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sonal Space의 정의에 대해 생각하며 초점을 두었던 단어는 공간의 중첩과 행위의 중간 과정이였다. 그 이유는 내게 Personal Space는 특정 시점의 완결된 상태가 아닌 현재에도 끊임없이 형성을 반복하고 서로 중첩되며 존재하는 과정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작업을 대표하는 단어는 '형성'이라고 보았고 이를 출발점으로 삼았다. '형성'은 어떤 것이 완전히 닫힌 상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중간 과정에 놓여 있음을 의미한다. 이 중간 과정에는 필연적으로 끊김, 겹침, 충돌, 어긋남이 발생한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공간이라는 것은 손에 잡히지 않는 무형의 존재로 이해되지만 서로 겹치고 끊기며 상호작용하는 하나의 잠재적 구조를 가진다면 개인의 영역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것이 반복적으로 겹치는 지점에는 공간적 밀도가 발생한다고 생각했다.
이와 같은 공간의 물리적 속성에 대한 고민은 Personal Space의 형태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일반적으로 Personal Space는 한 사람을 중심으로 일정한 반경을 갖는 원형의 영역처럼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실제 공간 안에서 개인의 영역이 반드시 몸을 중심으로 균질하게 퍼져나가는 원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사람은 특정한 방향성을 가진 채 움직이고, 바라보며, 주변의 물체와 관계를 맺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Personal Space는 한 쪽으로 치우친 원일 수도 있고 나아가 타원형이나 다각형과 같은 모양으로 존재할 수도 있다. 따라서 나는 Personal Space를 행위와 시선의 범위라는 두 요소에 의해 형성되는 가변적인 영역이라고 보았다.
<초기 개념 스케치> Personal Space의 중첩을 선, 점, 기둥, 지붕의 관계로 번역하기 위해 진행한 초기 스케치
이러한 생각을 공간적으로 번역하기 위해, 나는 사람의 행위와 시선을 평면 위의 선으로 해석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때 내가 주목한 것은 단면도가 지닌 성격이다. 단면도는 단순히 건물을 수직으로 자른 그림이 아니라,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삶의 한 순간을 특정한 방향에서 포착한 장면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각 개인의 Personal Space를 가장 잘 드러내는 단면의 방향 역시 하나로 고정되지 않고, 그 사람의 행위와 시선에 따라 매 순간 다르게 형성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나는 각 개인의 행위와 시선이 만들어내는 공간적 범위를 하나의 수직적 단면으로 상정하고, 그 단면이 바닥과 만나는 부분을 평면 위의 선분으로 치환하였다.
<평면 위의 선분> 각 개인의 행위와 시선이 길이와 방향이 다른 선분으로 평면 위에 치환된 모습
내가 세운 원형의 Personal Space 생성 규칙은 다음과 같다. 먼저 공간 속에서 개인이 위치할 수 있는 지점을 하나의 점으로 표시한다. 본 작업에서는 시야각 90도를 기준으로 가정하고 그 시선, 즉 90도를 이루는 두 선이 벽체에 닿는 두 지점을 찾았다. 이후 이 두 지점을 잇는 선분을 지름으로 하는 원을 생성하였다. 이때 개인의 위치를 나타내는 점과 시선이 벽체에 닿아 생긴 두 점은 모두 하나의 원 위에 위치하게 된다. 따라서 이 원은 신체를 중심으로 균질하게 퍼지는 영역이 아니라, 개인의 위치와 시선의 방향, 그리고 벽체와의 관계를 통해 형성된 Personal Space를 의미한다.
<원형 Personal Space의 작도 과정>
나는 이 선들의 교차 횟수를 '차수' 로 설정하였다. 한 점에서 여러 선이 겹친다는 것은 그 지점에서 여러 사람의 시선과 행위가 동시에 얽힌다는 뜻이며, 이는 Personal Space의 중첩이 강하게 발생하는 지점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차수가 높을수록 더 높은 기둥을 세워 보이지 않는 공간의 중첩을 수직적인 높이로 드러내고자 했다.
<서로 다른 높이의 기둥>
<교차점 위에 기둥을 세운 모습> 차수에 따라 달라지는 기둥의 수직적 높이 차이를 잘 보여준다.
기둥의 기본 높이는 차수 1을 기준으로 0.6m로 설정하였고, 차수가 하나씩 높아질 때마다 1.2m씩 높아지도록 하였다. 이에 따라 차수 5의 기둥은 5.4m가 되며, 이는 도서관과 지면 사이에서 발생하는 약 5.4m의 레벨차와 대응된다.
이때 차수는 단순히 수학적 규칙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사용자가 책을 고르기 위해 이동하고, 잠시 멈추어 서고, 다시 앉을 자리를 찾는 과정 속에서 차수는 서로 다른 공간의 밀도로 경험된다. 낮은 기둥이 놓인 부분에서는 몸의 움직임이 비교적 가볍게 이어지고, 높은 기둥이 모이는 부분에서는 여러 시선과 행위가 중첩된 듯한 수직적 긴장감이 생긴다. 따라서 기둥의 높이는 추상적인 Personal Space의 중첩을 드러내는 동시에, 사용자가 책을 찾고 머무는 일상적인 행위 속에서 자신의 위치와 타인과의 거리를 감각하게 하는 장치가 된다.
<입면도> 구조물이 기존 도서관의 내부에서 외부로 확장되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개념 스케치> 1은 기존 도서관의 내부 영역, 2는 내부와 외부가 겹쳐지는 중간 영역, 3은 외부로 확장된 영역을 나타낸다.
기둥 위에는 서로 다른 높이의 점들을 잇는 지붕을 얹었다. 원형의 Personal Space는 기둥의 위치를 생성하는 숨겨진 질서로 남기고, 실제 지붕은 삼각형 조각들로 구성하였다. 삼각형은 서로 다른 높이의 세 점을 안정적으로 연결할 수 있기에, 지붕판은 뒤틀리지 않고 각각의 경사와 방향을 가진 면으로 기둥 위에 올려지게 된다.
이 지붕들은 하나의 연속된 큰 지붕이 아니라, 서로 다른 높이와 방향을 가진 여러 지붕면으로 구성된다. 따라서 각각의 지붕면은 서로 어긋나며 틈을 만들고, 이 틈은 내부와 외부를 명확히 구분하기보다 빛과 시선이 통과하는 여지를 남긴다. 나는 이러한 틈을 통해 공간은 고정된 경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형성되고 변화하는 과정 속에 있음을 드러내고자 했다.
이 틈은 사용자가 공간을 바라보는 방식에도 영향을 준다. 책을 읽는 사람은 완전히 닫힌 공간 안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지붕 사이로 들어오는 빛과 주변 사람의 움직임을 부분적으로 감지하게 된다. 누군가는 빛이 직접 닿는 자리에 머물고, 누군가는 기둥 뒤쪽의 그림자 속에서 더 조용한 자리를 선택한다. 같은 구조 안에서도 빛의 방향, 그림자의 깊이, 시선이 열리고 닫히는 정도에 따라 각자의 책 공간은 조금씩 다르게 형성된다.
<여러 각도에서 바라본 모습>
이 구조물은 기존 배봉산숲속도서관과 분리된 독립적인 조형물이 아니라, 도서관의 벽체와 기둥과 상호작용하며 내부에서 외부로 확장되는 구조이다. 처음에는 순수히 사람의 Personal Space로 인해 형성된 선분들이 서로 교차하는 지점에만 차수를 부여하여 구조물이 단순히 외부를 둘러싸는 형태에 머물렀다. 그러나 공간 안의 개인은 다른 사람뿐 아니라 벽체, 기둥과 같은 건축 요소와도 끊임없이 관계를 맺는다는 측면을 고려하여 기존 건물의 벽체나 기둥의 연장선과 행위의 선이 만나는 지점 또한 Personal Space가 형성되거나 변화하는 순간으로 보고, 이 지점에 차수를 부여하였다.
<초기 형태 스케치> 구조물이 외부만을 감싸고 있다.
<1:100 모형> 기존 도서관과 중첩되며 구조물이 내부에서 외부로 뻗어나가는 모습
이 과정에서 교차점에 세워지는 기둥은 서로 다른 성격을 갖게 된다. 어느 점은 사람과 사람의 Personal Space가 만나는 교차점이라면, 또 어느 점은 사람과 기존 건물의 요소가 만나는 교차점이 된다. 따라서 전자의 경우 인간의 행위와 시선이 만나는 순간이 찰나적이고 유동적이라고 보아, 얇은 원형의 투명 기둥을 사용해 그 가변성을 표현하였고, 반면 후자의 경우 기존 건물이 지닌 무겁고 지속적인 물리적 속성을 반영하기 위해 두꺼운 사각 나무 막대 기둥을 사용하였다.
<엑소노메트릭> 위: 구조물 아래: 도서관+구조물
정리하자면 이번 과제는 보이지 않는 Personal Space의 형성 과정을 기둥의 위치와 높이, 지붕의 틈, 그리고 기존 배봉산숲속도서관과의 관계를 통해 드러내고자 한 시도였다. 개인의 행위와 시선은 찰나의 순간에 존재하지만, 그 흔적은 선으로 남고, 선의 중첩은 다시 공간의 높이와 경계로 번역된다. 결국 이 구조물은 고정된 조형물이 아니라 도서관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기둥 사이를 지나고 지붕을 거친 예리한 빛의 틈새를 마주하는 동안, 타인과의 거리를 느끼며 끊임없이 자신만의 공간을 형성해 나가는 살아있는 전이 공간이 된다
나는 이 공간 안에서 사람들이 기둥의 간격을 통해 여러 Personal Space가 겹쳐지는 밀도를 느끼고, 기둥의 높이를 통해 중첩의 강도가 만들어내는 웅장한 수직적 공간감을 경험하기를 바랐다. 또한 얇은 원형의 투명 기둥을 통과하며 굴절되는 무지갯빛이, 이 공간을 지나간 행위와 시선의 흔적을 은유적으로 드러내기를 기대하였다.
이처럼 Hidden Dimension은 완성된 형태를 바라보는 순간보다, 책을 찾고, 지나가고, 멈추고, 읽는 일상적인 행위 속에서 감각되도록 의도하였다. 다만 이번 과제에서는 추상적인 개념을 구조화하는 데 많은 비중을 둔 만큼, 앞으로는 이러한 공간 규칙이 실제 사용자의 자세, 머무름, 독서 방식과 어떻게 더 섬세하게 연결될 수 있는지 더 고민해보고 계속해 발전시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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