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격자의 도심을 벗어나, 건축가적 시선으로 마주한 첫 공간
건축설계기초 Phase 1의 마침표를 찍던 날 마주한 배봉산 숲도서관은 강렬한 생소함으로 다가왔다. 도심 속 격자형 필지에 들어선 사각형 콘크리트 건물이라는 클리셰에서 벗어나 주변 환경을 고려한 건축물이었기 때문이다. 이 공간은 향후 나의 설계 과제에서 끊임없이 참조될 텍스트이자 나에게 가장 가까운 공간이 될 것이었기에 단순한 이용자를 넘어 '건축가적인 접근'으로 도서관을 이해하고자 하며 나의 탐구는 시작되었다.
과정
1. 도면을 통한 구조 이해, 선의 구축성
도서관의 구조를 본격적으로 이해하게 된 계기는 평면 단면 입면을 직접 그리는 작도 과정이었다. 도면을 그리며 가선을 통해 전체적인 틀을 구획하고 RC벽체와 기둥 같은 구조체들을 먼저 그리는 과정은 머릿속에서 생각한 시공의 순서와 닮아 있었다.
2. 스케일의 전환, 모형을 통한 재료와 형태의 구현
1:30 모형 제작은 도면이라는 2차원 정보를 3차원의 물리적 실체로 번역하는 과정이었다. 우리 스튜디오는 역할을 분담하며 협동을 시작했는데 "구조적 탐구를 수행하는 첫 건축물이 될 것"이라는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나는 벽체 파트를 자원했다. 벽체는 지붕이나 기둥 등 다른 부재들과 제대로 맞물려야 하기에 전체적인 이해가 필수적이었다. 기둥의 길이 오차를 줄이기 위해 기둥과 지붕의 제작을 연계하도록 의견을 조율한 뒤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갔다.
벽체 제작에는 2T와 3T 폼보드를 적층하는 아이디어를 적용했다. 높낮이가 변하는 두 지붕면의 경우는 입면도의 치수를 정확히 측정하여 폼보드 위에 옮겨 표현했다. 외벽 벽돌의 경우 손으로 그렸을 때 발생할 오차나 어색함을 방지하고자 AI로 생성한 정밀한 벽돌 이미지를 스케일에 맞게 출력하여 래핑함으로써 재료의 시각적 질감을 극대화했다. 지붕팀과의 협업 과정에서는 서까래의 입면과 단면을 함께 해석하며 경사지붕이 만들어내는 내부 공간의 형태적 역동성을 삼차원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3. Personal Space 정의의 변동성, '선점'이라는 공간적 투쟁
처음에 내가 생각한 'Personal Space'는 단순히 한 개인이 점유하는 편안하고 물리적인 면적에 불과했다. 그러나 여러 공간들에 대한 사유를 시작하고 Personal Space의 정의는 공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도서관에서의 4시간 활동은 자리가 없어 서서 기다리다가 공석이 생기자마자 자신의 소지품을 던지듯 놓아 '사회적 표시'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기억하게 했다. 이러한 공간적 현상을 의식하고 흥미를 느껴 관련 연구들을 읽어 보았다.
(1)이는 에드워드 홀이 정의한 공공장소에서의 '사회적 거리' 내에 자신만의 고유한 '개인적 거리'를 강제적으로 구획하려는 행위와 같았다. 이를 바탕으로 도서관이라는 개방된 공간에서 이용자들은 소지품을 통해 객관적 거리인 '알파 공간'을 먼저 선점함으로써, 타인의 침범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주관적 '베타 공간'의 경계선을 구축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로부터 모두를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지만 모두가 공간의 주인이 될 수 없기에 ‘조건 내의 모두‘만 공간을 누릴 수 있는 도서관의 공간적 특징이 더 눈에 들어왔다. 앞서 말한 조건을 선점이라고 정의했고 내가 생각한 도서관에서의 선점은 경쟁 혹은 투쟁과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이 활동 이후 한번 더 도서관에 들렀을 때 눈에 들어온 장면은 슬라이딩 책장 틈새에 앉아 책을 읽던 한 사람이었다. (3)슬라이딩 책장은 '통로 및 수장'이라는 명확한 행동 유도성을 지닌 공간이다. 실제로도 그 사람은 자리를 비켜주는 것을 반복했다. 경쟁 없이 설계자에 의해 '자리'로 명시되지 않은 틈새를 점유하는 행위는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게 만드는 '규범적 압박'을 동반하며, 언제든 영역이 침범당할 수 있다는 '영토적 불안정성'으로 인해 이용자에게 끊임없는 심리적 위축과 불안을 야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이를 통해 도서관의 personal space는 '먼저 차지해야만 누릴 수 있는 선점의 공간'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모두에게 열려 있는 공공의 장소이기에 역설적으로 선점을 위한 경쟁과 투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1:1 활동을 하며 나는 도면에 먼저 차지해야 누릴 수 있는 공간을 표현하려고 노력하였다. 공동 시나리오의 어린이라는 역할 덕분에 옷을 잡아당겨 자리를 뺏는 식으로 투쟁을 1차원적으로 투영시켜 표현하였다.
personal space 표현을 위해 콜라주를 제작했다. 앉는 행위, 책을 꺼내는 행위, 책장을 밀치는 행위 등 여러 움직임을 중첩하여 표현했고, 도서관 내부에서의 위치를 드러내기 위해 단면과 입면을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겹쳐냈다. 배경에는 완전히 다른 퍼스널 스페이스의 개념(사적 소유권이 명확한)을 가진 아파트 전경을 배치하여 공공 공간의 가변성과 대비시켰다.
참고문헌
1. science direct, personal space
https://www.sciencedirect.com/topics/nursing-and-health-professions/personal-space?utm
2. 근접 공간학 개념, https://ko.wikipedia.org/wiki/프록시믹스
3.주체적 공간으로서의 효과적 공공도서관 공간 요소 전략-이은영
https://scholar.kyobobook.co.kr/article/detail/4010071902107?u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