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번 Phase 2에서 배봉산 숲속도서관을 주제로 형태, 공간, 구조, 재료를 분석하며 나만의 personal space 개념을 정의하고 건축적으로 도서관을 바라보고자 했다. 처음 과제를 받았을 때 personal space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는데 가장 오랜 시간을 보냈다. 무작정 도서관에 앉아 스케치를 하거나 사소한 모서리 마감 같은 것들을 눈여겨보면서라도 personal space에 대해 깨우치고 싶었던 것 같다. 막상 내가 발견한 personal space는 내가 처음 도서관에 방문했을 때부터 머릿속을 맴돌았던 질문, "숲속도서관인데 왜 숲과 거리감이 느껴질까?"라는 직관에서 비롯되었다.
이 사진은 서울특별시 성북구에 위치한 '오동 숲속도서관'에서 촬영되었다. 이전에 방문했을 때에도 자연과 어우러진 모습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다시 한 번 이 사진을 보고 배봉산 숲속도서관을 방문하니까 비교적 확실한 숲과의 거리감이 느껴졌다. 이러한 생각을 곱씹으면서 내가 설정한 personal space의 핵심 개념은 ‘자연과의 구분 없이 건축물의 외부와 내부가 연결된 공간',‘자연을 향한 개방감’이다.
나의 personal space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다양한 행위를 배봉산 숲속도서관의 단면도 위에 콜라주로 나타내어 대략적인 공간감을 느껴보았다. 단순한 행위의 기록이 아니라 내가 상상한 이상적인 personal space를 담을 수 있도록 자연적인 요소를 단면도에 결합하였다.
도면을 그릴 때에는 이러한 personal space의 개념을 공간적인 구성의 관점에서 읽어내는데 초점을 맞췄다. 평면상에서 건축물의 테두리와 조경의 위치가 어떻게 중첩되는지 의식하며 트레이싱했다. 조경이 직접 건축물 내부로 진입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는 나무가 가지는 그림자까지 자연의 영역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선택했는데, 그 관점에서는 건축물의 일부 표면에는 자연물의 흔적이 시시각각 투영된다. 즉, 자연의 영향이 미약하게나마 건축물의 내부까지 닿아있다고 판단했다. 도면이 단순한 치수와 겉모습의 기록이 아니라 건축과 외부 환경이 맞닿는 방식을 해석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실감했다.
모형 제작에서는 그 조경의 위치를 실제로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현장 답사를 통해 나무의 배치와 수종을 직접 확인했고, 다양한 종의 나무가 혼재한다는 점을 모형에서도 구별하여 표현하려고 했다. 제작 과정에서 실제 자연물인 나뭇가지를 사용하였는데, 이는 재료 자체에서 자연과의 연결을 담고자 하는 의도였다. 다만 이 선택은 일차원적인 사고라서 내가 스스로 되짚어봐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원하는 수종의 나뭇가지가 탈락돼있지 않은 경우 가지를 잘라 조경을 구성하기도 하였는데, 과제를 완성하려는 조급한 마음가짐 때문에 환경을 너무나 가볍게 여겼다는 생각에 반성이 남는다. 자연과의 연결을 표현하기 위해 자연을 훼손하였다는 것이 모순에 빠진 것 같아 스스로 아쉬움이 남는다. 재료의 선택과 그 윤리적인 맥락 또한 건축을 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태도임을 배웠다.
이 그림은 나와 팀원들이 함께 구상한 1:1 단면도에서 드러난 나의 personal space이다. 자연적인 요소가 명확히 보이진 않지만, 자연을 바라보고 있는 평상에 앉아 장기를 두는 등 풍류를 즐기는 모습이 내가 떠올렸던 personal space에 부합한다고 생각했다.
내 공간 개념은 단순한 인테리어나 미적인 선호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조선시대 사대부가 자연 속에서 풍류를 즐기던 방식, 즉 자연을 감상의 대상, 혹은 병풍과 같은 대상으로 두는 것을 넘어서 자연을 삶의 공간 그 자체로 끌어들여 함께 어우러지던 태도에서 출발하였다. 산속에 위치한 도서관이라는 공간적인 이점은 우리 선조의 전통적인 철학을 실현하기에 더없이 적합한 장소라고 생각했다. 자연이 이미 외부에 풍부하게 존재한다면, 건축은 그 이점을 살려 경계를 허물거나 최대한 구분 없이 만드는 것이다. (ai에게 자연과 어우러진 선비의 모습을 조선 시대 화풍으로 그려달라는 프롬프트를 입력하였다.) 도면,모형,현장의 세 가지 분석의 교차점에서 나는 마지막 결론에 도달하였다. 배봉산 숲속도서관은 통창을 통해 자연을 향해 열려 있어서 어느 정도의 개방감을 확보했고, 그 측면에서 나의 personal space가 지향하는 방향과 나름 가까운 지점에 있다. 또 목재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실내에 자연적인 질감을 도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자연을 촉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요소가 없었다. 유리라는 투명한 경계는 시각적으로 자연과 건축물을 연결하면서도 물리적으로는 자연과의 접촉을 완전히 차단한다. 내가 정의한 personal space는 ‘자연과의 구분이 없는 건축물 내부와 외부의 연결’이었기 때문에, 시각에만 머무르는 개방감은 그 정의에서 어긋났다. 결국 phase 2를 통해 내가 얻은 것은 단순한 건축물 분석만이 아니었다. 형태는 도면을 통해, 구조는 단면과 모형을 통해, 재료와 공간감은 현장을 통해 이해했다. 그 각각의 이해가 서로 모이고 겹쳐져 자연과 건축 사이의 경계를 어떻게 다룰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나는 이제 조금 더 구체적이고 건축적인 언어로 머금게 되었다.
김미선. 2023. 오두막 같은 아늑함, 월곡산 초입 오동 숲속도서관 개관, https://mediahub.seoul.go.kr/archives/2007817 임석재, 한국 전통건축과 동양사상, 북하우스, 2005. 양채환, 2023 한국건축가협회상 수상작 <오동 숲속도서관>, https://www.kia.or.kr/data/awards.php?ptype=view&idx=16831&page=3&code=awards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장인영의 저작물인 이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Copyright © uosarch.ac.kr., Some rights reserved.
고장 및 불편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