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배봉산 '숲속' 도서관이라는 이름을 마주했을 때, 자연 속에서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도서관을 방문했을 때, 두 가지 큰 아쉬움을 발견했습니다. 첫째는 공간이 가진 잠재력에 비해 '자연을 체감하는 깊이'가 부족했다는 점입니다. 건물 내부는 목재로 아름답게 마감되어 있었지만, 정작 이용자들은 콘크리트 벽과 창문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바로 옆에 있는 배봉산의 울창한 숲과 산책로를 능동적으로 누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둘째는 '퍼스널 스페이스의 부재'였습니다. 현재 도서관의 좌석들은 2인용, 4인용, 6인용의 대형 테이블이거나, 옆으로 길게 붙어 앉아야 하는 일렬 책상 위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가 정의하는 퍼스널 스페이스란, "내 개인적인 바운더리가 타인에게 침범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무의식적으로 안심하고 인지하는 공간적 영역"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구조는 모르는 타인과 너무 가까이 밀접해야 해서 심리적인 긴장감을 유발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두 가지 문제, 즉 '자연과의 단절'과 '개인 공간의 부재'를 동시에 해결할 적임지로, 열람실 사이에 남겨진 외부 코너 공간에 주목했습니다. 이곳은 활용할 수 있는 기존 나무가 두 그루나 존재하고, 배봉산 산자락을 가장 직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숨겨진 핵심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공간에서 새로운 시각적, 촉각적 경험을 제안하고자 했습니다. 우선, 이 외부 공간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신발을 벗어야' 합니다. 이는 이용자에게 "내가 지금 완전히 새로운 성격의 공간, 규제와 긴장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영역으로 들어왔다"는 심리적 전환을 유도하는 강력한 장치입니다. 또한 신발을 벗음으로써 좌식 공간과 눕는 소파가 주는 편안함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이 공간의 가장 큰 건축적 특징은 '벽이 없다'는 점입니다. 만약 개인 공간을 분리하기 위해 콘크리트 벽이나 유리 파티션을 세웠다면, 제가 이곳을 선택한 이유인 '자연으로의 열린 시야'를 스스로 가로막는 방해물이 되었을 것입니다. 대신 저는 '단차'와 '가구의 배치', 그리고 '물길'이라는 세 가지 건축적 장치로 벽 없는 분리를 실현했습니다. 바닥에 레벨 차이를 두어 단차로 공간을 한번 뚝 끊어주었습니다. 벽이 없어도 바닥의 높낮이가 달라지는 것만으로 인간은 공간이 분리되었다고 느낍니다.
여기에 단차 라인을 따라 배치된 2인용 소파를 보면 소파의 방향을 단차 위쪽 공간, 즉 내부 중심을 향하도록 안쪽으로 틀어 배치했습니다. 이 가구의 등받이와 배치 방향 덕분에, 단차 위쪽 공간은 외부의 시선으로부터 보호받으며 하나의 독립된 '개인적 덩어리 영역'으로 결속됩니다. 소파를 도서관 안쪽 동선에 방해되지 않도록 왼쪽으로 치우쳐 배치한 것 또한 기존 이용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배려입니다.
더 나아가 단차를 내려가면 이 공간의 하이라이트인 '물길'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 물길은 단순히 시각적인 조경 요소가 아닙니다. 단차 위층의 소파 공간과 단차 아래층의 좌식 공간을 자연스럽게 갈라놓는 심리적 경계선입니다.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바로 옆에서 책을 읽을 때, 이용자는 자연과 내가 완전히 맞닿아 있다는 일체감을 느낍니다. 물길 왼쪽에는 단차의 수직 면을 파내어 책장을 만들었고, 그 앞에는 아늑한 좌식 의자들을 배치해 언제든 책을 꺼내 읽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벽면에는 컨셉에 맞춰 나뭇가지가 뻗어 나가는 형상의 '나무 모양 책장'을 디자인하여 공간의 아이덴티티를 명확히 했습니다.
물길 위에 놓인 작은 다리를 건너면, 인간의 신체 스케일에 맞춰 마치 누워 있는 듯한 편안함을 주는 유기적 형태의 곡선 소파가 등장합니다. 이 자리는 바로 앞에 기존 나무가 서 있어, 자연이 천연 파티션 역할을 하며 프라이빗함을 한 번 더 완벽하게 확보해 줍니다. 반대로 완전히 프라이빗한 시간을 원하는 사람을 위해 뒤편에는 고립된 1인용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이 자리가 독방처럼 너무 폐쇄적이면 답답함을 주겠죠. 그래서 옆 자리에 사람이 앉았을 때, 눈이 마주쳐 어색하지 않도록 얼굴은 가려주되, 상체 정도의 실루엣만 살짝 보이는 세로형 창문을 내어 '고립감과 연결감의 균형'을 잡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을 덮는 지붕 디자인입니다. 저는 이 공간에 전면 창을 두지 않고 자연으로 완전히 개방했습니다. 지붕 역시 원래 자리를 지키고 있던 소중한 자연인 나무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나무가 지나가는 자리를 동그랗게 파내어 피해 가도록 설계했습니다. 나무는 지붕을 뚫고 하늘로 자라나며 건축과 자연의 경계를 허뭅니다. 또한 지붕의 범위를 공간 전체가 아닌 '물길이 흐르는 지점까지만' 오도록 제한했습니다. 지붕이 온 공간을 다 덮어버리면 외부 공간 특유의 개방감이 사라지고 답답한 실내처럼 변하기 때문입니다. 물길 위로 하늘이 열려 있어, 비가 오면 물길 위로 빗물이 떨어지는 모습을 바라보고, 맑은 날에는 쏟아지는 햇살을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물길의 흐름과 세심한 가구 배치, 그리고 단차를 통해 벽이라는 단절의 장치 없이도 완벽한 '퍼스널 스페이스'를 구축해 냈습니다. 배봉산 숲속 도서관을 찾는 이용자들이, 이 열린 코너 공간에서 자신이 원하는 스케일의 자리를 스스로 선택하고, 신발을 벗은 채 자연의 품에 안겨 온전한 사유의 시간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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