를 줘서 경험을 다양하게 만드는 것으로 설계의 기초적인 토대를 바꾸었다. 그리고 다른 경험을 위한 공간의 변주가 공간의 분리로 이어지지 않도록 모든 부분이 서로 연결되고 순환되게 만들어 처음과 끝이 존재하지 않아 연속되도록 느끼게 설계하였다.
가장 먼저 1층을 살펴보자. 기본적으론 보통의 도서관처럼 의자에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나는 여기에 좀 더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몇 가지 마련해 봤다. 입구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원형 구조물에는 테이블과 앉을 수 있는 좌석을 가벽이 둥글게 감싸고 있는 형태로 안에 앉은 상태에서는 밖이 거의 보이지 않아 독립적인 공간을 형성하는 동시에 가벽의 높이를 150cm로 해 밖에 서 있는 상태에서는 안을 볼 수 있어 완전히 독립적이지는 않도록 하였다. 그 옆에 계단 아래 아치를 통과하면 2층 밑에 도서관에서 제일 중요한 공간인 책을 보관하는 자료실이 있다. 아치를 통해 1층의 다른 공간과 연결되고 동시에 자연스럽게 들어가고 나갈 수 있도록 하였다. 그다음으로 오른쪽 구석의 평상은 본래 도서관에서는 외부에만 존재해 단절된 공간이라는 느낌이 강했었는데 이 평상을 같은 높이와 크기로 내부로 쭉 빼서 외부의 평상을 내부와 연결하는 시도를 해보았다. 마지막으로 1층에는 내부와 외부, 총 두 곳에 계단이 있는데 두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자유롭게 올라갔다나 내려올 수 있다. 또한 외부로 나가는 문 옆에 벽을 전부 통창으로 만들어 내부와 외부의 계단을 시각적으로 연결하였다.
계단을 타고 오르면 2층이 나온다. 본래 도서관 구조에서 2층을 만들면 벽 부근의 공간이 너무 좁아져 낭비되는 공간이 많아지기 때문에 이 공간들을 활용하기 위해 천장고를 1m 높이고 일부 지붕의 방향을 동서 방향에서 남북 방향으로 수정하였다. 2층을 지지하는 구조체는 기존에 존재하던 기둥을 활용했다. 밑의 사진은 대략적인 지붕과 벽의 구조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2층은 외부와 내부로 나뉜다. 내부는 1층처럼 의자에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대부분을 차치한다. 또한 모서리 부근에 1층의 원형 구조물처럼 가벽으로 분리된 공간이 있다. 1층의 구조물처럼 높이를 150cm로 해 어느 정도는 독립적이되 완전히 독립적이지는 않도록 한 것은 같지만 평상처럼 누울 수 있게 만들어 누워서 편하게 책을 볼 수 있도록 하였다는 차이점이 있다. 외부와 연결되는 문은 일반 문이 아닌 폴딩 도어를 달아 외부와의 연결 정도를 더 능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하였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문을 열어놔서 항상 외부와 연결되는 것을 의도하였다.
2층 외부는 마치 테라스와 같은 공간으로 야외에서 자연과 더 직접적으로 상호작용을 하며 책을 읽을 수 있다. 또한 이곳에는 야외라는 특징을 살려 야외만의 의자인 벤치를 배치하였다. 야외 끝 쪽에도 누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였는데 이 공간은 닫힌 벽이 아닌 철조망으로 벽을 구성해 낙엽 같은 이물질은 막고 다른 공간들과의 구분은 이루어지지만 햇빛이나 바람 같은 자연의 요소들은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마지막으로 아까 말했다시피 이곳에도 계단을 배치해서 1층과 연결하였다.
이렇게 설계된 건물은 나의 의도가 잘 녹아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최종 크리틱에서 교수님과 리뷰어님들은 내가 전혀 생각하지 못하였던 부분을 말씀해 주셨다. 나는 이 건물의 각각의 공간들이 서로 다른 특징들이 있더라도 이 모든 것들을 하나의 공간으로 통합시키는 것에 집중해서 최대한 시각적으로 방해되는 것 없이 모든 것이 한눈에 보이도록 설계하였다. 그러나 리뷰어님께서는 너무 한눈에 다 들어오니 오히려 공간에 대한 궁금증이나 호기심이 전부 사라진다는 점을 지적하시곤 가구나 벽 등을 통해서 시각을 일부 제한해서 경로나 행위 사고 등을 유도하면 어떻겠냐고 말씀해 주셨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시각을 일부 제한 하더라도 충분히 한 공간으로 묶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나는 한눈에 다 보이는 것에 쓸모없이 집착했던 것 같다. 비록 이 설계는 끝이 났지만 총 두 번의 크리틱을 통해 얻은 내가 생각지 못했던 부분들은 앞으로 내가 더 많은 것들을 배워가는데 좋은 시각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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