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성북구 종암동. 이 지역은 서울의 다른 지역보다도 지역 네트워크가 끈끈한 동네이다. 오랫동안 한 자리에 머물며 살아가는 동네 주민들,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세대가 함께 섞여 있는 종암동. ‘삼대가 함께 사는 동네’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만큼, 오랜 세월의 흔적이 담겨 있는 지역이다. 이 종암동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 새날도서관은 제한적인 공간 구성과, 주민센터와의 관계 부분에 있어서 아쉬운 부분이 많은 도서관이다. 그래서 종암동 주민들이 함께 성장하며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새로운 도서관, ‘3TEP UP LIBRARY’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도서관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은 누굴까? 이에 앞서 종암동 주민분들의 나이대별 인구 수에 대해서 먼저 조사해 보았다. 타 지역에 비해 어린 친구들이 많이 주거하고 있었고, 노인분들의 인구 수도 타 지역에 비해 종암동은 많았다. 그래서 도서관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은 어린이와 노인분들이라고 예측하였다. 하지만 인터뷰를 통해 예상 외의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평일에 아이들을 대신해 책을 빌리러 오는 부모님, 특히 주부분들이 도서관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 주말에는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 도서관을 사용했으며, 노인분들은 평일, 주말 상관없이 꾸준히 도서관을 사용하고 있었다. 주부분들의 이용률이 가장 높다는 점이 의외였고, 정말 다양한 세대층이 도서관을 사용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하지만 여기서 오는 문제점 또한 있었다. 각기 다른 세대가 사용하는 만큼, 그들이 원하는 도서관의 분위기는 조금은 다르다는 것이었다. 어린아이들과 부모님들은 도서관이 동적이고, 활발하며, 서로 편하게 소통을 할 수 있는 도서관 분위기를 원하였고, 어르신들은 정적이고, 조용하며, 전통적인 도서관의 분위기를 원하였다. 또 한 가지 중요한 발견은 종암동의 아이들이 어린이 열람실을 이용하다가, 청소년이 되면서 한 층 위의 일반 열람실로 올라가 책을 읽어도 되냐고 사서분들에게 말한다는 점이었다. 이때 어린아이들은 자신들이 ‘레벨 업’ 혹은 ‘스텝 업’ 했다고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하였다. 정리하자면, 현재 새날도서관의 특징은 세대별로 다른 ‘단계’ 혹은 ‘스텝’의 분위기를 원한다는 점과 시간이 지나면서 어린이 열람실에서 일반 열람실로 ‘단계 이동’ 혹은 ‘스텝 업’을 한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STEP UP’으로 이 흐름을 건축적으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먼저, 이 STEP은 3개로 구성하였다. 종암동의 3세대가 함께 사용하는 도서관, 정적-혼합-동적인 분위기로 이어지는 서로 다른 분위기의 독서 공간, 외부-테라스-내부로 이어지는 3단계 공간 구조. 이 모든 흐름이 결국 ‘3tep Up’이라는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되게 된다.
매스 스터디에 앞서 3개의 건축물에 대해서 선례조사를 진행하였다. Liverpool CIvic Place, Stuttgart Library 그리고 Strom Museum 이었다. 각각의 건축물에서 지역성,공공성을 강조하는 조직 방식, 수직적 소통과 서로 다른 깊이의 아트리움, 분절된 매스와 유리 파사드의 리듬을 배울 수 있었다. 매스 스터디는 선례 건축물과 컨셉을 조화시켜 진행하였다. 앞선 3단계의 공간 구조 중 테라스 위치를 잡는 것에 중점을 두고 스터디를 하였는데. 테라스가 계단처럼 ‘STEP UP’ 하면서 두 개의 메인 메스 중 하나의 매스는 입체감을 가지게 되었다. 다른 매스에서는 아트리움의 깊이를 층마다 다르게 두어, 올라갈 수록 점차 깊어지는 STEP UP의 흐름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또한 유리 파사드의 경우 원래 벽에서부터 SET BACK시킨 후, STEP UP이 되도록 디자인하였다. 전체적인 ZONING을 살펴보면, 1층은 다목적실을 통해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공간, 2,3층은 외부-1층으로 들어온 사람들이 독서를 하는 공간, 4층은 주민센터, 5층은 주민센터와 자치회관, 도서관이 함께 사용하는 프로그램실, 6층은 자치회관에서 사용하는 헬스장과 강당이 위치하고 있다. 다른 공간 특성을 이어주는 층인 1층과 5층에 다목적실, 프로그램실을 넣어 두 공간 특성을 혼합하는 특징을 가지도록 해 3단계가 되도록 유도했다.
1층과 배치도를 살펴보면, 사이트 앞에는 명동길이라 불리던 종암로와 뒤에는 좁은 폭의 종암로 18길이 있다. 기존 새날 도서관에서는 이 두 길을 연결해주며 종암동의 유명 인물 중 한명인 이육사 시인을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앞뒷길을 이어주면서 원래의 사이트 특성도 반영하고자 1층 가운데 공간을 통로로 만들었다. 이 공간에서는 다목적실에서 진행한 다양한 프로그램 결과물들을 전시하고, 이육사 시인의 시들을 벽에 전시하여 사람들이 이 공간을 지나갈 때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또한 1층은 외부와 내부를 이어주는 열린 층이라고 생각하였다.그래서 폴딩 도어로 완전히 개방되는 다목적 교육실, 야외 데크와 연결되는 전시 공간 등으로 공간을 구성하여 가변적인 공간을 만들고자 하였다.
2층, 3층에는 도서관의 주요 공간인 열람실이 위치하고 있다. 2층 왼쪽에는 일반 열람실이, 가운데에는 북 카페가, 오른쪽에는 어린이 열람실이 있다. 앞서 말했듯 정적-혼합-동적인 3단계를 드러내고자 하였다. 또한 2층 테라스에서는 선배드에서 누워서 책을 보거나, 밖을 보면서 책을 읽을 수 있게끔 일반 열람실과 공간적 연결이 되도록 하였다. 3층에서는 반대로 어린이 열람실에서 외부와 연결이 되도록 하였다. 3층은 2층 보다 더 정적인 분위기의 열람실이 존재한다. 2층이 조금 더 자유롭고, 3층은 조금 더 정숙된 열람실 분위기이다. 어린이 도서관도 2층은 유아 및 초등학교 저학년이 주로 사용하고, 3층은 초등학교 고학년 및 청소년이 사용하는 열람실이다. 이렇듯 같은 열람실이라도 층별로 다른 STEP의 분위기를 주었다.
4층에는 도서관 사무실과 보존서고 그리고 주민센터가 위치하고 있다. 4층에 주민센터를 넣은 이유는 현재 새날 도서관 사서분들의 의견 중 하나가, 주민센터만 위치하고 도서관이 있는 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었다. 이를 반영해 외부에서 도서관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서관을 주민센터보다 아랫층에 위치하도록 하였다. 그렇게 함으로서 주민센터에 방문 하는 사람들이 도서관의 존재도 알 수 있게 되고, 아트리움을 통해 밑에 있는 열람실이나 북카페를 볼 수 있게 하여 도서관에 가도록 유도하였다. 5층 이후 상부층에는 소모임실, 공유 주방, 헬스장, 강당 등 지역 공동체를 위한 프로그램을 배치해, 도서관–주민센터–자치회관으로 이어지는 '지역성의 STEP'을 완성시켰다. 특히 5층 소모임실에서 그룹 스터디나 토론을 할 수 있게 하여 도서관의 또 다른 주요 행위인 지식의 공유를 할 수 있게끔 하였다.
강당은 높은 층고를 필요로 하기에 6,7층에 걸쳐 배치하였고, 6층에 헬스장을, 옥상에는 텃밭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게끔 하였다.
다음은 단면이다. 단면을 보면 STEP의 구조가 더욱 잘 드러나게 된다. 층마다 아트리움의 깊이가 달라지고, 테라스는 한층씩 위로 오르며 시야를 열어준다. 단면적으로 공간을 보면, 아이들은 활발한 2층에서 시작해 조금 더 차분한 3층으로 올라가고, 5층의 소모임실에서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며 자연스러운 성장의 흐름을 체감한다. 어쩌면 이런 공간적 상승은 종암동 주민들이 말하는 ‘오래 살아온 동네의 자부심’과 일맥상통할 것이다. 세대가 이어지고, 아이가 성장하고, 그 성장의 흔적을 도서관이 기록하며, 세대가 지날 수록 다양한 지식이 쌓이는 종암동만의 건물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도서관에 알맞는 파사드 재료는 무엇일까. 종암동의 이름이 암석에서 유래했듯, 흙과 관련된 재료가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또한 종암동의 대부분의 건물이 밝은 석재 마감이기에 아이보리색이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아이보리 테라코타 타일을 사용해 파사드를 구성하여 종암동의 따뜻한 분위기를 나타내었다. 앞서 말했듯 유리 파사드는 전부 Setback시켜 매스가 분절된 느낌을 주게 하였다. 이 유리의 리듬 역시 STEP UP이 되도록 하였다. 반면 중앙 매스는 커튼월로 계획해 아트리움을 강조하고, 3단계중 가운데 단계를 표현하며 수직성을 강조하고자 하였다.
결국 3TEP UP Library는 단순히 책을 읽는 공간이 아니라, 종암동 주민들이 세대를 이어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장소이다. 어린아이의 첫 독서 경험부터 부모와 함께 사용하는 북카페, 어르신분들이 조용히 사용하는 열람실까지. 도서관, 주민센터, 자치회관이라는 세개의 공간 프로그램, 세개의 분위기, 세개의 공간 단계가 하나의 이야기처럼 도서관, 더 나아가 종암동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종암동이라는 오래된 동네에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어줄 도서관. 3TEP UP Library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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