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프로젝트의 주제는 '숲 속 도서관’이 아닌 ‘도서관 속 숲’이다.
설계를 시작하며 배봉산숲속도서관을 분석했다. 숲이라는 좋은 환경 입지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용자는 대부분 창을 통해 숲을 바라보는 입장에 머물러 있다. 또한 기존 건물 위에 도서관을 증축하는 방식이다 보니 실제 숲과 이용자 사이에는 물리적, 심리적 거리감이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초기에는 중정이나 데크를 계획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정은 결국 창으로 구분된 자연이고, 데크 역시 사람이 자연으로 나가는 외부 공간일 뿐이라는 한계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연을 단순히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건물 내부까지 스며드는 경험을 만들고자 했다.
이러한 생각은 ‘자연의 관입과 침범’이라는 개념으로 발전했다.
이 건물을 자연 속에 배치한 것이 아니라, 마치 자연 위에 건물을 씌운 것처럼 느껴지기를 바랐다. 흙과 식재가 실내로 연장되고, 교목이 건물 내부까지 들어오도록 계획했다. 이를 통해 건물 안에 자연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건물을 점유하고 있는 듯한 경험을 만들고자 했다.
특히 실내에 교목을 도입하여 이용자가 실내에서도 숲의 수직적 스케일과 존재감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자연의 관입을 실현하기 위해 건물 내부에는 길게 이어지는 선형 화단을 계획했다.
이 화단은 단순한 조경 요소가 아니라 건물 내부를 가로지르며 자연이 실내로 침투하는 구조적 장치이다. 기존에는 실내와 실외가 벽으로 구분되었다면, 이 공간에서는 흙과 식재가 하나의 연속된 지형처럼 건물 내부까지 이어진다.
또한 일부 구간은 바닥 레벨을 낮추어 화단과 이용자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계획했다. 이를 통해 이용자는 자연을 내려다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높이에서 마주하게 된다. 화단 양측에는 각각 약 2.15m의 폭을 확보했다. 이는 사람이 쪼그려 앉아 작업할 수 있는 공간과 식물 관리 범위, 그리고 뒤를 지나는 이용자의 쾌적한 보행 동선을 함께 고려하여 결정한 수치이다.
결과적으로 이 화단은 단순한 식재 공간이 아니라 자연이 건물을 점유하고, 이용자가 자연과 동일한 레벨에서 관계를 맺도록 만드는 설계의 핵심 장치이다.
이 설계의 공간 구성은 단순히 실내와 실외를 구분한 것이 아니다. 자연을 하나의 상태가 아니라 인간과 자연의 관계가 변화하는 '경험의 스펙트럼'으로 바라보았다. 어떤 자연은 인간이 해석하고 배치하며, 어떤 자연은 인간과 자연이 함께 만들어가고, 어떤 자연은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 존재한다.
그래서 공간을 닫힌 자연, 반열린 자연, 열린 자연으로 구성하였으며, 이는 공간의 주도권이 인간에게서 자연으로 이동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첫 번째는 닫힌 자연이다.
닫힌 자연은 인간이 공간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영역이다. 다만 도서관의 본질을 유지하기 위해 자연을 독서 활동의 연장선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두 번째는 반열린 자연이다.
이 공간은 인간과 자연이 함께 주도권을 가지는 영역이다. 인간은 식물을 심고 관리하지만, 햇빛과 바람, 계절의 변화까지는 통제할 수 없다.이곳에는 가드닝 클래스와 세대공동재배 프로그램을 계획했다. 가드닝 클래스는 자연을 바라보는 단계에서 직접 돌보는 단계로 나아가는 프로그램이며, 세대공동재배는 식물을 매개로 어린이와 어르신이 함께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계획한 도서관 커뮤니티 프로그램이다.
세 번째는 열린 자연이다.
이 공간은 기존 숲 자체를 의미한다. 이곳에서는 자연이 공간의 주도권을 가지며, 인간은 자연을 관리하는 존재가 아니라 방문하고 경험하는 존재로 머무르게 된다.
여기서 닫힌 자연 내부는 다시 세 단계로 구성된다.
먼저 이야기정원은 인간이 해석한 자연을 만나는 공간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식물과 식물 큐레이션을 통해 자연을 읽는 경험을 제공한다.
그 다음 교목라운지에서는 실제 교목이 실내로 관입한다. 이용자는 나무 아래에서 독서와 휴식을 즐기며 해석된 자연이 아닌 실제 자연과 마주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발아정원에서는 씨앗과 묘목의 성장 과정을 관찰하며 반열린 자연으로 연결되는 시작점의 역할을 한다.
즉 닫힌 자연은 인간이 해석한 자연에서 시작하여, 실제 자연을 만나고, 성장하는 자연을 통해 외부 자연으로 확장되는 흐름을 가진다.
마지막으로 단차 공간이다.
숲을 단순히 감상하는 대상이 아니라 직접 마주하는 대상으로 경험시키고 싶었다. 그래서 일부 공간의 레벨을 낮춰 이용자의 시선이 지표면과 유사한 높이에 위치하도록 계획했다. 이를 통해 이용자는 자연을 내려다보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영역 안으로 들어가게 되며, 흙의 질감과 작은 식물의 변화, 계절의 흔적 등을 더욱 가까이 관찰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 설계는 숲속에 도서관을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건물 내부까지 침범하도록 하여 인간 중심의 환경에서 자연 중심의 환경으로 이동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도서관이 숲을 담는 건축이 아니라, 숲이 도서관을 점유하는 건축이 되기를 바랐다. 그래서 건물 안에 자연을 배치한 것이 아니라, 자연이 통과할 수 있도록 건물을 비우고 열어두는 방식으로 공간을 계획했다.
이번 설계는 건축학과에 와서 처음 진행한 설계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의미가 컸다. 설계를 진행하면서 저는 공간에 대한 아이디어를 만들거나 스토리를 구성하는 부분에는 비교적 강점이 있지만, 그것을 구조와 공간 구성의 논리로 설명하는 부분은 부족하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또한 도서관이라는 건축물이 단순히 책을 보관하는 공간이 아니라 어떤 활동과 관계를 담아낼 수 있는지 고민해보게 되었고, 서울가드닝클럽과 같은 다양한 사례를 조사하면서 프로그램과 공간의 관계에 대해서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무엇보다 여러 사례를 분석하고 설계를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제가 어떤 공간을 만들고 싶은지에 대한 기준과 관점이 조금씩 생겼다는 점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이번에 발견한 부족한 부분들을 보완하여 아이디어뿐 아니라 공간적, 구조적 논리까지 함께 설명할 수 있는 설계를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