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진스 큐브에 대해 배우면서 3차원 공간에서 빈틈이나 겹침 없이 공간을 완벽히 채우는 것을 보고 이를 큐브 단위 안에서 입체적으로 구현하고자 하였다. 단순히 기하학적인 패턴이나 도형의 합과 차에서 멈추지 않고 큐브 모듈 하나에도 어떠한 상징성과 맥락을 부여하여서 그 차제로도 의미를 가지는 모델을 만들고 싶었다.
이를 위해서 신성함과 초월적 존재를 상징하는 천사를 주제로 잡고 큐브를 만들었다. 천사를 상징하는 핵심 요소인 빛의 고리(헤일로)와 천사의 날개의 유기적인 곡면들을 큐브의 각 면에 입체적 음양으로 대입했다. 추상적인 주제에서 큐브 속에 천사의 상징성을 은유적으로 녹여내어서 설계의 이유에 대한 답이 되도록 했다.
작은 큐브 모듈의 면을 분리하며 얻은 형태적 단서는 거대한 건축적 스케일의 파빌리온을 구상하는 좋은 힌트가 됐다. 그 후에 큐브 속의 헤일로와 날개의 특징을 본격적으로 건축적 언어로 확장하고자 했다.
구체적으로는 파빌리온의 상하 구성을 설정해서 천사의 헤일로가 상부에 위치하고 이를 천사의 날개가 외곽에서 둘러싸 감싸는 전체적인 개념을 생각했다. 상부 지붕 구조에는 헤일로의 형태와 중앙이 뚫린 오쿨루스 구조를 적용해서 로마의 판테온처럼 자연광이 내부 중앙으로 극적으로 쏟아져 내리도록 설계했다. 이는 빛의 고리라는 헤일로의 정체성을 공간적 스케일로 구현함과 동시에 신성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이렇게 신성하게 조성된 내부의 중심 공간을 감싸 안는 것처럼 외곽에는 천사의 날개 형상을 이용한 유연하고 입체적인 곡선형 벽을 배치했다. 이 날개 벽체들은 내부를 외부의 소란스러움으로부터 보호하고 아늑하게 감싸 안는 수호적인 성격을 가지고 파빌리온 전체에 입체적인 켜와 깊이감을 형성하도록 디자인했다. 또한 한 겹, 또는 두 겹으로 내부 파빌리온과 완전히 붙어있지 않도록 배치하여서 내외부가 격리되어 있음과 동시에 실제로는 파빌리온은 외부와 연결되어 있고 두 겹의 날개들 사이로 사람들이 지나다니며 바로 내부로 들어가지 않고 천천히 들어갈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 또한 날개에도 빛이 들어올 수 있도록 틈을 만들어서 내부에서의 좀 더 입체적인 공간감을 느낄 수 있다.
파빌리온의 기둥이 지붕을 뚫고 상부로 돌출되도록 설계하여 외부에서 건물을 바라볼 때 수직적인 시선 이동을 자연스럽게 유도하였다. 이를 통해 외부의 시선이 하늘을 향하게 함으로써 수직성이 주는 신성함과 초월적인 느낌을 극대화하고자 했다.
오히려 천사라는 구체적인 개념을 잡고 이를 파빌리온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를 겪었다. 초기 구상 단계에서는 천사의 헤일로와 날개라는 구체적인 상징 형태에 지나치게 매몰되어 모듈 간 결합부에 시각적 과부하가 걸리거나 전체 디자인 질서가 깨지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러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상징적 형태를 단순히 묘사만 하는 게 아니라 각 상징물들의 디테일한 개념들과 성격들을 끌고 나와 이를 설게에 접목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또한 모형 제작과 3D 프린팅 실물화 과정에서 모양이 복잡한 모델일수록 접합부의 유격을 여유 있게 설계해야 실제로 오차 없이 서로 맞물려 잘 끼워진다는 점도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