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ojin’s Cube는 동일한 개체를 반복해 공간을 빈틈없이 채우는 3D Tessellation 작업이다. 정육면체를 기준으로 원하는 도형을 정한 뒤, 이를 세 축에 걸쳐 더한 만큼 빼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이 규칙에서 내가 주목한 것은 '원하는 도형을 정한다'는 단계다. 도형을 먼저 고르면 그 도형이어야 하는 이유를 큐브 안에서 찾을 수 없다. 삼각뿔을 더하고 뺐다면 직육면체나 원기둥이어도 규칙은 똑같이 성립하고, 극단적으로는 0.1mm짜리 돌기를 더하고 빼도 된다. 축마다 도형을 다르게 쓰거나 방향을 어긋나게 두면 그 근거는 더 약해진다. 무엇이어도 상관없는 형태에는 당위가 없다. 그래서 나는 두 가지를 조건으로 삼았다. 세 축에는 같은 도형을 같은 방향 관계로 적용할 것. 그리고 그 도형을 고르지 않고 도출할 것.
먼저 기준 정육면체 안에 더 작은 정육면체를 놓고, 두 입체의 중심과 방향을 일치시킨다. 그다음 서로 마주보는 면의 꼭짓점을 연결하면 두 면 사이에 사각뿔대가 생긴다. 이것을 세 축에 더하고 빼서 기본 모듈을 만든다. 도형을 정한 뒤 과정을 밟는 것이 아니라, 과정을 정하고 그 안에서 도형을 찾는 것이다. 사각뿔대의 깊이와 경사는 내가 정한 값이 아니라 두 정육면체의 크기 관계에서 나온다. 또 두 입체의 중심과 방향이 일치하기 때문에 어느 면에서 도출해도 같은 사각뿔대가 나온다. 그래서 세 축에 같은 도형을 적용한다는 조건은 따로 덧붙인 제약이 아니라 도출 과정에서 저절로 충족된다.
물론 안쪽에 어떤 입체를 둘지도 나의 선택이다. 다만 이때 고르는 것은 형태가 아니라 관계다. 두 입체를 어떻게 겹치고 연결할지를 정할 뿐, 그 결과 어떤 모양이 나올지는 정하지 않는다. '의도하지 않은 것을 의도한다'는 바로 이 구분을 말한다. 의도하는 것은 규칙이고, 의도하지 않는 것은 그 규칙이 만들어내는 형태다. Doojin’s Cube에 대한 설명은 단순한 기하학적 조작이 사람이 상상하기 어려운 조형을 만들어낸다는 점을 매력으로 꼽는다. 나는 그 예측 불가능성을 우연에 맡기지 않고 규칙에서 끌어내고자 했다.
완성된 모듈은 생각보다 단순했고, 더 복잡한 형태를 만들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원하는 형태가 나올 때까지 내부 입체나 조건을 바꾼다면, 결과를 먼저 정해두고 규칙을 거기에 맞추는 일이 된다. 처음에 문제 삼았던 방식으로 되돌아가는 셈이다. 그래서 형태를 바꾸기보다 지금의 모듈을 출발점으로 두고, 반복과 조합 속에서 어떤 관계가 나타나는지 보기로 했다.
경사면은 배치에 따라 빛을 받거나, 그늘을 만들거나, 시선을 이끄는 면이 된다. 내가 정하는 것은 생성 원리를 유지한 채 어떤 면을 남기고 열고 연결할지이고, 그 공간의 성격은 모듈이 이미 가진 형태에서 나온다.
D5 렌더링에서는 같은 모듈이 시점에 따라 안쪽으로 수렴하는 깊이로 보이기도 하고 꽉 찬 덩어리로 보이기도 했으며, 재질과 명암이 그 인상을 크게 바꿨다.
3D 프린팅을 통해 기본 모듈의 부피와 맞물림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개도 모형의 경우, 라이노에서 명령어를 통해 전개도를 만들고 출력하여 직접 손으로 만들어 보며 스케일감과 공간감을 익힐 수 있었다.
이번 과제의 주제인 '의도하지 않은 것을 의도한다'는 결과를 무작위에 맡긴다는 뜻이 아니었다. 규칙은 분명히 정하되 형태는 정하지 않고, 그 규칙이 만들어낸 예상하지 못한 관계를 발견해 공간으로 이어가고자 하는 것이었다. 추후에는 모듈 하나가 아니라 여러 모듈이 결합했을 때 나타나는 형태를 파빌리온으로 발전시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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