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젝트 개요
본 프로젝트는 현재 종암동 주민센터가 위치한 대지와 그 연접 대지를 통합하여, 주민센터와 도서관이라는 두 가지 공공 기능이 상호 보완하며 원활히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제안이다. 대상지는 주거 지역과 상업 지역의 경계에 위치해 있어 잠재력이 크다고 봤다. 하지만 인접한 고층 건물들로 인해 늦은 오후만 되어도 급격히 어두워진다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대지의 단점을 극복하고자 건물 자체가 어두운 주변을 밝히고, 서로 다른 성향의 지역을 이어주는 '도시의 등대'로 작동하는 공간을 계획했다.
◆ 대지 분석
대지를 분석하며 두 가지 핵심 이슈에 주목했다.
첫 번째는 '단절'이다. 특정 시설물들이 주거 지역과 상업 지역 사이를 가로막고 있어, 주민들의 이동 동선이 방해받고 있었다.
두 번째는 '불안감'이다. 인접 건물의 그림자로 인해 보행 통로가 빠르게 어두워지고, 야간 이동 시 곳곳에 생기는 사각지대가 보행자에게 심리적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었다.
따라서 저는 이 프로젝트가 단순히 주민센터와 도서관이라는 기능을 담는 그릇을 넘어, 어두운 골목을 밝히고 약해진 지역 간의 연결성을 다시 묶어주는 매개체가 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 사례 분석과 인터뷰
설계에 앞서, MVRDV의 'Book Mountain' 사례를 분석했다. 이 건축물은 투명한 커튼월을 통해 내부의 적층된 프로그램이 밖으로 드러나고, 늦은 오후 도서관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이 도시를 밝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9또한, 책으로 둘러싸인 계단을 통해 상층부로 오르는 경험은 공간적 시퀀스의 중요성을 시사했다. 이와 함께 현재 종암동 주민센터의 운영자와 이용자 인터뷰를 통해 세 가지 중요한 키워드를 도출했다.
첫째, '성장의 경험'이다. 어린이 도서관을 이용하던 아이들이 자라면서 상층부의 일반 자료실을 이용하게 되고, 이를 통해 자신의 독서 능력이 성장했음을 느끼는 보람이 있었다.
둘째, '소통의 부재'이다. 주민 주도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홍보 부족이나 폐쇄적인 구조 탓에 장기 거주민조차 프로그램의 존재를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셋째, '확장성'이다. 주민센터 방문이 자연스럽게 도서관 이용으로 이어지고, 이웃과의 만남뿐만 아니라 미래와 연결되는 경험을 제공하고 싶다는 요구가 있었다.
◆ 구체적인 프로그래밍, 디자인 전략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저는 세 가지 핵심 디자인 전략을 수립했다.
첫 번째 전략은 '종암동을 밝히는 등대'이다. 낮에는 충분한 채광을 확보하고 밤에는 건물 내부의 빛이 은은하게 발산되어 어두운 골목을 밝히도록 계획했다.
두 번째는 '공원과 함께 열려있는 도서관'이다. 1층을 필로티로 띄워 물리적, 심리적 진입 장벽을 낮추고 외부 공원이 자연스럽게 내부로 흘러들게 한다.
세 번째는 '유기적인 연결과 시너지'이다. 각 기능이 분리되지 않고 서로 시너지를 내도록 구성했다. 특히 1층 어린이 도서관에서 상층부 일반 도서관으로 이동하는 동선을 통해, 앞서 인터뷰에서 도출했던 '성장의 경험'을 공간적으로 나타냈다.
◆ 배치도
차량 출입은 교통 흐름을 고려하여 종암대로에서 진입 즉시 주차장으로 연결되도록 선정했다. 보행자의 주출입구는 종암동 18길, 종암로, 종암로 22길 등 다양한 방향에서 접근이 가능하도록 열어두어 지역 주민 누구나 쉽게 찾아올 수 있도록 했다.
◆ B1F, 1F 평면 계획
1층은 철저히 접근성과 공공성에 초점을 맞췄다. 가장 빈번하게 이용되는 민원실을 전면에 배치하여 편의성을 높였고, 관리자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어린이 도서관 역시 1층에 두었다. 1층의 필로티 공간은 주민들이 오가며 자연스럽게 모이고 쉴 수 있는 전이 공간으로서, 건축물이 외부 도시 조직과 연결되도록 했다.
◆ 2F, 3F 평면 계획
2층과 3층은 커뮤니티와 운영의 중심 공간이다. 2층에는 카페테리아와 열람 공간을 배치하여 주민들이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게 했고, 3층에는 도서관 사무실을 두었다. 특히 도서관 사무실을 건물의 허리인 3층에 배치하여 이를 통해 1층의 어린이 도서관과 상층부의 일반 도서관을 동시에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 4F, 5F 평면 계획
4층과 5층은 가변형 프로그램실과 강당으로 구성된다. 시대가 변하면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도 달라진다. 따라서 시기에 따라 도서관과 주민센터의 프로그램이 유동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가변적인 구조 시스템을 적용했다. 이는 미래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지속 가능한 공간이 될 것이다.
◆ 단면 계획
건물 전체를 수직으로 관통하는 공간이 있다. 이 공간은 1층 어린이 도서관부터 5층까지 시각적으로 연결해 준다. 층별로 단절될 수 있는 도서관을 하나로 묶어주며, 이용자들이 다른 층의 활동을 자연스럽게 인지하게 하여 수직적인 교류를 유도한다. 각 층의 둘레에 순환형 동선을 두어, 다양한 각도에서 도시 풍경을 조망할 수 있게 함과 동시에 오픈된 프로그램들을 자연스럽게 엮어주도록 했다. 이러한 단순 명료한 동선은 이용자가 공간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편안하게 느끼도록 도울 것이다.
◆ 입면 및 상세 계획
'도시의 등대'라는 컨셉을 물리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커튼월과 더블 스킨 시스템을 적용했다. 내측에는 로이 복층 유리를 사용하여 내부 활동을 투명하게 드러냈다. 그 바깥쪽에는 익스펜디드 메탈을 더블 스킨으로 설치했다. 이 더블 스킨은 내부의 빛을 외부로 은은하게 확산시켜 주변 골목을 밝히는 동시에, 과도한 직사광선을 조절한다. 또한, 인접 주거지로 향하는 직접적인 시선과 빛 공해를 차단하여 프라이버시 문제도 해결한다. 두 겹의 메탈이 교차하거나 비워지는 패턴 디자인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다채로운 입면을 만들어내며, 외부인에게 건물에 대한 흥미를 유발할 것이다.
◆ 마치며,
'The Light Box'는 단순한 공공청사가 아니다. 41빛을 통해 어두웠던 도시 환경을 안전하게 개선하고, 열린 공간을 통해 단절되었던 주민들의 일상을 다시 연결하는 종암동의 새로운 랜드마크이자 등대가 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