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se 2에서 나의 Personal Space를 '하나의 공간에서 다채로운 감각을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정의했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단차를 이용한 공간을 선택했다. 우리는 다른 사람과 같은 공간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연결감을 느끼지만 아주 작은 단차만으로도 독립된 분리감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나의 Personal Space는 Phase 3의 주제인 Hidden dimension과도 깊이 맞닿아 있다. 단차를 통해 분리감을 느끼는 본질적인 이유는 높낮이에 따라 공간 속 보이지 않는 감각적 요소들이 미묘하게 변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단차의 레벨을 아주 다양하게 배치하여 건물 내에 아주 다양한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전체적인 구조는 지하(-80cm)부터 최고층(+220cm)까지 모든 레벨이 사방으로 막힘없이 연결되는 입체적인 스킵 플로어 형식으로 계획했다. 동선이 사방으로 열려 있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서로의 존재와 움직임을 늘 인지하며 느슨한 연결감을 공유하게 된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각 레벨이 가진 정교한 높낮이 차이(단차)를 통해 즉각적인 심리적 분리감을 획득하도록 했다. 또한, 전형적인 도서관의 틀에서 벗어나 의자와 책상 같은 가구를 과감히 없앴다. 건축이 인간의 행위를 특정 방식으로 규정하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가구가 사라진 대공간에서 사용자는 내부를 자유롭게 탐색하며, 본인이 원하는 분리감의 정도, 시선의 방향,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의 조도를 고려해 스스로 자리를 찾아 앉고 자신만의 영역을 정의하게 된다.
지하 레벨 (-80cm) | 아늑한 몰입과 안착의 공간 이곳에는 바깥의 대지면(Ground Level)과 내부 지하 사용자의 눈높이가 정확히 일치하는 창을 배치했다. 이로 인해 지하에 파묻혀 있으면서도 지상의 외부 풍경을 수평으로 마주하는 독특한 '내·외부 시선의 중첩'이 일어난다. 또한 지상층 창으로 들어온 자연광은 내부 창을 통해 지하로 여과되어 흘러내려 오며, 직접광 대신 은은한 그늘(음영)을 형성하여 정적이고 고독한 몰입 환경을 조성한다.
1층 레벨 (0cm) | 소통과 가변의 중심 보이드(Void) 외벽의 수평 띠창을 통해 가장 풍부하고 밝은 자연광이 유입되는 이 도서관의 중심축이다. 평상시에는 빛 아래에서 사람들이 자유롭게 책을 읽는 열린 커뮤니티 공간으로 작동하지만, 강의나 행사 같은 특별한 상황이 생기면 가구 없는 중앙 보이드가 무대로 변모한다. 이때 위아래의 모든 단차 플랫폼들이 자연스럽게 객석 역할을 수행하며 거대한 '원형 극장(Amphitheater) 효과'를 만들어내고 공간의 성격은 다층적으로 중첩된다.
2층 레벨 (+140cm) | 비대칭적 시선 교차와 전이 공간 상하부 층을 연결하는 중간 지점으로서, 인간이 서 있거나 앉아 있을 때의 눈높이(Sitting Level)를 영리하게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계단을 통해 이동할 때는 주변 사방이 내려다보여 느슨한 연결감을 주지만, 플랫폼에 자리를 잡고 앉는 순간 시선선이 낮아지며 주변 바닥면이 벽체 역할을 대신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시야가 차폐되면서 '동선은 열려 있으나 시선은 분리되는' 숨겨진 차원의 메커니즘이 완벽히 작동한다.
최고층 레벨 (+220cm) | 전체 조망과 개방의 공간 도서관의 가장 높은 곳에서 전체 체적과 아래층 사람들의 실루엣을 한눈에 내려다보는 압도적인 시야를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창과의 시선이 맞닿는 공간인 만큼 사용자에게 극대화된 개방감과 해방감을 선사한다.
전체적인 레벨 계획 외에도 공간의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 두 가지 핵심적인 디테일 요소를 심어두었다. 첫 번째는 지하 공간 내부에 계획한 '지하 2인용 마이크로 단차와 대지창'이다. 이는 지하 메인 바닥에서 단 한 단을 살짝 높인 아주 미세한 물리적 변주다. 거대한 벽체를 세우지 않았음에도 이 작은 높이 차이만으로 뒤쪽 대공간과 구별되는 심리적인 영역성이 생긴다. 동시에 전면에 대지레벨부터 시작하는 창의 풍경을 오롯이 독점할 수 있어, 아늑하게 독립된 개인 혹은 연인만을 위한 영역이 완성된다.
두 번째 디테일은 '+140cm 레벨과 연결된 1인용 썬큰 평상의 재해석'이다. 본래 대지 외부 모서리에 위치하여 '개방과 소통'을 상징하던 전통적인 평상의 기억을 도서관 내부로 과감히 끌고 들어왔다. 이를 설계 콘셉트에 맞추어 뒤틀어 2층 레벨과 매끄럽게 연결하되, 외부로 열린 형태가 아닌 한 사람이 혼자 들어가 조용히 사색할 수 있는 작은 썬큰(Sunken) 구조로 변형했다. 장소가 지닌 고유한 맥락을 보존하면서도 철저히 분리된 개인의 퍼스널 스페이스를 만족시키는 핵심 포인트다.
결과적으로 이 도서관은 벽체로 잘게 단절된 방들의 조합이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열린 볼륨 안에서 단차와 창문이 만들어내는 빛과 시선의 조율만으로 독립성을 획득하는 공간이다. 모든 이가 하나의 구조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각자가 원하는 숨겨진 차원을 선택하여 철저히 분리된 자신만의 퍼스널 스페이스를 누릴 수 있는 새로운 도서관 경험을 구현하고자 했다. 다만 이번 마감 크리틱 발표를 치르며 한 가지 짙은 아쉬움이 남았다. 단 하나의 장소에서 상반된 분위기와 다채로운 감각을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나만의 퍼스널 스페이스 개념을 모형으로는 정교하게 구현해 냈지만 이를 도면이나 패널 상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시각적으로 명쾌하고 알기 쉽게 표현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보이지 않는 차원인 빛의 전이나 시선의 교차 메커니즘을 2D 도면 위에 직관적인 다이어그램이나 그래픽 오버레이를 통해 시각적으로 완벽히 증명했어야 했는데 이를 매끄럽게 전달하지 못한 부분이 마감 후 큰 아쉬움으로 복기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설계는 나에게 매우 뜻깊은 경험이자 성장의 계기가 되었다. 건축에서 단순히 벽을 세워 기능적으로 실을 나누는 정형화된 틀을 넘어 빛과 시선, 시야라는 비물질적인 차원이 어떻게 인간의 심리적 경계를 제어하고 풍부한 공간적 중첩을 만들어내는지 온전히 나의 언어로 실험해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도면을 통한 시각적 설득력 부족이라는 아쉬움은 다음 설계 작업을 위한 확실한 보완점이자 발전의 발판으로 삼고 이번에 치열하게 탐구했던 연결과 분리의 역설 그리고 감각의 중첩은 앞으로도 나만의 단단한 건축적 가치관으로 발전시켜 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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