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봉산숲속도서관을 직접 방문해 가구 치수도 재고 공간을 돌아다니며 모은 정보를 바탕으로 평면도, 단면도, 입면도 순으로 1:50 도면 4장을 그렸다. 처음엔 외벽과 내벽 두께 구분이나 스케일 감각을 잡는 게 쉽지 않았지만, 장수가 늘수록 손도 빨라지고 뭘 어디에 표현해야 할지 조금씩 익혀갔다.
다음 방문 때는 열람실3 대신 열람실2 창가 자리에 4시간 정도 앉아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숙여지는 자세나 무심코 창밖을 바라보는 순간들을 천천히 들여다봤다. 창문 너머 보이는 숲과 도로, 등 뒤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동선이 신경 쓰이면서 내가 왜 창가 자리를 좋아하는지 궁금해졌다. Isovist 이론을 찾아보니 넓은 시야는 긍정적이지만 과도한 노출은 집중을 떨어뜨릴 수 있고, 복도를 통해 타인의 시선이 개입되는 창가 자리는 가구 배치로 적절히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8명이서 1:30 모형을 만들 때는 일정 맞추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아서, 각자 나올 수 있는 날에 나와 조금씩 붙여가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나는 지붕 패널과 서까래를 맡았는데, 외부와 내부에서 각각 다르게 보이는 서까래가 천장과 겹치는 구조를 어떻게 표현할지 팀원들이랑 한참 고민하다가, 서까래가 단순한 구조 부재가 아니라 공간의 높이감과 지붕 형태를 함께 만들어내는 요소라는 걸 이해하고 나서야 따로 재단해 발사목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 완성된 지붕을 보며 큰 만족감을 느꼈고 칼질 실력도 는 것 같았다. 이후엔 벽체와 알코브 공간 작업에도 참여하면서 도서관을 더 입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었다.
모형 속 알코브 공간을 설계실에서 수시로 들여다볼 수 있게 되면서 팀원들이랑 가구를 옮겨 아늑한 공간을 만들어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조망-은신 이론을 적용해 열람실2 창가 책상을 열람실3 알코브로 옮기고 뒤에 책장을 세워, 창밖 시야는 열어두면서 등 뒤는 막힌 자리를 만들었다. 아늑함을 주제로 이야기를 끌고 가려 했는데 스토리라인이 잘 안 잡혀 우리는 '도서관'이라는 공간에서 아늑함을 주제로 프로젝트를 끌고나가보자 하였지만 구체적인 스토리라인으로 이어지지 않아 시대적관점, 다른세계로의 관점이 아니라 도서관이 지니고 있는 근본적인 물체나 공간에서부터 다시 생각을 해보자하였다. 그 순간‘책'이라는 도서관에서 흔히 볼 수 있고 도서관이라는 공간에 가장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을지 모르는 ‘책’이라는 것에 포커스를 두게 되었다.그리고 4명이 각자 책속의 세계로 빠져들게 되었을 때 가장 먼저 머릿속에 그리게 되는 캐릭터 및 물체를 1:1단면도에 같이 표현하게 되었는데 난 지브리 스튜디오를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였고 실제로 집에 있는 '지브리 더 아트-이웃집 토토로'라는 책이 배봉산숲속도서관에 없었기에 그 책이 만약에 이 도서관에 있으면 나는 우리가 직접 조성한 공간에서'토토로'라는 캐릭터는 창가 밖에서 풀향기 가득한 숲속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을 것 같은 상상의 나래를 단면도에 반영하였다.
Phase2를 마무리하며 하나의 완결된 서사가 만들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공간을 가구 배치로 재구성하고, 그 안에 책 속 세계까지 단면도로 풀어낸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졌기 때문이다. 동시에 토토로가 창밖 숲에서 나를 바라보는 장면을 그리면서 자연이 공간의 분위기를 얼마나 크게 바꿔놓는지 새삼 실감했다. Phase3에서는 기존 가구 배치의 틀에서 벗어나 자연을 공간 안으로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거나 아예 새로운 공간을 상상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