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프로젝트는 실제 도서관에서 사람들이 공간을 사용하는 방식을 관찰하는 것에서 시작했다. 공동 모형을 제작할 당시에는 크게 주목하지 못했던 어린이 독서 공간이 있었는데직접 이용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하나의 단차 공간이 사람마다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린아이는 단차를 침대처럼 사용하며 누워 있었고 중학생은 같은 단차를 책상처럼 활용해 공부하고 있었다. 또 어떤 사람은 단차에 기대어 책을 읽었고 보호자는 아이를 기다리며 기둥이나 벽에 기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같은 공간임에도 사람의 상황과 목적에 따라 공간을 사용하는 방식이 달라진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이러한 관찰을 통해 사람의 신체와 자세에 따라 공간 경험이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를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 개념인 휴먼스케일로 발전시켰다.
내가 초기에 구생했던 아이디어 이미지와 스터다 모형이다. 하지만 생각할수록 고민이 많아졌다. 내가 설계해야 하는 공간은 어린이 도서관이 아닌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공공의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어린이 공간처럼 자유롭고 편안한 공간을 만드는 것도 생각했다. 하지만 일반 도서관은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사용하는 공공 공간이기 때문에 너무 편안하기만 한 공간은 오히려 집중을 방해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사람마다 원하는 자세는 다르지만 공공 공간인 만큼 어느 정도의 질서와 공간의 성격도 함께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본 모형을 만들때는 벽을 세워 공간을 구분하기보다는 단차를 이용해 공간의 성격을 자연스럽게 변화시키는 방법을 선택했다. 공간은 단차의 높이에 따라 세 단계로 구성했다. 가장 높은 공간은 서 있거나 책상과 의자를 이용해 집중적으로 독서하거나 작업할 수 있는 공간으로 계획했다. 두 번째 공간은 벤치에 앉아 조금 더 편안하게 독서를 하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가장 낮은 공간은 좌식 공간으로 계획했다. 단차가 낮아질수록 사용자의 자세도 함께 낮아지도록 설계해 하나의 공간 안에서도 다양한 신체 경험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했다.
좌식 공간은 이전 프로젝트인 Phase 2에서 조사했던 조선시대의 좌식 문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오늘날에는 대부분 의자 생활을 하지만 집에서는 양반다리를 하거나 무릎을 세운 채 책을 읽는 경우도 많다. 사람마다 편안하게 느끼는 자세가 다르 같은 사람도 시간이나 상황에 따라 원하는 자세가 달라진다. 그래서 특정한 자세를 강요하는 공간보다 사용자가 자신의 몸에 맞는 자세를 선택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단차를 통해 서기, 앉기, 기대기, 좌식 등 다양한 자세가 자연스럽게 나타나도록 계획했다.
단차를 계획한 또 하나의 이유는 사람의 시선을 설계하기 위해서였다. 서울역 중앙계단은 사람들이 계단에 앉아 기차와 플랫폼을 바라보도록 계획되어 있고 로마의 스페인 계단은 광장과 분수를 바라보며 도시를 경험하는 공간이다. 두 공간 모두 계단이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사람을 머무르게 하고 공간의 핵심 요소를 경험하게 만드는 장치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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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개념을 도서관에도 적용하고 싶었다. 그래서 단차의 정면에는 높은 책장을 배치했다. 고민 끝에 도서관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결국 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가장 높은 곳의 책까지 실제로 손이 닿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별마당도서관처럼 높은 책장이 주는 상징성과 공간적 존재감을 표현하고 싶었다. 또한 단차가 점차 낮아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앞사람이 시야를 가리는 문제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일반적으로 활용되지 않는 단차 하부 공간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모형에서는 약 5cm 정도 바닥을 낮추었는데 실제 크기로 환산하면 약 150cm 정도의 높이가 된다. 이는 사람이 허리를 숙여 들어가 앉을 수 있는 높이다. 그래서 이 공간을 단순히 비워 두지 않고 작은 독서 공간과 서가를 계획했다. 위 공간이 개방적이고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이라면 아래 공간은 보다 아늑하고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다. 또한 일부 낮은 공간은 성인이 이용하기에는 어렵지만 어린아이에게는 다락방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향후에는 어린아이를 위한 작은 독서 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고려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단차를 단순히 높이를 연결하는 요소가 아니라 사람의 자세를 변화시키고 다양한 공간 경험을 만들어내는 건축적 장치로 해석했다. 벽으로 공간을 나누기보다 단차를 통해 행동을 유도했고 서기·앉기·기대기·좌식이라는 다양한 신체 경험이 하나의 공간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는 독서 공간을 제안하고자 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공간을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형태 자체가 아니라 그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의 경험이라는 점을 배울 수 있었다. 처음에는 독서 공간을 만드는 것에만 집중했지 설계를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단차와 높이의 변화가 사람들의 자세와 행동, 머무는 방식까지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모형을 제작하고 여러 차례 수정하면서 아이디어를 실제 공간으로 구현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는 점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사람의 행동을 중심으로 공간을 계획하는 설계의 중요성을 배웠으고 앞으로는 공간을 더욱 설득력 있게 구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