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프로젝트의 사이트인 서촌에서 내가 눈여겨본 포인트는 도시형 한옥들의 외벽이 골목을 형성하는 경계가 된다는 것, 그리고 이러한 도시형 한옥을 포함한 작은 건물들이 랜덤하게 배치가 되어 유기적인 골목길들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서촌의 매력을 미술관에서 재현해보고자 하였다.
지하 1층과 지상 1층의 핵심 개념은 지역 사회를 위한 열린 공간이다. 현재 서촌에는 지역 주민들이 편하게 머물 공공 문화 공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이를 조금이라도 해소하고자 가장 진입 장벽이 낮은 상업 공간인 서점을 지하에 배치했다.
지상 1층의 전면부는 상층부 전시실의 무거운 매스감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도록 투명한 통유리로 마감했다. 이로 인해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가볍게 떠 있는 듯한 구조 적 긴장감을 형성한다. 관람객이 로비로 입장하면 가장 먼저 브리지를 건너게 되며, 양 옆으로는 지하 서점까지 깊게 뚫린 커다란 보이드(Void), 즉 중정을 마주하는데 중정 아래로는 방문객들이 편하게 책을 읽는 독서 공간이 내려다보이도록 하였다. 이는 지하와 1층의 시각적 단절을 없애고 두 층의 관계성을 밀접하게 묶어준다. 브리지를 지나면 정면과 좌측으로 조경 공간이 펼쳐지며, 투명한 입면을 통해 시선이 외부로 연장되어 1 층 전체에 강렬한 개방감을 부여한다.
정면의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면, 본격적인 전시 공간이 시작된다. 2층 평면은 앞서 말씀드린 서촌의 생활형 도시 한옥의 논리를 건축적 볼륨으로 치환한 결과물인데 ㅁ자형 전시실 매스를 만들고, 이를 일정한 간격을 두고 분절하여 배치했다. 그 결과, 전시 매스들 사이에 서촌의 골목길을 그대로 빼닮은 복도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관람객은 좁고 넓은 복도를 거닐다 전시실 내부로 들어가게 된다, 나아가 이 내부의 기하학적 논리가 외부에서도 직관적으로 읽히도록, ㅁ자 매스들을 밖으로 살짝 돌출시키고 각도를 비틀어 역동적인 입면 파사드를 완성했다.
동선의 마지막인 3층은 전시의 클라이맥스이자, 휘트니 미술관의 논리가 가장 적극적으로 발현되는 공간이다. 2층의 분할 논리는 유지하되, 캔틸레버를 통해 매스가 밖으로 팽창하며 전시실의 물리적 크기가 거대해진다. 층고 역시 2층의 4m에서 6m로 극적으로 높아지고, 좁고 압축된 전이 공간을 지나, 넓고 높은 공간으로 팽창할 때 느끼는 감각적 절정을 유도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룰 갤러리의 특징은 빛을 다루는 방식이다. 코어와 분리된 전시 공간 상부에는 일반적인 유리 천창이 아닌, 콘크리트 슬래브와 유리 사이의 틈을 설계하여 빛이 스며들게 했는데 이 수직적인 빛은 정확히 복도 공간에만 떨어져 관람객의 동선을 유도한다. 반면, 전시실 내부의 빛은 다르게 통제했다. ㅁ자 전시실의 한쪽 벽면을 바깥을 향해 부드럽게 휘어지는 곡면으로 처리했고, 그 휘어진 벽과 천장 슬래브 사이의 틈새로 부드러운 간접광이 흘러내리도록 했다. 복도의 예리한 빛과 전시실 내부의 은은한 간접광은 관람객의 공간 경험을 완벽하게 분리해 준다.
엑소노로 전시실을 관람하는 인원의 동선과 공용 스페이스를 이용하는 인원의 동선을 분리해서 표시하였으며 이 미술관의 특징인 서비스 코어라는 거대한 기하학적 닻을 내린 상태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공간이 팽창하는 수직적인 다이내믹함을 표현해보았다.
이 미술관의 배치도이다.
이 미술관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키워드는 바로 '틈(Gap)'이다. 건물과 건물이 만들어내는 '틈'이 자연스러운 통로(골목길)가 되고, 무거운 콘크리트 슬래브와 벽체 사이의 '틈'이 빛을 들이는 매개체가 되기 때문이다. 도시의 여백과 건축의 빛을 동시에 담아내는 공간, 그래서 나는 이 프로젝트를 '틈 미술관'이라 명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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