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 갤러리는 서촌 통의동 70번지, 자하문로 아래로 복개되어 사라진 백운동천의 기억에서 출발했다. 과거 인왕산에서 흘러 내려오던 물길은 지금 도시의 표면 아래로 숨겨졌고, 이 프로젝트는 그 보이지 않는 흐름을 다시 건축적 경험으로 드러내고자 했다.
초기에는 물을 단순히 조경 요소로 사용하는 방식에서 시작했지만, 설계를 진행하며 물은 공간을 가르는 경계이자 빛을 반사하는 매개체, 그리고 사라진 장소의 기억을 환기하는 장치로 발전했다. 이에 따라 건물은 하나의 닫힌 매스가 아니라 여러 개의 덩어리가 어긋나며 배치되고, 그 사이에 보이드와 수변공간이 삽입되는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관람 동선은 1층에서 시작해 2층과 3층으로 상승한 뒤, 다시 1층으로 내려오는 순환 구조를 가진다. 관람자는 로비와 프롤로그 전시실을 지나 상부 전시 공간으로 이동하며, 층마다 달라지는 보이드와 수변공간, 외부로 열린 시선을 경험한다. 이후 다시 1층으로 내려오면서 처음 마주했던 물의 장면을 다른 시점에서 재인식하게 된다.
외관은 세로 방향의 회색 목재 패널로 마감해 차분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반복되는 수직선은 물이 흘렀던 흔적처럼 입면 전체에 리듬을 만들고, 곳곳에 뚫린 개구부와 테라스는 내부의 장면이 도시와 잠시 마주치는 순간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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