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봉산숲도서관을 처음 찾았을 때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일반 도서관에서는 보기 어려운 통유리 창 구조였다. 기존에 내가 생각했던 도서관은 외부와 단절된 채 집중에 초점을 맞춘 공간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곳은 넓은 창을 통해 숲의 풍경과 자연스럽게 시선을 연결하고 있었다. 특히 높은 층고와 목재 중심의 구조는 공간을 더욱 개방적으로 보이게 했다.
도서관을 관찰하면서 personal space에 대한 고민도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personal space라는 개념이 낯설었고, 이를 어떻게 공간적으로 풀어내야 할지 막막했다. 그래서 공간 자체보다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머무르는지를 관찰하게 되었다. 배봉산숲도서관의 4인용 책상 일부는 창밖을 향하고 있었고, 실제 사용자들 역시 서로를 마주보기보다 자연 쪽으로 시선을 두고 공간을 사용하고 있었다. 나는 이를 통해 personal space는 벽으로 나뉜 독립 공간이라기보다 사람들의 시선과 거리감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단차가 있는 계단형 공간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책을 읽는 공간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 사용 방식은 훨씬 다양했다. 어떤 아이는 바닥에 엎드려 책을 읽고 있었고, 어떤 중학생은 단차에 기대어 공부하고 있었다. 특히 아이들은 정해진 자세를 유지하기보다 몸에 가장 편한 자세를 찾아가며 공간을 사용하고 있었다. 나는 이 모습을 통해 휴먼스케일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이전까지는 단순히 사람 크기에 맞는 공간이라고 이해하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사용자의 움직임과 자세를 얼마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가와 더 관련된 개념이라고 느끼게 되었다.
다음으로는 평면도와 단면도를 그렸다. 도면을 처음 그려봐서 모든 과정이 낯설었다. 벽이 여러 층으로 표현된다는 점이나, 창문과 문을 표시하는 방식, 기준선을 맞추는 방법 같은 것들도 이 과정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형태를 따라 그리는 데 집중했지만 반복해서 작도하다 보니 선과 기호들이 실제 공간의 구조를 나타낸다는 점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던 것 같다.
다음으로 팀별 모형을 제작했다. 우리 조는 단순히 형태만 따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제 건물의 재료감까지 표현하고자 했다. 그래서 벽돌, 콘크리트, 단열재를 각각 다른 색으로 구분했고, 실제 배봉산숲도서관의 슬라이드 문 구조도 함께 구현하였다. 벽체를 자르는 과정에서는 칼의 힘 조절이나 방향을 맞추는 일이 익숙하지 않아 손을 살짝 베이기도 했다. 하지만 벽체를 하나씩 연결해가면서 평면으로만 보이던 공간이 입체적으로 드러나는 과정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가구 제작 과정에서는 책장을 만드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 작은 칸들을 일정하게 맞추는 작업이 예상보다 섬세했고 조금만 치수가 어긋나도 형태가 쉽게 틀어졌기 때문이다. 원래 건축 모형에서는 채색을 최소화하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는 배봉산숲도서관의 분위기를 더 잘 드러내고 싶었다. 그래서 실제 목재 가구 느낌을 살려 책장과 가구를 제작하고 색도 직접 칠해 표현하였다.
이번 모형 만들기 프로젝트는 내가 처음 경험한 팀 작업이었다. 초반에는 역할을 나누어 작업을 진행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역할을 완전히 분리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이후에는 서로의 작업을 함께 도우며 점점 모두가 같이 만드는 방식으로 바뀌어 갔고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힘을 합쳐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모형 작업 이후에는 1:1 드로잉 작업을 진행하였다. 하지만 조원마다 생각하는 personal space의 방향이 모두 달랐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하나의 단면도 안에서 공존시킬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결국 우리는 서로 다른 personal space를 하나의 흐름 안에서 연결하기 위해 배봉산숲도서관을 조선시대라는 시간적 배경 속에서 재해석하게 되었다. 조선시대의 좌식 문화는 바닥 가까이에서 생활하며 눕고, 기대고, 몸을 기울이는 다양한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는데 이러한 모습이 내가 관찰했던 아이들의 행동과도 닮아 있다고 느꼈다.
이러한 큰 틀을 정한 뒤 진행한 1:1 드로잉 작업에서는 실제 크기를 공간 안에 구현하는 과정이 가장 어려웠다. 실제 크기로 표현해보니 몸의 비례와 자세, 공간의 거리감을 맞추는 일이 예상보다 훨씬 복잡했다. 그래서 직접 바닥에 누워보거나 앉아보며 자세를 확인했고 아이의 실제 키와 몸의 움직임을 떠올리며 테이프를 붙여 나갔다. 특히 아이가 몸을 기울이거나 무릎을 꿇는 자세가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여러 번 위치를 수정했다.
또한 조선시대 기록화 속 아이들의 자세도 함께 참고하였다. 기록화 속 아이들은 정자세로 앉아 있기보다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며 놀이와 사고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이러한 모습이 배봉산숲도서관에서 관찰했던 아이들의 행동과도 닮아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단면도 속 아이 역시 조선시대 장기 영재라는 설정 아래 몸을 기울인 채 바둑판에 집중하는 모습으로 표현했다.
(세 번째 이미지는 AI에게 조선시대 화풍으로 변환해달라는 프롬프트를 입력해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또한 단면 드로잉 발표에서는 조선시대라는 설정을 더 자연스럽게 전달하기 위해 뉴스 보도 형식을 제안하였다. 실제 기록물이 새롭게 발견된 것처럼 구성하면 공간과 인물의 이야기를 더욱 흥미롭게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번 Phase 2를 진행하며 공간을 단순히 형태로 바라보기보다 그 안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머무르고 행동하는지 함께 생각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낯설고 어려운 과정도 많았지만 도면과 모형, 1:1 드로잉 작업을 직접 경험하면서 공간을 이전보다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참고문헌
1. 조우리, 최춘웅. (2016). 「공공도서관의 기능에 따른 공간구성요소의 변화에 관한 연구」. 대한건축학회 학술발표대회 논문집, 부산.
2. 임석재. (2003). 『한국의 전통건축』. 북하우스.
3. Gaston Bachelard. (1964). The Poetics of Space. Beacon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