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hase 02 ] Personal Space : 공간의 신체성
퍼스널 스페이스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는 그 의미를 알지 못했다. 도서관에서 고민하던 중, 채광이 잘 들어오는 테라스 앞에서 햇빛을 받으며 사색하는 공간이 나의 퍼스널 스페이스라고 느꼈다. 하지만 블라인드가 내려가 채광이 차단되자, 오히려 내부의 부드러운 조명이 더 편안하게 다가왔다. 이를 통해 나는 채광이나 인공 조명 자체보다, 빛이 채워진 공간이 퍼스널 스페이스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이후 이를 콜라주로 제작하며 1:1 드로잉을 준비했다.
평평한 표면 위, 다양한 재료를 조합한 콜라주는 공간의 특성을 해석하는 데에 많은 도움을 준다는 말이 있다1). 프로그램을 활용해 도서관 배경을 스케치하고, 블라인드·커피·책·나의 모습을 콜라주로 표현했다. 여기에 당시 들었던 노래 가사까지 더해 내가 생각하는 퍼스널 스페이스를 효과적으로 담아냈다.
▲나의 퍼스널 스페이스를 표현한 콜라주
그리고 팀원들과 콜라주와 각자의 생각을 공유하며 1:1 드로잉을 준비했다. 팀원들의 퍼스널 스페이스 키워드는 빛, 소리, 인식, 여유, 배려였다. 우리는 이를 바탕으로 도서관 속 고양이와 학생의 관계를 공동 시나리오로 설정했다. 고양이는 ‘여유’, 초등학교 6학년인 주인공의 시선은 ‘인식’, 사람들의 소리는 ‘소리’, 도서관 전체를 비추는 ‘빛’의 페르소나로 표현했다.
여유가 없는 주인공은 사람들의 소리를 소음처럼 받아들이지만, 고양이와의 대비를 통해 점차 변화한다. 조급한 주인공과 여유로운 고양이를 대비시키며 ‘여유’와 ‘인식’을 교차시켰고, 햇빛 아래에서 주변과 단절된 주인공을 통해 ‘여유’, ‘인식’, ‘소리’, ‘빛’을 중첩했다. 이후 고양이의 개입으로 여유를 되찾은 주인공은 주변 사람들의 배려를 인식하고, 소음처럼 느끼던 소리 또한 편안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마지막에는 도서관 풍경 속에서 안정과 여유를 느끼는 모습으로 시나리오를 마무리했다.
▲주인공이 직접 작성한 것처럼 연출한 그림일기
이후 공동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발표를 준비했다. 나는 PPT 제작을 맡아 직접 그림을 그리고, 초등학교 6학년의 시선으로 시나리오를 그림일기 형식으로 표현했다.
또한 도서관 도면을 그리며, 도면을 통해 3차원 공간을 상상해야 한다는 유현준 교수의 말을 떠올리며 각 요소를 분석해 표현했다2). 4종류의 도면을 실제 답사 과정에서 촬영한 사진과 현장에서의 기억을 바탕으로 직접 그리며, 단순히 외형만 바라보았던 도서관이라는 건축물을 이전보다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도면을 그리는 과정에서 공간의 구조와 동선, 시선의 흐름까지 자연스럽게 관찰하게 되었고, 평소에는 인식하지 못했던 공간의 특징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른 도면들은 기본적인 형식을 유지하며 표현했지만, 평면도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보았다. 직접 도서관에 방문하여 특정 시간대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하고 사진으로 기록하며, 사람들이 주로 어느 위치에 머무르는지, 어떤 방향으로 시선을 두는지, 그리고 집중이 이루어지는 공간이 어디인지를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평면도에는 작은 원을 사용해 사람들의 위치를 표현했고, 사람들이 실제로 집중하고 있는 내부 공간만 선택적으로 드러내고자 했다. 따라서 일반적인 평면도처럼 테이블과 책장을 모두 세세하게 표현하기보다, 사용자의 시선 속에서 인식되는 공간과 분위기에 집중하여 도면을 구성했다. 이를 통해 단순한 공간의 형태를 넘어, 사람들이 경험하는 도서관의 감각적인 공간성을 표현하고자 했다.
▲배봉산 숲속 도서관의 평면도와 단면도, 입면도
도면을 통해 도서관에 대해 자세히 이해했을 때, 1:30 모형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서로 역할을 나누고, 시간을 맞춰가며 체계적으로 모형 제작을 했다. 현장 답사를 일주일에 한 번씩 나가며 최대한 정확한 모형을 만들고자 했다.
나는 그중에서도 가구와 조경을 담당했다. 가구를 만들며 강조하고 싶은 건 재료와 배치이다. 모형을 제작할 때, 도서관의 내부 인테리어를 강조하고자 목재를 사용하여 표현하였고, 덕분에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3). 그리고 배치를 실제 도서관과 달리했다. 그 이유는 가구는 벽이나 기둥과 달리, 움직일 수 있는 구조이다. 그렇기에 현장 답사를 갔을 때, 불편했던 점을 해결하고자 가구의 배치를 다르게 구성하였다.
▲직접 수정한 가구 배치와 목재로 구성한 가구의 모습
매주 팀원들과 회의를 하며 모형의 방향성을 계속해서 잡아갔고, 덕분에 모두가 만족하는 모형을 제작할 수 있었다. 특히 서로가 각자 배정받은 부분을 정확하게 알고, 다른 팀원들도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완성된 모형이라고 생각한다.
▲서까래와 지붕 구조, 내부 공간을 자세하게 보여주는 모형 배치
▲채광의 각도도 고려하여 최종적으로 완성한 모형의 모습
이번 도면 제작과 현장 답사를 통해 건축물은 단순한 외형 이상의 복합적인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을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이전까지는 건축물을 주로 외관 중심으로 바라보고 평가했다면, 이번 과제를 진행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구조와 공간의 구성 방식까지 세세하게 분석하게 되었다. 특히 팀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건축 요소와 구조를 함께 탐구하는 과정에서, 건물의 형태와 공간 배치가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의미를 이전보다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지붕 내부 구조나 가구 배치처럼 도면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들은 직접 도서관을 방문해 사진을 촬영하고 분석하며 보완했다. 이러한 과정은 단순한 자료 수집을 넘어 실제 공간을 관찰하고 해석하는 경험으로 이어졌으며, 나에게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다. 더불어 모형 제작 과정에서는 재료의 특성과 공간의 비율, 구조적 안정성 등을 직접 고민하며 적용해 볼 수 있었고, 이를 통해 건축이 단순히 형태를 만드는 작업이 아니라 구조와 공간, 사용자의 경험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학문이라는 점을 배울 수 있었다.
1) Eric J. Jenkins, 김훈 옮김, 『그리다·끌리다·짓다: Drawn to Design』, 아르키움, 2026, pp.56~57
2) 유현준, 「건축가는 도면만 보고 어떤 건물인지 알까?」, YouTube ‘셜록현준’.
3) 남영숙 · 김은일, 「목재가 인간에게 미치는 시각심리적 영향에 관한 기초적 연구 : 가상의 작은 방을 대상으로」, 제 23권 5호, 한국주거학회, 2012년 10월, pp.95~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