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가장 먼저 수행한 작업은 실제 공간을 측정하고 이를 도면으로 옮기는 일이었다. 평면도 작업에서는 직접 가구와 공간의 치수를 측정하여 도면에 반영하였다. 벽체와 구조체는 굵은 선으로, 가구는 가장 얇은 선으로 표현하면서 공간 안에서 구조와 가구의 위계를 구분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었다. 단순히 공간을 따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어떤 요소가 공간을 지지하고 어떤 요소가 사용자의 행위를 담아내는지를 선의 굵기만으로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단면도 작업에서는 공간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어느 부분을 굵은 선으로 표현해야 하는지, 구조체와 지형의 관계를 어떻게 드러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그러나 교수님의 피드백과 실제 공간 관찰을 반복하면서 단면도는 단순한 절단면이 아니라 공간의 높이감과 흐름, 구조의 논리를 보여주는 도면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특히 배봉산 숲속 도서관은 경사진 지형 위에 자연스럽게 놓여 있었기 때문에, 지형과 건축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단면을 통해 더욱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1:1 드로잉 과정에서는 공간의 비례와 재료감을 더욱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 실제 크기로 표현된 가구와 구조 요소를 따라 그리면서 인간의 신체와 공간 사이의 관계를 체감할 수 있었고, 목재 구조의 반복과 공간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 등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모형 제작 과정에서는 벽체, 지붕, 가구 세 팀으로 역할을 나누어 작업을 진행하였고, 나는 가구 제작을 담당하였다. 가구 제작 재료를 조사하고 조원들과 논의한 끝에 최종적으로 포맥스(1T)를 사용하기로 결정하였다. 포맥스는 가볍고 일정한 강도를 가지고 있어 작은 규모의 가구를 제작하기에 적합한 재료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제작한 것은 6×3 책장이었다. 가로와 세로의 기본 틀을 먼저 제작한 뒤 내부 칸막이를 끼워 넣는 방식으로 작업하였다. 이후 제작한 2×6, 3×6 책장 역시 동일한 구조 방식을 적용하였다. 이를 반복하는 제작 과정 속에서 구조의 규칙성과 조립 방식의 효율성을 익힐 수 있었고, 실제 가구가 어떤 방식으로 하중을 견디는지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되었다. 나무 의자는 좌판을 먼저 제작한 뒤 다리와 뼈대를 부착하고 마지막으로 등판을 연결하는 순서로 제작하였다. 같은 방식으로 총 18개의 의자를 제작하면서 작은 오차 하나가 전체 균형에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체감하였다. 또한 소파 의자는 기본 골조를 만든 뒤 방석과 등판을 부착하는 방식으로 제작하였다. 특히 곡선 형태의 등판은 포맥스에 직접 형태를 스케치하고 잘라낸 후 손으로 휘어 곡면을 표현하였다. 이를 통해 평면 재료도 가공 방식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을 배울 수 있었다.
낮은 테이블은 곡선 형태의 상판을 제작한 뒤 얇게 자른 포맥스로 다리를 표현하였다. 이후 벽체 내부에 배치될 에어컨과 기타 가구들도 추가 제작하였고, 실제 도서관의 가구 색상과 배치를 참고하여 조원들과 함께 채색 작업을 진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모형은 단순 축소물이 아니라 공간의 분위기와 사용 경험까지 전달하는 도구라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Personal Space'를 사전적 의미에 집중하여 해석하였다. 일반적으로 Personal Space란 타인이 지나치게 가까이 접근했을 때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 개인적 영역을 의미한다. 배봉산 숲속 도서관을 처음 방문했을 때 가장 먼저 느낀 점은 공간의 개방성이 매우 강하다는 것이었다. 좌석들은 서로 밀집되어 있었고, 사람들은 완전히 낯선 타인과 마주 보는 상태에서 독서나 공부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오히려 개인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끼며 집중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따라서 나는 ‘Personal Space’를 ‘독서에 집중할 수 있는 1인 공간’으로 정의하였다. 이 아이디어는 서울시립대학교 미래관 1층의 1인 좌석 구조에서 영향을 받았다. 배면과 측면이 막힌 ㄷ자 형태의 좌석들이 동일한 방향을 바라보도록 배치되어 있었는데, 이러한 구조는 외부 시선을 자연스럽게 차단하며 사용자가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도록 만들고 있었다. 이러한 아이디어에 우리 팀의 시나리오 핵심 주제인 ‘조선시대’를 융합시켰다. 좌식 문화가 발달했던 조선시대의 생활 방식을 반영하여 기존의 1인 좌석 개념을 작은 좌식 공간 형태로 변형하였다. 사용자는 작은 좌식 가구 안에 들어가 조용히 책을 읽게 되며, 이를 통해 외부 공간 속에서도 자신만의 독립된 영역을 경험할 수 있도록 의도하였다. 또한 배면과 측면이 막힌 구조는 외부 시선을 차단함과 동시에 집중력을 높이는 역할을 하도록 계획하였다.
배봉산 숲속 도서관은 자연과 건축의 조화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간이었다. 건물은 경사진 지형을 억지로 깎아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놓여 있었으며, 완만한 진입 경사로는 숲의 풍경을 내부로 끌어들이는 장치처럼 느껴졌다. 경사로를 따라 이동하는 동안 숲의 풍경이 끊기지 않고 이어졌고, 사람들은 자연 속을 걷다가 그대로 건물 내부로 들어오는 경험을 하게 된다. 가장 인상 깊었던 요소는 자연 풍경을 그대로 담아내는 대형 창이었다. 일반적으로 종이책은 햇빛과 자외선에 약하기 때문에, 내가 기존에 경험했던 도서관들은 책의 변색과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창가에서 떨어진 곳에 서가를 배치하는 등 빛의 유입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배봉산 숲속 도서관은 책의 보존보다 자연과의 교감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숲속 도서관’이라는 이름처럼, 단순히 책을 읽는 장소를 넘어 자연 속에서 휴식과 사유를 경험하는 공간이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느꼈다. 참고문헌 조혜진. (2021). 지속적인 지역 커뮤니티를 위한 공원 속 도서관 [석사학위논문, 홍익대학교]. 양준후. (2021). 공공공간에서 개인의 영역성 형성을 위한 가구디자인 연구 : 공간과 조화를 이루는 방식으로 [석사학위논문, 서울대학교]. 조우리, 최춘웅. (2016-10-04). 공공도서관의 기능에 따른 공간구성요소의 변화에 관한 연구. 대한건축학회 학술발표대회 논문집,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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