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은 건물들이 하나의 방향으로 정렬되기보다는, 다양한 방향으로 분산되어 형성된 도시 조직을 가진다. 이러한 배치로 인해 건물 사이에는 자연스럽게 틈이 형성되며, 이 공간들은 좁고 다양한 스케일의 골목길로 발전한다. 또한 서촌은 한옥을 중심으로 한 주거 프로그램과, 그 사이에 위치한 갤러리 및 문화시설이 혼재된 구조를 보인다. 주거 공간은 일상의 흐름을 형성하고, 문화 공간은 방문과 체험을 유도하며, 이 두 가지 성격이 공존함으로써 서촌은 '머무는 장소'이자 ‘방문하는 장소'로 작동한다. 건물의 높이 또한 특징적인 요소로, 대부분 1~2층 규모이며 4층 이상의 건물은 드물다. 이러한 낮은 스카이라인은 사람의 눈높이에 맞는 친숙한 분위기와 공간감을 형성하며, 보행자 중심의 환경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서촌의 공간적 특성을 바탕으로, 본 프로젝트는 서촌의 공간 구조를 미술관에 재해석하여 담아내고자 하였다. 하나의 큰 건물 대신 여러 개의 소규모 건물을 분산 배치하고, 그 사이에 벽을 설정하여 골목과 유사한 사이 공간을 형성하였다. 이 공간은 전시를 경험하는 주요 공간으로 작동한다. 또한 본 미술관은 아티스트가 실제로 한옥에 거주하며 전시를 직접 기획하는 구조로 계획되었다. 이를 통해 일상성과 문화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공간을 형성하고자 하였다.
공간 구성은 크게 본 미술관, 벽으로 둘러싸인 야외 전시 공간, 카페, 작가가 거주하는 한옥 레지던스, 그리고 ‘ㄷ자’ 형태의 오픈스페이스로 이루어진다. 본 미술관의 관람 동선은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입구를 통해 건물 내부로 진입하면, 입구 공간과 전시 공간은 단차를 통해 구분되어 있다. 관람객은 램프를 따라 이동하며 전시 공간으로 진입하게 되며, 램프 상부의 긴 창을 통해 유입되는 자연광을 경험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이동은 전시의 시작으로 작용한다. 1층 전시 공간에서 관람을 마친 후,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이동하면 상부에서 1층 공간을 내려다보며 또 다른 시점의 관람 경험이 형성된다. 이후 다시 계단을 통해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서 보다 집중된 전시 공간을 경험하게 되며, 마지막으로 선큰 공간과 연결된 외부를 통해 전시가 마무리된다. 한편, 직원 동선은 관람객 동선과 분리되어 계획되었다. 지상에서는 오픈스페이스에 위치한 엘리베이터를 통해 지하 수장고로 화물을 이동시키고, 이후 코어를 통해 각 층으로 작품을 운반하도록 구성하였다.
본 미술관에서는 서도호 작가의 전시가 이루어진다. 서도호는 개인의 기억과 경험을 공간 구조로 재현하며, 관람자가 그 공간을 직접 걸으며 기억을 체험하도록 유도하는 작업을 한다. 이와 같은 작가의 작업 방식과 같이, 본 미술관은 서촌의 건축적 흐름을 공간 구성에 반영하고, 관람자가 공간을 따라 이동하는 과정 자체가 전시 경험으로 확장되도록 계획되었다. 결과적으로 이 미술관은 공간을 걷는 경험 자체가 하나의 전시가 되는 공간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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