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sonal Space, ‘개인적 공간’이 무엇인지를 정의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단어를 분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개인’과 ‘공간’을 각각 나누어 의미를 생각해 보고자 했다. ‘개인’은 개개인이라는 특성을 의미할 수도 있고, 나 자신을 의미할 수도 있다. ‘개인’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편안하고 아늑한 감정이 떠오르기도 한다. 내가 모든 요소를 통제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드는 안도감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종합하면 ‘개인’이라는 것은, 내가 어떤 상태일 때 편안함을 느끼는지에 관한 것이다. 통제할 수 있는 상황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것은 인간의 본능 중 하나이다. 이를 심리학 용어로 Perceived control, 통제감이라고 부른다.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가득한 상황에서 스릴과 재미를 느끼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향적이고 방어적인 성격을 가진 나는 내 주변 상황에 대해 통제감을 느낄 수 있을 때 가장 편안한 상태가 된다. 나는 나의 Personal을 이러한 감각으로 찾고자 하였다. 나는 배봉산 숲속 도서관에 갔을 때, 외부에서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지만, 건물 내부에서는 그러지 못하였다. 사람들 사이의 상호작용이 많았기 때문이다. 실내에서, 더군다나 좁은 도서관 내에서는 당연한 일이지만 Personal을 찾던 나에게는 방해 요소였다. 오히려 야외의 경우, 배봉산에 둘러싸인 외부 풍경과 벽돌 외장재가 사람 간의 마찰을 줄이고 시야에 제한이 생겨 나에게는 더욱 아늑한 장소처럼 느껴졌다. 그러다 발견한 공간이 도서관 모퉁이의 코너였다. 책장과 책장이 직각으로 만나며 만들어진 그곳은, 도서관에서 유일하게 나에게 ‘개인’을 발휘할 수 있게 해준 공간이었다.
코너에 눈길이 갔던 건 그때가 처음이 아니었다. Phase 2의 두 번째 과제는 도서관의 평면도와 입면도를 그리는 것이었다. 아직 도면에 대해 무지하고, 건물의 구조와 재료를 구분할 줄 몰라 도면을 그리며 혼란스러운 감정이 있었다. 따라서 구조를 대강 손으로 익히며, 수평선과 수직선을 깔끔하게 그리는 기초를 연습한다고 생각하자는 마음을 가지고 그렸다. 건물의 모퉁이는 내외부 모두 선과 선이 만나 만들어지므로 그릴 때 신중해지는 곳이었다. 나는 평면도 위에 사람의 흔적 또한 넣고 싶어 사람들이 행동하는 모습을 유추할 수 있는 발자국을 그려 넣었다.
코너 또한 분명 사람들이 매력을 느끼고 다가갈 공간이라고 생각하여 발자국을 그려 넣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모퉁이를 바라보는 저 발자국은 나를 표현한 페르소나의 일종이었다.
내가 코너에서 Personal을 찾은 이유는 나의 시야가 직각의 두 벽면으로 제한되어 타인과 분리되는 독립적 감각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어릴 적 사방이 트여있는 거실에서 혼자 이불을 뒤집어쓰고 책을 읽었던 감각과 비슷한 편안함이었다. 어머니가 설거지하시는 달그락 소리와 아버지가 텔레비전 보시는 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려오지만, 이불 속 작은 공간 하나로 나만의 독립적인 세상을 만들었던 경험이다. 도서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여전히 사람들의 작은 말소리나 발걸음 소리, 책장 넘기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오지만 눈 앞을 가리는 거대한 책장 벽이 나만의 독립적이고 편안한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나만의 세상을 만드는 일, 그것이 바로 Personal Space를 만들어 내는 것으로 생각하며, 내가 찾은 방법은 바로 시야를 제한하는 것이었다. 나는 콜라주를 통해 내가 정의한 Personal Space의 감각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코너의 구조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구도를 활용하기 위해 평면도를 핵심으로 사용하였다. 어릴 적 나의 경험과 연결하기 위해 이불을 뒤집어쓴 피사체들의 외곽선을 따와 주변에 배치하였다. 더불어 내가 느끼는 안정감과 편안함을 표현하기 위해 콜라주의 배경을 숲으로 설정하였으며, 콜라주 전체의 색감을 따뜻한 색상으로 바꾸었다. 도서관의 바닥 타일을 평면도에 사실적으로 붙여 넣어 이미지로 삽입한 책장의 사진과 평면도 사이의 이질감을 없애려 하였다.
이제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나는 나의 Personal Space를 정의하고 난 후, 공간에 관한 질문을 가지게 되었다. 공간은 실체를 가진 장소인가? 물리적 분리 없이 인지만으로 공간을 만들 수 있을까? ‘공간’에 대한 탐구는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관점으로 이루어져 왔다. 물리학에서 공간은 물체들이 상호작용을 하는 관계의 집합이며, 수학에서 공간은 좌표계로 수치화되는 실재이다. 철학에서, 특히 불교에서 공간은 모든 존재의 본질이자 깨달음의 매개체로 인지되며, 만물이 연결되어 있다는 불교의 공 사상의 배경이 된다. 나의 Personal Space를 설명하려면 공간은 인지의 영역까지 확장되어야 한다. 또한 모두에게 공통되게 다가오는 것이 아닌, 자의적이고 주관적이어야 한다. 나는 외부 또는 주변 환경과 분리되는 감각이 느껴지는 상황을 ‘공간’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공간 안의 존재가 완전히 독립될 필요는 없다. 하나의 공간 안에서 우리는 상호작용을 하지만 동시에 외부의 특정 존재와는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공간은 중첩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개개인의 독립적인 사고를 하기 때문에 하나의 사람은 하나의 인지적 공간을 가지고 있는 것과 같다. 그와 동시에 어느 장소에 있는지에 따라 특정한 물리적 공간에도 속해있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나는 도서관의 책장이 직각으로 만나는 곳에서 서 있을 때 주변 환경과 분리되는 감각을 느끼며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내었고, 그와 동시에 통제감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해당 공간은 나의 Personal Space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1:1 드로잉에서 공동 시나리오를 제작하며 가장 중점에 두었던 부분은 각자의 페르소나가 개개인의 Personal Space를 얼마나 나타낼 수 있는지였다. 나의 페르소나는 ‘본인의 시야를 가림으로써 편안함을 느끼는 존재’이다. 스스로 눈을 가리며 안정을 얻는 어린아이, 포식자로부터 숨기 위해 땅에 머리를 묻는 타조, 위험을 느끼면 짊어진 본인의 집으로 숨어버리는 소라게나 달팽이를 예시로 들 수 있다.
단면도에서 나의 페르소나는 도서관이라는 외부와 분리된 물리적 공간에 속해있는 동시에, 선생님, 친구들과 숨바꼭질을 통해 상호작용을 하며 공통의 경험을 나누는 인지적 공간을 공유하고 있다. 더불어 스스로 눈을 가리며 남들이 자신을 보지 못한다는 안도감과 편안함을 느끼고 있으므로 Personal Space를 찾았다고 볼 수 있다. Phase 2 과정에서 아쉬웠던 점이 딱 하나 존재하는데, 바로 분반별 하나의 공동 모형을 제작할 때 Personal Space를 녹여내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앞서 진행된 모든 과제는 Personal Space라는 공동의 주제를 통해 하나의 과정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지만, 모형 제작 과정은 이러한 흐름과 무관한 하나의 독립된 과제처럼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형 제작에 대한 첫 경험을 팀원들과 협업하는 과정에서 협동심, 소통 능력과 함께 배울 수 있었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1:30 모형 제작 과정에서 2인조로 창호 제작을 도맡아 하였다. 모형을 제작하며 창호의 구조와 기능에 대해서 더욱 자세하게 탐구할 수 있었다. 특히 창호가 바닥의 단차, 지붕과 연결되는 구조에 처음으로 집중하며 건물의 전체적인 구조를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을 얻기도 하였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Phase 3에서는 나의 Personal Space의 감각과 경험을 모형에 녹여내 보고자 한다.
참고 문헌 Landau, Kay and Whitson. (2015). "Compensatory Control and the Appeal of a Structured World". 『Psychological Bulletin』 , Vol.141 , No.3 , p.695. 신현숙. (1990). “대승불교(大乘佛敎)와 공(空)사상의 전개:공(空)과 연기법(緣起法)을 중심으로”. 『불교 학보』 , 제27집 , 137-165. 정수미, 임경란. (2012). “공간개념 유형분류를 통한 특성분석”. 『기초조형학연구』 , vol.13 , no.3 , 통권 51호 , 305-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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