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에 위치한 종암동은 교통, 생활, 공공서비스가 잘 갖춰진 동네이다. 그 중심에는 종암동 주민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나는 이렇게 살기 좋은 동네의 풍경을 더 많은 사람들이 오래도록 누리게 하고 싶은 마음에 '종암동 온누리 주민센터’를 제안하게 되었다. 오래 누리도록 하는 것,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내가 시도한 것은 바로 ‘야외공간의 도입’이다. 종암동에서 대지로, 또 대지에서 건물로 이어지는 야외공간은 이용자에게 새로운 공간 경험을 선물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야외공간은 낮에는 도서관, 주민센터, 자치회관의 기능을 보조하고, 밤에는 색다른 모습과 기능을 보여줄 수 있다. 동시에, 도서관, 주민센터, 자치회관이라는 세 가지 서로 다른 기능이 연결될 가능성을 제공하는 매개공간이 되기도 한다. 민원 처리를 위해 주민센터에 왔다가 자기 차례를 기다리며 야외공간에서 책을 읽는 주민의 모습을 그 예시로 들 수 있다.
처음 내가 상상한 야외공간의 모습은 아파트 필로티와 같은 공간이었다. 외부로부터 필로티로 이어지는 길, 그리고 그곳으로 모여드는 사람들, 그리고 그 중심을 지나 연결되는 기능들을 이용하는 것, 이런 모습이 나는 우리 주민센터에서 일어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 대지에서 야외공간 연결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길의 축을 설정하고 작업을 진행하였다. 축을 설정할 때 고려한 점은 주민들이 자연스레 서서히 진입할 수 있다는 점, 야외공간이 좀 더 개방감을 가질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골목에서 진입 시 건물이 사람들과 마주 보는 듯한 느낌이 좋다는 점이다. 그래서 설정한 그리드(축)를 지키며, 구조와 프로그램을 배치하여 디자인을 발전시켰다. 다만, 재미있는 일들이 일어나기를 바랬던 야외공간마저 그리드를 따라 규칙적으로 디자인되는 것이 좋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야외공간은 그리드를 깨는 요소들을 더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