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se 2. 공간의 신체성_공간의 위계, 행위의 궤적. 점유. 공공, 차음. 차양.
essay 시네마틱 콜라주: 배봉산의 나무 사이, 신체가 점유하는 프레임들
[ 포스터: 시선적 점유와 공간의 위계 ]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정교하게 조율된 대칭 프레임처럼, 건축은 인간의 신체를 담아내는 가장 입체적인 스크린이다. 특히 루이스 칸의 ‘룸(Room)으로서의 창’ 개념은 관념적인 공간을 물리적인 물질로 번역해내는 나침반이 되어주었다.
내가 정의하는 ‘Personal Space(개인 공간)’는 고정된 사적 영역이 아니다. 그것은 사용자의 몸과 시선, 빛, 그리고 외부 환경이 교차하며 열리는 연속적인 ‘장면적 공간’이다. 밖은 안, 그리고 몸으로 스며들고, 서고와 열람공간의 공간적 위계속에 나는 공간을 선별하여 몰입한다
[ Scene #1. 프롤로그: 시나리오의 발견 ]
카메라는 배봉산 숲속도서관의 경사진 지붕을 잡는다. 첫눈에 들어온 지붕의형태는 의문을 자아냈다. ‘왜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바닥에 닿지 않도록 설계했을까?’ 이 의문은 내 영화의 첫 번째 실마리였다.
건물의 장축은 방위각 71도에서 251도 방향으로 뻗어 있었고, 큰 창들은 동북동쪽을 향하고 있었다. 나침반과 방위를 대조해 보고서야 비로소 건축가의 의도를 알아챘다. 도서관이라는 공간(Space)의 특성상, 책의 변색을 막고 눈부심(현휘)을 방지하기 위해 직사광선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부드러운 확산광을 실내로 유도한 연출이었다.
‘ Key Cut ’ 열람공간에서의 창: 700mm 책상에서 노트북에 몰입하는 청년의 동작. 400mm 높이의 작은 책상에서 허리를 숙여 신문을 읽는 노인의 시선, 그리고 창문 밖 산책로를 보기 위해 의자를 이리저리 돌리던 사람들의 행태 카메라에 잡힌다.
’NG Cut ’ 안과 밖이 이어진 450mm구조겸 가구. 나가려면/ 들어오려면 너무 동선이 길다.
[ Scene #2. 몽타주 시퀀스: 물질과 구조의 편집 ]
장면이 설계실로 전환된다. 머릿속으로 감각했던 도서관의 장면을 3차원 평면도,입단면도로 번역하는 작도 과정이 이어졌다.
200mm의 콘크리트조 위에 200mm의 단열재를 얹고, 그 위에 다시 50mm의 외장 벽돌을 쌓아 올리는 벽체의 메커니즘을 익히며 도면 위에 단단한 구조를 세워나갔다. 빗물 유입을 막기 위해 창문 부분의 단차를 300mm 들어 올리는 디테일을 풀고, 가로 200mm의 창틀 내부에서 7:3의 비율로 창을 배치하고, 여닫이 창문들이 서로 간섭하지 않도록 구조적 조인트를 세밀하게 조정했다.
이 시퀀스의 클라이맥스는 단면도 속 잘린 서까래 부분을 표현하는 순간이었다. 지붕에서 길게 내려오다가 살짝 아래로 꺾이는 서까래의 전통적 곡선, 그리고 위아래를 메우는 모르타르의 레이어를 차근차근 그렸다. 진회색 기와 같은 외부 벽돌 질감과 내부의 따뜻한 목재 서까래가 만나던 도서관의 순간이 도면 위에 고스란히 재현되었다. 마지막으로 벽돌과 목재의 텍스트를 프린트해 모형에 붙이며 재료의 성격을 확고히 했다
[ Scene #3. 클라이맥스: 1:1 스케일과 스태프의 협동 ]
1:1 단면 드로잉이라는 프레임 속에서 공간의 밀도를 조율하는 영화 스태프처럼, 우리 팀은작업을 수행했다. 축척 플로터 밖 실제 스케일의 세계는 거대했다.
‘어린이의 숨바꼭질'을 주제에 맞게 전지 위에 성인과 어린이의 가구 치수, 신체 가동 범위를 직접 드로잉하며 몸으로 스케일을 체화했다.
문화의 거리 속에서 일어나는 인간의 시선, 동작, 행동과 공간의 관계를 녹여내기 위해 팀원들과 치열하게 토론했다.
혼자서는 불가능했던 스케일의 검증이 팀원들과의 협동을 통해 구조적 안전성과 현실적인 치수를 갖춘 공간으로 스케일업되었다.
[ Scene #4. 엔딩 크레딧: 감독의 노트 ]
데스크 위에 노트를 펼쳐놓으며 카메라가 서서히 멀어진다. 배봉산 숲속도서관의 지붕 형태에서 시작된 호기심은 빛의 과학(확산광)을 알아내고 동선을 분석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설계실의 도면과 모형 작업을 통해 서고(집중), 창가(휴식) 공간의 존(Zone)구획과 구조적 결합 방식을 마침내 내면화했다.
Phase 2의 전 과정은 관념적인 ‘퍼스널스페이스’라는 시나리오가 형태, 공간, 구조, 재료라는 네 가지 시각 언어를 통해 물리적 실체로 상영되는 과정이었다. 재료의 텍스트가 구조를 만들고, 구조가 형태를 이루며, 그 형태가 인간의 행태를 담는 공간이 된다는 이 서사는, 다음 시즌(Phase 3 설계)을 위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될 것이다.
Slide. Cut
*Credits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웨스 앤더슨 감독, 2014.
배형민, 〈현대건축론1〉 강독 자료 중 루이스 칸, 《빛과 침묵》, 이관석 역, 대가, 2011.
강동화, 《건축환경계획》, 9주차 '일조와 일사' 강의 자료,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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