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신체의 행위와 거리, 높이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또 2차원의 도면은 공간의 무엇을 담고 있을까? 이 글은 이 근본적인 질문을 품고 배봉산 숲속도서관을 온몸으로 탐색한 기록이다. 현장에서 이용자들의 행태를 관찰하고 공간의 치수를 직접 측정하며 구조를 이해하고자 했다. 이를 토대로 일반자료실 영역을 1:50 도면으로 작도하고 1:30 스케일의 입체 모형으로 제작하는 과정에서 공간 내에 존재하는 지극히 사적인 개인 공간(personal space)을 발견했다. 나아가 이 개념을 팀원들과 공유해 공동의 시나리오로 확장시켰다. 이러한 여정을 복기하며, 최종 단계인 1:1 스케일 단면도 드로잉을 통해 추상적인 도면이 실물로 그리고 각기 다른 축척이 우리의 휴먼 스케일로 전환되었던 경험과 건축적 성찰을 담아내고자 한다.
먼저 대상지를 1:50 도면으로 작도하며 벽돌, 단열재, 콘크리트의 3중 벽체 구조와 외부로 열린 대형 창호들의 배치를 파악했다. 이후 도면에서 얻은 정보를 검증하고자 직접 현장을 방문했다. 일반자료실은 큰 창들 덕분에 쾌적한 개방감을 주었고 특히 지붕 층의 단차를 이용해 빛을 끌어들이는 창 구조가 인상 깊었다. 현장에서 이용자들의 행태와 가구 배치 간의 상호작용을 관찰하며 공간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1:30 모형을 제작했다. 우리 스튜디오는 실제 공간의 정밀한 재현을 목표로 벽체, 지붕, 가구 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내가 속한 벽체 팀은 도면에서 알아낸 3중 층을 표현하기 위해 층별로 재료와 크기를 달리해 제작했고 슬라이드 창문의 개폐 기능까지 실제로 구현해 냈다. 모형 내부에 가상으로 나를 대입해 보며 구조물이 시선을 어디까지 차단하는지 혹은 창들이 풍경을 어떤 각도로 담아내는지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모형 제작을 통해 공간을 깊게 들여다보는 법을 배운 뒤 나만의 개인 공간을 탐색했다. 수많은 공간 중 가장 와닿았던 곳은 지붕 사이의 작은 창이었다. 대개의 건축은 열린 공간과 닫힌 공간으로 이분법화되지만 내가 지향하는 이상적인 설계는 공간과 사람, 사람과 사람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도 독립성을 유지하는 곳이었다. 이를 구현하는 핵심 장치가 바로 시선의 높낮이 차이를 이용한 분리이다. 단차를 통해 시선의 레벨을 다르게 설정하면 같은 공간을 공유한다는 유대감을 주는 동시에 미묘한 시선의 엇갈림으로 사적인 독립 영역을 확보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배봉산 숲속도서관의 지붕 사이 창문은 이러한 나의 공간 가치관을 완벽히 담아내는 매개체였다.
이렇게 각자 정의한 personal space를 하나의 공동 시나리오에 담아내고자 많은 고민과 토의를 거쳤다. 그 결과 우리는 시간대를 바꾸어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설정한 뒤 그 안에서 나타나는 개인의 영역들을 표현해 보기로 했다. 이를 효과적으로 시각화하기 위해 1:1 단면도의 대상은 평상과 내부 공간 그리고 지붕이 모두 보일 수 있는 구간으로 선정했고 각자 자신의 personal space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위치를 잡아 도면을 그려나갔다. 이때 나는 다른 팀원들과 달리 사람이 아닌 구렁이라는 페르소나를 택하여 나와 나만의 공간을 표현하고자 했다. 공동 시나리오의 배경이 조선시대라는 점과 구렁이는 수직적 이동이 자유롭다는 공간적 특성을 고려한 결과였다. 머릿속으로만 상상하고 말로만 나누던 우리 조의 시나리오가 1:1 단면도를 통해 눈앞에 실물 크기로 재현되자 그 웅장함과 함께 깊은 공간감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이번 활동을 통해 나는 현장 관찰에서 시작해 도면, 모형, 실제 스케일의 드로잉을 거치며 신체와 건축적 축척 사이의 관계를 탐구할 수 있었다. 1:50 도면과 1:30 모형을 통해 2차원 기호가 담지 못하는 깊이와 공간 내의 여러 상호작용을 이해했고 personal space 탐색을 통해 공공 건축 내 사유 공간의 본질을 질문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융합된 1:1 협동 드로잉을 통해 도면 속 치수가 인간의 행태와 얼마나 긴밀하게 맞물려 있는지 눈으로 확인했다. 이번 경험은 나에게 형태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인간의 척도와 공간에서의 유기적인 상호작용을 중심에 두는 건축적 시야를 열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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