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페이즈 1이 끝나고, 배봉산 숲속 도서관에 도착해 처음 봤을 때 정말 놀랐던 점은 도서관 앞에 어린이 놀이터가 있다는 점이었다. 도서관 옆에 놀이터가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더 신기했던 점은 도서관 안에 마루도 있었던 것이었다. 그때 생각했다. ‘이 도서관은 평범한 도서관은 아니구나.’ 이런 특징 때문인지 아니면 페이즈 1이 이제 막 끝나 피곤했던 탓인지 처음 갔을 때부터 나의 머릿속에 떠오른 키워드는 ‘휴식’ 이었다. 이 단어는 후에 나의 공동시나리오에 영향을 주게 된다.
1/50 도면 그리기는 정말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1/30 도면을 1/50에 맞게 크기를 변환하고 선이 틀어지지 않게 그리는 일도 어려웠는데, 가장 고역이었던 일은 선의 위계를 나타내는 일이었다. 처음 받은 종이 도면은 위계 표현이 완벽히 되어있지 않아 거의 다 배운 위계대로 선을 위에 덧대는 작업을 거쳐야 했다. 하지만 손 도면을 다 그리고 나니, 손 도면 과제를 내주신 이유를 알 수 있게 되었다. 도면을 볼 때 무엇을 집중적으로 봐야하는가를 알게 되고, 선의 위계를 알고 구조가 어떻게 표현되어 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다음으로 진행한 과제는 그 중요한 1/30 모형 만들기였다. 이 과제로 난 팀플레이의 중요함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난 C반이 정말 좋은 반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내가 주요하게 맡은 파트는 구조와 지붕이었다. 구조는 서까래와 보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해 여러 번 논의했었다. 서까래 내부가 제대로 잘 보이지 않아서 처음에는 내부에서 보이는 서까래와 건물 밖에서 보이는 서까래를 통일해서 제작했었는데 높이가 맞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냈다. 서까래가 두 면으로 분리되어있다는 생각이다. 이 아이디어를 조원들과 공유하고 바로 실행으로 옮겼다. 건물 내부에 치장용 서까래가 배치되어있고, 천장 흰 면 안에 구조용 서까래를 배치해서 그것을 건물 바깥에 보이는 서까래와 연결되게 만들었다. 하지만 나중에 교수님께서 설명해주시길 하나의 서까래가 흰 면 밖으로 튀어나오면서 밖으로 보이는 지붕까지 연결되어있는 것이었다. 비록 현실의 도서관 구조를 완벽히 반영하지 못했지만 보이지 않는 구조에 대해 아이디어를 직접 내고 이걸 모형에 표현했다는 점에서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었다. 그 밖에도 모형을 만들면서 에어컨을 폼보드로 표현하기도 하고, 발표 준비를 하면서 조원들과 의견도 나누면서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었다.
모형 제작 과정 중 간단한 작업을 하면서 공동시나리오 조원들과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토론했었다. 원래 처음에 우리가 했던 생각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과 가구를 새로 만드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나는 교수님과의 크리틱 과정에서 책을 읽으면서 휴식도 취하고 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나의 주요 이야기라고 설명했기 때문이었다. 다른 조원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의 공동시나리오는 그 길로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페이즈 2의 특성 상 새로운 공간과 가구를 만드는 것은 목적을 살짝 벗어난 것이기도 하고, 조원 각자의 이야기가 통일되어있지 않아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기로 했다. 그래서 우리는 도서관인 만큼 초심으로 돌아가 책을 하나씩 선정하기로 했다. 책을 선정해서 우리가 도서관 안에서 상상하는 모습과 우리가 정말 책에 들어간 것처럼 1:1 드로잉에 표현하고, 그것을 우리의 개인시나리오로 표현하기로 했다. 우리의 공동시나리오는 편안함과 아늑함, 그리고 창을 통한 시선의 다양성이었다. 우리는 다른 열람실에 있는 긴 테이블을 큰 창 앞으로 옮기고 뒤에 낮은 책장을 배치함으로서 답답하진 않으면서도 낮은 책장을 파티션 느낌으로 가져가 아늑함과 편안함을 주는 것을 목표로 했다. 또한 긴 테이블 앞에서 큰 창 밖을 바라보았을 때 어디 의자에 앉느냐에 따라 보이는 숲이 달라지는 것 또한 우리 시나리오의 특징이었다.
마지막으로 개인시나리오로 나는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를 선정했다. 왜냐하면, 공간 안에서 사건의 단서를 찾아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처럼 건축도 공간 속에서 건축적 단서를 찾아 표현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나는 1:1 드로잉에 셜록 홈즈의 시그니처인 곰방대와 나의 휴식이라는 개인시나리오를 넣어서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