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러 하우스(Miller House and Garden)는 건물이 네 개의 덩어리로 기능에 따라 나뉘어 있고 내부와 외부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아이레벨의 cp(conversation pit), 통 창 등을 통해 안과 밖의 경계가 흐려지고, 건물이 마치 외부와 연결되어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경계가 모호해지는 이 구조는 공간에 대한 새로운 감각을 열어준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밀러 하우스가 철저한 그리드 시스템 위에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네 개의 덩어리 위에 천창의 그리드 포개고 그리드의 교점에 십자형 철골기둥을 배치하면서 이 그리드는 단순한 배치의 기준을 넘어서 구조적 역할도 한다.
이 그리드를 공간 활용의 자율성을 확보하는 틀로 보았다. x자 형태의 기둥 구조는 다양한 공간 배치를 수용할 수 있는 유연성을 만들어낸다. 즉, 그리드 아래에서는 어떤 구성도 가능하다.
내부 공간을 용도에 따라 컬러 코딩하고 자유롭게 배치해 보았지만, 시선의 위치에서 보았을 때 막히는 시야 등 모든 시도는 결국 그리드의 질서 안에서만 가능하다. 자율성을 제공하면서도 결국 ‘그리드’라는 규칙의 틀 안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자유로움’은 실은 그리드 위에서만 성립되는 제한된 자유이다.
이를 그리드 스트레칭이라고 부르고, 그리드의 왜곡을 통해 표현했다. 4개의 동, 차고, cp 등 밀러하우스의 디자인 요소들을 포함하되 네모 반듯한 그리드가 아닌 동적이고 자유로운 배치, 동선, 모호한 경계를 드러낸다.‘완전한 자율성과 함께 존재하는 규칙성’, 그리고 ‘경계를 흐리면서도 질서를 유지하는 구조'를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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