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봉산 숲속 도서관을 방문했을 때, 눈에 띄는 점이 하나 있었다. 도서관 옆에 있는 놀이터였다. 조합이 퍽 새로웠다. 조용한 도서관과 시끄러운 놀이터의 병치가 과연 괜찮은지 궁금했다.
놀이터 이용자들의 표정은 아주 밝았다. 도서관 이용자의 표정이 보고 싶어졌다. 나름 예상한 채로 내부로 들어갔다. 그닥 방음이 되지는 않았다. 내 상상을 확신하며, 사람들의 얼굴을 살폈다. 다들 편안한 표정이었다. 이유에 대해 고민했다. 고민하며 벽돌, 콘크리트, 서까래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었다. 듣고, 처음엔 그리 유쾌하지는 않았지만, 계속 듣다 보니, 선율인 듯 아름답게 느껴졌다. 왜 모두 편안한 표정인지 알 수 있었다. 이질적인 두 장소이지만, 묘하게 조화롭다는 점이 내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소리는 개인과 환경을 동시에 관통하며, 감각적 경험을 공유하게 만든다. 일상적 소리를 자각 대상으로 전환하는 행위는 개인 내부의 주의 구조를 재배열할 뿐 아니라, 타자와 동일한 환경적 조건을 공유하고 있다는 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은 자기조절의 범위를 개인 내부에서 관계적 차원으로 확장시키는 촉매로 작용한다.” 소리가 환경, 타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때문에, 청각은 공간을 정의하는 데 있어서 중요하다. 그러므로 퍼스널 스패이스를 [소음이 없는 공간]으로 정의했다. 공간이 있으면, 소리는 있다. 공간 안에 인식주체가 있으면, 소리는 소음 여부를 평가받게 된다. 소음이냐, 아니냐. 이 OX퀴즈가 퍼스널스페이스의 여부를 결정한다. 그렇다면 소리의 요소 중, 어떤 것이 얼마나 영향을 줄까? “연구 결과, 첫째, 인지된 음원의 크기와 음향 만족도 간에는 명확한 음의 상관관계가 관찰되었다. (중략) 둘째, 음원과 공간의 어울림 정도 또한 음향 만족도에 유의한 영향을 미쳤다. (중략) 어울림이라는 단일 인지 변수 외에도 공간적 조건과 사용자 맥락이 함께 작용...(하략)”
소음과 공간의 관계를 가시적으로 보여낸 콜라주이다. 소리는 파동이고, 파동은 공간을 가득 채운다. 소리가 가득 찬 상태를 물처럼 보이는 파원들로 표현했다. 그 위로 투명한 단면도를 배치하여 인식주체와 공간이 상호작용함을 나타냈다. 단면도 안밖의 글자와 악보는 도서관에서 들려오는 실제 소리이다. 도서관에 가면, 도서관 내부 스피커에서 나오는 피아노 음악, 도서관 밖 스피커에서 출력되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 놀이터 위의 아이들과 부모의 말소리가 들린다. 답사 당시에, 소리를 듣고 텍스트로 변환하거나, 노래의 음이름이나 악보를 알아내고자 했었다. 그렇게 모은 자료들을, 실제 소리가 들렸던 방향, 최초의 소리 발생 위치에 맞게 배치했다.
모형 제작 과정에서, 우드락과 나무를 잘랐다. 이때, 질감의 차이가 느낌의 차이로 이어짐을 알았다. 스티로폼은 미끈거리고 나무는 뻣뻣하다. 모형 완성 후, 내부를 보았을 때, 시각적으로 대비가 있음을 확인했다.
도서관의 핵심 재료들은 나무, 콘크리트, 벽돌이다. 각각 주는 느낌이 다르다. 왜 다르다고 느끼게 될까? 느낌은 어디서부터 오는가? “몸에 느낄 수 있는 이용자의 감각인 오감은 빛, 재료, 장소와 함께 일괄된 장인정신의 방식으로 구축되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렇게 적용된 감각적 체험은 내부 공간에 사용된 재료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이용자의 감각을 고려한 장소가 가지는 최대한의 가능성은 독특하고 특별한 공간을 만든다.” 느낌은 오감으로부터 유발됨을 알았다. 퍼스널 스페이스의 재정의가 필요한 순간이었다. 네 가지의 감각(청각, 촉각, 시각, 후각)은 공간 인지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감각이 편안한 공간]으로 확대하여 정의했다. 공간에 대한 느낌이 감각으로부터 온다면, 모두를 만족시키는 공간은 어때야 하는가? 느끼는 감각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며, 하물며 세상에는 감각 중 일부를 잃어버린 사람도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어떤 사람이든 만족할 수 있는 공간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찾아내고 보급하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과제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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