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Phase2에서 나만의 책 공간을 야외 공간으로 정했다. 내가 좋아하는 독서 공간은 계속 밖 바람이 불어오고, 자연의 소리가 들리고, 자연광이 내리쬐는 그런 공간이었다. 그렇기에 난 정자의 개념을 차용하고자 했다
정자는 과거부터 학문과 수양의 공간이면서 휴식과 풍류의 기능을 수행했다. 선비들과 서원의 유학자들은 건물이 아닌, 정자에서 보이는 절경, 파노라마로 펼쳐진 자연을 주인공으로 한 정자에서 수많은 시를 짓고, 수많은 책을 읽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나 이 정자는 현대로 넘어오며 휴식의 공간만이 강조되고, 전망대의 기능만이 남아가고 있다. 나는 나만의 책 공간 정자에서 이 과거의 기능을 부활시킨다면 완벽한 나만의 책 공간이 될 것이라 느꼈다.
일단 정자를 그리며 스터디해봤다. 형태나 기능, 미적인 부분에서 참고할 내용이 있을 것 같아 치수를 확인해보기도 하고 전체적인 실루엣을 보기도 했다.
사이트는 외부 테이블이 놓여진 곳으로 정했다. 저곳은 테이블이 놓여있지만 책 반출을 막기 위해 문으로 연결되어있지는 않아 책을 가지고 나가기 위해 열람실 1, 2 를 지나쳐 대출해 나가야 하는 곳이었다. 나의 외부에서 자연을 느끼는 독서 공간을 실현하기 위해 이 공간과 열람실 3을 연결하고 싶었다. 그래서 처음엔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정자를 지어 단순한 연결을 하려 했다. 도서관을 향한 제 2의 진입로를 만드는 셈
이 정자는 자연을 땅의 시점, 나무 기둥의 시점, 그리고 나무 꼭대기의 시점으로 볼 수 있게 바닥의 높이를 300, 700, 2100으로 층을 구성한 설계였다. 그러나 모형을 만들수록, 도면을 그릴수록 도서관과 무슨 맥락을 맺는지도 모르겠고 점점 주제에서 멀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건 그냥 내가 만들고 싶은 구조물인데, 이게 굳이 도서관에 있어야 할까? 심지어 내기 도서관에서 보고 느낀 아름다움과 풍경이 지워지는 느낌도 들었다. 또한 이대로 짓는다면 숲 뿐 아니라 도시가 더 잘 보일 것이 뻔했다. 내가 아름답다고 생각한 것은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이었고, 그 나무 그림자와 빛은 한 폭에 그림같기도, 시계같기도, 조명같기도 했다.
그래서 난 땅으로 들어갔다. 빛이 올 길을 줄이면 그 길만 보이지 않을까?
나의 땅굴 정자는 기존 정자의 모든 구조를 뒤집었다. 사방은 막혀있고 하늘로만 뚫려 있어 주변의 파노라마 풍경이 아닌 오직 하나의 하늘만 보이게 된다. 비와 눈을 막아주던 천장은 없어져 비와 눈, 낙엽이 그대로 정자로 들어온다. 그럼에도 이 공간은 정자다. 4.5m로 깊게 판 높이는 그 어떤 곳에서도 주변의 인공물들이 보이지 않게 해준다, 속세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아도 사방에 자연만 남게 해주는 장치인 것이다. 또한 도서관에서 이곳으로 연결되는 길목엔 책장을 배치해 자연스럽게 정자에서의 독서를 권유한다. 추가적으로 건물의 서쪽 벽엔 오후 내내 나무의 그림자가 비치며 도서관의 벽면은 빛의 캔버스가 되고 도서관의 방문자는 태양이 남중하는 12시부터 이 포착된 빛을 볼 수 있게 된다.
물론 지하이기에 이 공간을 야외로 뚫었을 때 책이 도난될 위험도 없다.
4월 방문했던 뮤지엄 산, 제임스터렐관에서 포착한 빛이 면이 되는 순간, 나는 Phase 1에서도 빛과 틈에 의해 면이 생기는 순간을 포착했었고 어쩌다보니 내 독서공간에서 자연을 담기 위해 하늘을 면으로 만들어 천장으로 삼고 있었다.
모형제작중
나의 독서 공간은 자세와 행동이 자유로운 공간이기도 하다. 난 책을 읽을 때 계속 자세가 바뀌기에, 그래서 난 이 공간에 등받이 조절이 가능한 방석을 둬 자신의 자세를 마음대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누워도, 기대 앉아도, 좌식으로 앉아도, 혹은 정자세로 있어도 괜찮은 공간, 나는 이러한 공간이 정자와 맞닿아 있다고도 생각했다. 정자는 사람의 동작을 강제하지 않는다. 자유롭게 앉아 자기가 보고싶은 것을 보며 하고싶은걸 할 수 있는 공간인 것이다. 또한 공간을 전혀 분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공동체의 공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곳에선 모두가 아무런 도시도 느껴지지 않는 하늘과, 나무 기둥만을 바라보게 된다. 그 과정에서 간단한 대화를 할수도, 함께 바라보며 감상하는 공동의 경험을 가질수도 있다.
정자 중 겨울을 나기 위해 여러 칸 중 몇 칸을 구들장으로 만든 정자가 있다. 야외 공간의 한계점을 야외와 내부를 더해 해결한 것인데 나 역시 내가 만든 이 공간이 너무 가혹한 날씨나, 비가 올 때 오래 머무를 수 없는 한계를 극복하고자 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내부 공간으로 도서관 지하를 확장해 빌트인 에어컨을 넣고, 방석을 보관하고 야외공간을 관망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이 공간에 창 가까이 서면 위로 열람실 3의 서까래 처마가 보이는데 이를 통해 기존 정자 난간에서 보던 풍경의 유사성을 구현했다.
정자의 마루는 건물을 따라 처마선보다 안쪽에 길게 하나를 배치했고, 대청이 될 거실과 같은 공간, 활동과 대화가 이루어질 공간을 위해 두 개를 마주 보게 배치해 사람들이 대화하고, 떠들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고, 정자 공간의 근본은 좌식이지만 입식으로 앉을 공간을 늘렸다.
전체 모형, 전체 모형은 구조적 실현 가능성을 보여주고, 지하 공간을 잘 표현하고 싶어 단면 모형을 만들었다. 도서관에서 지하로 이어지는 연결부 공간, 실내에서 야외를 보는 지하 실내 공간, 그리고 야외의 빛을 우물처럼 담는 공간, 이렇게 세 공간이 가장 잘 보여지도록 건물을 자르게 되었다.
이 공간의 이름은 천정이다 천장의 비표준어지만 천장이 하늘이기에 역설적으로 말이 되는 천정 하늘을 담은 우물 천정 그리고 하늘 아래 정자 천정 나의 독서 공간과 내가 발견한 히든 디멘션을 잘 담는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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