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se 2에서 내가 정의한 Personal Space는 단순히 한 사람이 차지하는 물리적 범위가 아니라, 공공공간 속에서 나의 행위와 인식이 개입되며 일시적으로 형성되는 개인적 영역이었다. 처음에는 Personal Space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이것이 단순히'나만의 공간'을 뜻하는 것인지, 아니면 공간 속에서 나의 몸과 행위가 만들어내는 관계를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Hidden Dimension과는 어떻게 구분되는지 또한 모호하게 느껴졌다. Personal Space를 고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도면에 드러나지 않는 빛, 시선, 움직임, 심리적 거리와 같은 요소까지 같이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제를 진행하며 계속해 고민해본 결과, 나는 두 개념을 완전히 분리된 것으로 보기보다 먼저 몸과 공간의 관계를 통해 Personal Space를 이해하고, 그 관계 속에서 도면에 충분히 담기지 않는 감각적, 시간적 층위가 Hidden Dimension으로 이어진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배봉산숲속도서관을 방문하며 나는 치수를 재거나 도면을 그리는 것에 목적을 두기보다, 공간 안에 직접 머무르며 내가 어느 순간부터 그 공간을 '내 자리'로 느끼게 되는지에 집중하였다. 이번 학기 활동을 대표하는 개념인 Personal Space와 Hidden Dimension은 프로세믹스 이론에서 설명된. 프로세믹스는 인간의 공간을 단순한 물리적 거리로 보지 않고, 시각, 청각, 촉각, 열감각 등 여러 감각을 통해 지각되는 관계로 설명한다. 이 관점에서 내가 느낀 Personal Space 역시 고정된 면적이 아니라, 몸과 주변 환경 사이에서 유기적으로 형성되는 영역에 가까웠다. 따라서 내가 이해한 공간은 처음부터 고정된 형태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몸을 낮추고, 물건을 놓고, 시선을 두며, 주변과의 거리를 조절하는 행위 속에서 점차 중첩되고 형성되는 것이었다.
이러한 관점은 도면을 작도하는 과정에서 더욱 선명해졌다. 평면도와 단면도와 같은 도면은 공간의 크기와 구조를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장치이다. 하지만 사람이 도면 속의 공간에 어떻게 머무르고 사고할 수 있을지 도면만으로는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도면을 단순히 수치를 기록하는 수단으로 보기보다, 몸의 움직임과 행위가 개입하기 이전의 조건을 담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자 했다. 즉, 도면 속의 여러 요소들은 도면 위에서 서로 분리된 채 놓여 있지만, 사람이 개입하는 순간 서로 다른 관계를 맺으며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다. 공간의 경계는 물리적 선만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움직임과 지각에 의해 모호해질 수 있기에 도면 속의 공간은 사람이 개입하는 순간 공공공간과 개인공간의 경계는 고정되지 않고 계속해 수없이 중첩되며 이동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
위 사진은 배봉산숲속도서관을 직접 작도한 도면들이다. 제도판이라는 새로운 도구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처음에는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수직선과 수평선을 보다 정확하고 빠르게 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작업 시간을 단축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도면을 그리는 과정 역시 처음에는 어설펐지만, 선의 질서와 작도 순서의 위계를 의식하며 하나씩 쌓아가다 보니 공간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이번 경험은 단순히 도면을 따라 옮겨 그리는 과정에 그치지 않고, 공간이 어떤 질서와 구조 속에서 구성되는지를 몸으로 익히는 계기가 되었다.
단체 모형 과제에서는 도면에서 이해한 공간의 관계를 입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도면에서는 선으로만 구분되던 벽의 두께와 높이 등을 모형에서는 보다 직접적으로 볼 수 있었다. 나는 평소 내가 있는 공간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내가 위치한 곳은 건물의 어느 부분이며 이 부분이 다른 여러 시점에서는 어떻게 보일지를 자주 생각한다. 그렇기에 자연스레 건물의 위층과 아래층으로는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을 이어가게 되는데 건물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이들을 머릿속에 체계적으로 정리하기란 거대한 공간의 크기 때문에 어렵다. 하지만 모형은 건축물을 위에서 아래로 조망할 수 있게 해주었고, 공간의 구조와 관계를 상상하는 데 직접적인 도움을 주었다. 이후 실제 공간을 다시 방문했을 때에도 모형은 일종의 설명서처럼 작용하며, 내가 경험하는 공간을 더 잘 이해하게 해주었다. 반대로 모형 안에 실제 상황을 대입해보며, 가상의 인물이 어떤 동선으로 움직이고 어떤 방식으로 행동할지 상상해볼 수도 있었다. 따라서 내게 모형은 형태를 손으로 재현하는 도구인 동시에, 공간이 어떻게 중첩되고 나뉘는지를 실험할 수 있는 사고의 장치가 돼주었다.
위 사진은 모형 제작 과정을 기록하기 위해 찍은 사진들이다. 단체 과제였기 때문에 역할을 분담하고 함께 만나 작업할 시간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작업을 잘 마무리할 수 있어 뿌듯했다. 벽체는 벽돌, 내장재, 콘크리트의 세 부분으로 나누어 표현했으며, 각 재료의 두께와 질감을 다르게 설정해 시각적으로 구분되도록 한 점이 특히 의미 있었다. 직접 수치를 재고 손으로 모형을 만들어보는 과정은 흥미로웠을 뿐만 아니라, 도면으로만 이해하던 공간을 보다 구체적으로 체감하게 해주었다.
1:1 단면 드로잉 과정에서는 Personal Space의 기준이 더욱 신체적인 문제로 다가왔다. 축소된 도면이나 모형에서는 쉽게 지나칠 수 있었던 몸의 높이, 팔의 거리, 앉거나 몸을 숙였을 때의 자세, 물건을 놓는 위치 등이 실제 크기에서는 훨씬 중요한 요소로 느껴졌다. 1학기 활동을 진행하며 나는 공간이 단지 몸이 차지하는 면적이 아니라, 빛, 소리, 재료, 시선, 자세가 함께 작용하며 형성되는 하나의 현상에 가깝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Personal Space 역시 하나의 단어로 명확히 정의되는 완결된 시점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상황에 따라 달라지며 지금 이 순간에도 변화하는 형성의 과정에 가깝다고 보았다. 그래서 나는 완전히 자리를 차지한 이후의 상태보다, 물건을 내려놓고 몸을 낮추며 자신의 공간을 만들어가는 중간 과정에 주목했다. 이 순간은 아직 공간이 완전히 사유화되지는 않았지만, 이미 개인의 의지가 공공공간에 개입하기 시작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제 나의 개인적인 시선에서 단체 작업의 관점으로 확장해서 보면, 우리가 단면도 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민했던 것은 각자의 Personal Space에 대한 생각이 하나의 결과물 안에서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가였다. 이는 단면도 속 장면이 단순한 배치가 아니라 명확한 의도를 가진 결과물이라는 것을 우리의 작업물을 보는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타당성을 얻기 위해 중요한 문제였다. Personal Space의 정의는 개인이 살아온 맥락과 경험에 따라 각각 달랐기 때문에, 이를 단순히 한 장면 안에 나열할 경우 각자의 이야기가 서로 분리되어 보일 수 있다고 느꼈다. 이에 우리는 공통된 테마를 설정해 서로 다른 공간 경험이 하나의 맥락 안에서 드러나도록 방향을 조정했다.
그 결과 선택한 테마는 '조선시대' 였다. 공간은 현재의 모습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된 땅의 기억과 맥락 위에 형성된다. 따라서 우리는 배봉산숲속도서관을 오늘날의 도서관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만약 조선시대에 책을 읽고 머무는 장소였다면 그 안에서는 어떤 행위와 거리감, 시선의 관계가 만들어졌을지를 상상해보고자 했다.
위 사진들은 조선시대라는 테마를 바탕으로 각자의 Personal Space를 단면도 안에 풀어낸 결과물과 그 과정이다. 나의 경우 좌식 문화와 보퉁이를 내려놓는 행위 등을 통해 오늘날의 도서관과는 다른 방식의 공간 경험을 표현하고자 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단순히 과거의 장면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시대적 조건 속에서도 개인의 공간이 어떻게 형성될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이번 1:1 단면 드로잉 작업은 각자의 생각을 하나의 그림 안에 병렬적으로 배치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조선시대라는 공통된 축을 통해 서로 다른 공간 경험을 연결하려는 시도였다. 몸을 낮추고, 물건을 놓고, 시선을 두며, 주변과의 거리를 조절하는 행위는 하나의 고정된 영역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주변 공간과 계속해서 관계를 맺는 과정이었다. 이 과정에서 단면도는 단순히 건물을 수직으로 자른 도면이 아니라, 시간과 행위, 시선과 거리감이 겹쳐지는 공간의 한 순간을 기록하는 방식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Phase 2 활동은 공간을 단순히 눈앞에 놓인 형태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몸의 움직임과 시선, 물건의 위치, 주변 환경과의 관계 속에서 다시 바라보는 과정이었다. 도면을 통해 공간의 질서를 읽고, 모형을 통해 그 관계를 입체적으로 확인했으며, 1:1 단면 드로잉을 통해 개인의 몸이 공간 안에 개입하는 순간을 구체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내가 이해한 Personal Space는 고정된 면적이 아니라, 사람의 행위와 감각에 따라 계속해서 변화하고 형성되는 영역이었다. 결국 이번 작업은 배봉산숲속도서관이라는 하나의 공간을 분석하는 데서 나아가, 공간이 어떻게 개인의 경험 속에서 중첩되고 의미를 갖게 되는지를 탐구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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