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 3은 건축을 다각도로 이해하는 과정이었다. 우리는 배봉산 숲속 도서관이라는 실제 건축물을 대상으로 삼아, 다양한 스케일과 매체를 넘나들며 건축가의 설계 의도와 공간의 특성을 탐색했다. 특히 그리기와 만들기를 반복하며 공간에 대한 감각을 전방위로 확장시킬 수 있었다. 첫 단계는 배포된 1:150 CAD 프린팅 도면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평면적인 선들의 집합처럼 보였던 이 도면은, 1:100으로 직접 손으로 다시 그리는 과정을 통해 점점 입체적인 공간으로 다가왔다. 도면을 따라 작도하면서는 단순한 선 하나가 벽인지, 기둥인지, 가구의 외곽선인지 구분하는 데서 시작해, 공간의 흐름과 기능의 배치를 이해하는 단계까지 나아가게 되었다. 평면도와 단면도는 각각의 공간이 어떻게 연결되고 단절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언어였고, 이를 손으로 그리면서 비로소 그 언어를 읽을 수 있는 감각이 생겨났다.
이어진 1:30 공동 모형 제작은 손으로 공간을 세우는 시간이었다. 종이와 우드락을 사용해 실제 공간을 입체적으로 구현하면서, 우리는 단면에서 이해한 구조가 입체화되었을 때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체감할 수 있었다. 모형 제작 이후의 경험은 더욱 인상 깊었다. 우연히 설계실로 스며든 햇살을 보고, 모형을 실제 배봉산 도서관의 방위에 맞춰 배치한 후 빛이 공간 내부로 어떻게 들어오는지를 관찰했다. 이를 통해 도면이나 단면도만으로는 결코 포착할 수 없던 ‘빛의 흐름’과 그것이 만들어내는 내부 분위기의 변화를 체험하게 되었고, 햇빛과 조명이 사람들의 시선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알게 되었다. 또한 건축이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시간과 환경에 따라 살아 움직이는 공간임을 실감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작업은 1:1 도면 작도였다. 우리는 흰 천 위에 대각선을 긋고 중심점을 설정한 후, 이를 기준으로 정확한 축을 맞춰 실물 크기의 도면을 검은 마스킹 테이프로 그려냈다. 각 분반은 도서관의 특정 영역을 맡았고, 벽체, 단열재, 벽돌, 창문, 가구, 가벽 등 다양한 요소를 테이프의 두께로 구분하여 표현했다. 선 하나하나에 물리적인 두께가 생기고, 발로 직접 그 공간 위를 걸어 다니며 작업하면서, 공간은 더 이상 개념적인 평면이 아닌 ‘몸으로 체험하는 장소’가 되었다. 각자의 손놀림이 모여 하나의 공간을 재구성하는 과정은 협업의 중요성과 함께 건축이 물리적 실체를 가지는 예술임을 강하게 체감하게 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우리는 건축을 단순히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그리고 만들며, 몸으로 느끼는 종합적인 경험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다양한 스케일과 방식으로 배봉산 숲속 도서관을 다시 읽고 구성하면서, 설계라는 행위가 얼마나 섬세하고 다층적인 사고를 요구하는지 체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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