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개요] 공공공간이란 무엇일까? 단순히 비워진 땅이나,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접근하기 쉬워야하고, 편안해야하며, 무엇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관계를 맺는 '사회적 만남'이 이루어지는 장소여야 한다. 지금의 종암동은 높은 인구밀도와 다양한 시설로 가득차 있지만, 정작 주민들이 머물며 교류할 수 있는 이런 '틈'은 부재하다. 따라서, 종암동의 주민들이 경계없이 소통하고,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공공간을 제안하고자 한다.
[도시 분석] 종암동은 종암로를 중심으로 개운산과 정릉천이 둘러싸고 있는 동네이다. 이곳은 아파트부터, 주택, 빌라, 상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거 유형이 혼재되어 있으며, 종암로와 골목길 등 수많은 길 위에서 주민들의 일상과 만남이 이루어지고 있다. 사이트는 종암로 옆, 골목길 사이에 위치해 있다. 이 골목들은 좁고 불규칙하지만, 주민들의 삶이 가장 밀접하게 닿아있는 장소이다.
[레퍼런스 분석] 종암동의 길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도시적 스케일로 사람들을 건물로 자연스럽게 이끄는 것에 집중한 사례를 조사하고자 했다. 네덜란드 Spijkenisse 지역에 위치한 MVRDV의 'Book Mountain'은 이러한 접근성에 대한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사례 중 하나이다. 'Book Mountain'은 일반적인 도서관과 달리 전체적인 입면이 유리파사드로 계획되었다. 이는 사람들에게 시각적 개방성을 제공하여, 건물 내외부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도서관 진입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더불어, 낮에는 자연광이 들어와 답답하지 않은 독서 환경이 조성되고, 밤에는 내부의 빛이 도시를 밝히며 도서관의 존재를 알린다. 'Book Mountain'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보이는 특징은 바로 산의 능선처럼 배치된 서가인데. 이러한 연속적인 동선은 사용자에게 단순히 층을 이동하는 것을 넘어, 공간의 변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프로그램 계획 & 개념] 보행자에게 파사드는 건물을 마주하는 첫인상이다. 하지만 좁고 복잡한 종암동 골목길에서 보행자의 시야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건물의 온전한 정면을 마주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골목길을 걸을 때 자연스럽게 마주치는 '사선 방향의 입면'에 주목했다. 사선 방향의 접근을 받아들이기 위해, 사이트의 수평적 흐름의 축을 60도로 틀어 또 하나의 축을 형성한다. 이를 통해 네 방향의 접근을 맞이하는 입면성이 확보되고, 연결된 길을 통한 자연스러운 접근이 유도된다. 축을 틀며 형성된 외부 공간은 매스의 형태에 따라 다섯 구역의 '마당'으로 나뉘어 사람들을 맞이한다. 종암로를 향해 열려있는 주민센터를 위한 마당, 선큰 계단으로 연결된 자치회관을 위한 마당, 맞은 편의 두 방향에서 건물 사이로 진입하는 맞이 마당, 그리고 만남이 이루어지는 어울림 마당. 이러한 주민들에게 활짝 열려있는 마당을 통해, 누구든 반겨주는 태도를 취한다. 길을 따라 도서관으로 들어온 방문자들은 1층부터 6층까지 이어져 있는 동선을 따라 도서관을 경험하게 된다. 도서관 전체를 관통하는 이 산책로는 도서관의 공간을 순환시킨다. 더불어, 계단과 서가를 따라 올라가는 과정에서 야외 마당과 문화교육시설이 중간중간 배치되어 있어, 방문자들은 자연스럽게 다양한 공간을 경험할 수 있다.
주민센터, 자치회관, 도서관의 프로그램은 단일 건물 안에 배치되었지만, 다양한 외부, 반외부 공간을 통해 기능별로 분리하여 조닝되었다. 각 프로그램은 서로 자유로운 접근이 가능하면서도 독립적으로 분리가 가능한 유기적인 배치를 통해, 방문자들에게는 간편한 이용을, 관리자들에게는 운영의 편의를 제공한다. 주민센터와 도서관은 지상에 독립적인 매스로 배치되어 있고, 자치회관은 지하 선큰을 통해 접근할 수 있다.
[B1] 지하 1층에는 자치회관 프로그램을 배치했다. 주민센터와 도서관이 각자 연결된 코어를 통해 두 프로그램이 만날 수 있도록 구성했으며, 두개의 선큰을 두어 방문자들의 이동과 채광을 확보했다. [1&2F] 1층과 2층에는 주민센터와 도서관이 서로 분리되어 있으며, 방문자들은 마당과 여러 출입구를 통해 이 사이를 오갈 수 있다. 1층부터 3층까지 이어지는 그랜드 스테어에 어린이 자료실을 배치하여 개방감 있게 독서를 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3&4F] 3층부터는 두개의 매스가 합쳐지며 입체적인 공간의 변주가 시작된다. 일반자료실을 2개층 높이의 넓은 공간으로 구획하여 개방감을 확보하고, 문화교육공간을 안쪽에 배치하여 도서관과 경계없이 이용할 수 있다. [5&6F] 계단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유리파사드로 구획되어, 사방면이 뚫려있는 개방감있는 공간이 등장한다. 그리고 5층에서 6층으로 올라가는 과정을 원형 계단으로 배치해, 창밖으로 보이는 종암동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구상하였다. 마지막 6층에 도달하면 카페와 옥상 마당에서 풍경을 감상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건물이 면한 네 방향 각기 다른 입면은 주민들을 각자의 방법으로 맞이한다. 종암동의 풍경에 스며들어 이질적이지 않고 친근한 존재가 되기 위하여 주변 건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붉은 벽돌을 주 재료로 사용했고, 건물 내부의 동선의 흐름이 밖에서도 읽히길 바라, 마치 골목의 일부처럼 단단한 물성의 파사드가 감싸져 있는 형상으로 디자인했다. 상층부로 갈 수록 유리 파사드를 사용하여, 답답하지 않고 개방감있는 공간을 조성하고자 했다. 그 뿐만 아니라, 도서관의 불빛은 마치 도시의 등대가 되어 사람들을 이끄는 존재가 될 것이다.
[모형 사진]
공공공간이란 무엇일까? 제안한 이 도서관은 종암동의 좁은 골목길의 흐름을 내부로 받아들이고, 끊어졌던 이웃 간의 거리를 좁히는 새로운 '길'이 될 것이다. 누구나 쉽게 들어오고, 편안하게 머물며, 사회적 만남이 이루어지는 곳. 이곳이 종암동의 새로운 풍경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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