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도면을 받았을 때, 수많은 선들이 무엇을 위해 있는 것인지, 어떤 의미인지는 알지 못했다. 수업을 들으며 건축가는 건축주와 시공자 등의 여러 주체들과 도면을 통해서 대화하며 그 대화의 핵심은‘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건축 도면에서의 선은 종류와 굵기가 다르고 각각의 선이 품고 있는 의미가 다르다는 것을 배웠고 이런 정교한 체계 덕분에 건축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한 장의 그림으로도 나타낼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 후에 직접 배봉산 숲속 도서관의 손도면을 그려보며 여러 선의 위계를 익히는 시간을 가졌다. 도면을 직접 그리며 처음에는 스케일이 많이 헷갈렸었다. 1:150 도면을 처음으로 받았고, 1:30 도면을 1:50 도면으로 옮기는 작업을 하면서 처음에는 어떻게 할지 감이 오지 않았었다. 내가 직접 도면을 그려보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일이었지만 도면을 직접 내 손으로 그림으로써 선들의 위계를 익히고 구조들의 표현 방법을 알아갈 수 있었다.
도면을 마친 후에는 1:30 모형을 제작했다. 우리 스튜디오에서 주된 목표로 삼은 것은 목구조와 다른 재료로 지어진 구조의 구분이었다. 외부에 마감되는 벽돌은 연필로 그린 후에 칼집을 내서 질감을 표현하였고 지붕도 벽체와는 다른 재료를 사용해 구조를 구분하고자 하였다.목재를 이용하여 제작된 부분은 모두 목재를 사용했다. 특히 기둥과 보가 연결되는 부분은 짜맞춤 방식으로 제작해 목구조의 사실성을 높였다. 또한 모형에서 가동 가능한 부분은 최대한 재현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 결과 창문과 책장을 움직일 수 있도록 제작하였다. 지붕 구조를 제작할 때, 우리 스튜디오는 단면도를 해석하면서 서까래가 내부와 외부, 구조와 치장으로 구분되어 있다고 해석해서 이에 따라서 각각을 구분해 모형을 만들었다. 하지만 나중에 크리틱을 진행하며 서까래 자체는 공장에서 절단되어 현장에서 조립되는 하나의 구조체였음을 배웠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도면을 해석하는 면ㅇ에서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다. 개인적으로는 2차원의 도면만을 보다가 3차원의 모형을 만드는 과정에서 도면을 그릴 때는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3차원이기 때문에 직육면체가 파인 알코브 공간을 제작할 때 동시에 6개의 면을 고려해야 했고, 실재로 있는 건물을 제작하는 것이었기에 실제로 어떤 부분이 어떻게 시공되었는지도 고민해야 했었다. 모형을 제작하는 동안 같은 스튜디오의 친구들에게 정말 고마웠다. 각자 맡은 부분을 성실하게 담당해 주어서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모형을 제작할 수 있었다.
모형 제작을 마친 후에는 1:1 도면 제작과 ‘배봉산 숲속 도서관에서의 4시간’이라는 시나리오를 도면에 표현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나의 Personal Space는‘나만의 아늑한 독서공간’이었다. 단체 답사를 마친 후 혼자서 다시 답사를 가기 전에 배봉산 숲속 도서관에 대해 조사를 해 보았다. 이때 창가에 앉을 수 있는‘창틀 방’이라는 깊은 창가 공간을 설계하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답사를 다시 갔을 때 눈에 들어온 곳은 열람실1의 깊은 창틀이었다. 실제로 앉아서 독서를 해 보니 상당히 아늑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왜 그럴까 질문해 보니 건물의 한쪽 꼭짓점에 위치해 다른 사람이 내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고 창틀 안에서 독서를 할때 낮은 창의 높이가 나를 감싸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시나리오 작성 과정에서 우리 조는 각자가 도서관에서 관찰한 공간의 특성들을 바탕으로 공간을 구획하고 그 안에서 4시간을 보낼 때 우리가 무엇을 할지를 상상하여 시나리오를 작성하였다. 창가 쪽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서 열람실2의 책상을 옮겨왔고 아늑함을 느끼는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서 책장을 이동시켜서 공간을 분리했다. 이때 제이 애플턴이 그의 저서 <경관의 경험>에서 제안한 조망-은신 이론을 참고했다. 이에 따르면“인간은 주변을 잘 볼 수 있으면서 자신은 어느 정도 숨거나 보호받을 수 있는 환경을 선호한다”고 한다. 실제로 높이가 1,200mm로 너머에 일어나는 일이 어느 정도 조망 가능한 책장을 이용해 편안한 공간을 만들었다. 이렇게 우리는 각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구를 재배치하고 각자만의 공간을 만들어서 그 안에서의 상호작용을 생각해 보았다.
우리가 각자만의 personal space에서 상호작용을 하는 모습이 어떻게 보면 personal space가 책장 속의 칸처럼 분리되고 책처럼 도서관에 수납되어있는 모습 같아 보였다. 재배치한 책장도 책을 수납하고 공간을 분리한다는 매개체라고도 볼 수 있고, 그 안에 수납되어 있다는 책도 지면이라는 물리적인 구획된 공간에 활자가 인쇄되어 있다. 각자만의 공간을 갖고 위치한 우리와 각각의 이야기를 담고 책장에 배치 되어있는 책이 유사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럼 만약 한장 한장 넘기는 페이지들을 물질적 공간에서 멈추지 않고 심리적인 공간으로도 인식한다면, 사실 우리는 책을 읽는 게 아니라 그걸 넘어서 작가 혹은 책 속 인물과 대화한다고 볼 수 있겠다고 생각해 각자가 인상 깊게 읽은 책과 그 내용을 도면에 표현해 보았다. 개인적으로 역사를 좋아하기도 하고, 건축에서는 역사적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는 작가의 이야기가 인상 깊어서 책을 선정하였고 역사 속 인물의 목소리를 도면에 표현하였다. 책을 단순히 도서관이라는 공간의 배경으로만 대하지 않고 현실에서 도서관에서 하는 독서에 집중하고 물리적 공간 뿐 아니라 심리적인 공간으로도 확장시키는 시도를 해 보았다.
1:1 도면과 시나리오 작성 과정에서 팀으로 진행하게 되었다. 시나리오의 방향성을 정하는 것 때문에 진행이 더뎠고 스케줄 조정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서로 이해해주고 담당해준 팀원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참고문헌
월간 SPACE(공간) No.628 2020년 3월
제이 애플턴Jay Appleton,<경관의 경험>The Experience of Landscape,1975
시오노 나나미,<로마인 이야기>Res Gestae Populi Roma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