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의 선 – View House 추상화
아르헨티나에 위치한 뷰하우스(View House)는 이름에서 드러나듯이 ‘풍경(View)’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설계된 건축이다.
1. 매스의 환원: 덩어리에서 출발하다
작업의 출발점은 우드락을 이용한 단순 매스 스터디였다. 뷰하우스의 도면과 사진만으로는 입면의 곡선적 성질이 충분히 체감되지 않았기에, 곡선적 입면을 가진 뷰하우스의 외형을 우드락으로 깎아내며, 덩어리의 볼륨과 곡선의 흐름을 물리적으로 체감했다. 뷰하우스의 가장 큰 특징인 곡선적 입면은 2차원 이미지 속에서는 단순한 선으로만 다가왔지만, 입체적 모형으로 구현했을 때 비로소 그 곡선이 공간을 감싸고 열어내는 방식이 드러났다.
2. 동선의 시각화: 관계의 구조를 드러내다
다음 단계에서는 건축을 단순한 형태적 결과물이 아니라, 사용자와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살아 움직이는 구조로 바라보고자 했다. 뷰하우스의 독특한 곡선 입면을 한눈에 담아내기 위해 먼저 입면을 펼쳐 평면 위에 재구성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1층과 2층의 내부 모형을 제작하였다. 각각의 내부 공간은 곡선적 입면의 흐름을 따라 배치되었으며, 이러한 배열 위에 실을 드리워 사용자의 동선을 시각화하였다. 이는 건축 공간이 물리적 경계에 의해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행위와 경험에 의해 의미화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실로 연결된 동선은 마치 긴장된 네트워크처럼 얽혀 있었고, 이는 뷰하우스가 단순히 ‘거주하는 집’이 아니라,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장’임을 드러내었다.
3. 볼륨과 나선: 상승하는 공간 경험
내부의 공간을 박스형 볼륨으로 환원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각 실의 규모와 위계가 드러났다. 그러나 단순히 병렬적으로 배열된 것이 아니라, 이 볼륨들이 동선을 따라 나선형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는 뷰하우스의 공간 경험을 규정짓는 중요한 특징이었다. 나는 철사와 풍선을 활용하여 이러한 상승하는 나선의 흐름을 시각화하였고, 공간과 동선이 서로 분리되지 않은 채 회전하며 위로 이어지는 연속적 관계로 드러나도록 표현하였다.
4. 선의 환원: 모든 것을 선으로 추상화하다
과정의 궁극적 단계에서는 모든 요소를 ‘선’으로 환원하였다. 원형 철사와 실은 각 방의 볼륨을 원뿔 형태로 상징하였고, 나선형 철사는 인간의 동선을 나타냈다. 이처럼 점·면·체가 사라지고, 오로지 선만 남았음에도 그 속에는 건축적 경험의 본질이 여전히 살아 있었다. 상단에 배치된 뒤집힌 원뿔 형태의 철망은 뷰하우스의 핵심적인 동선 장치인 2층에서 테라스로 이어지는 외부 계단을 상징한다. 이 계단은 회전하며 상승하는 과정 속에서 사용자가 시선을 돌릴 때마다 달라지는 풍경을 마주하게 한다. 따라서 나는 이 계단을 원형으로 환원하여 추상화했고, 선으로만 이루어진 구조 속에서도 ‘움직임이 열어주는 다층적 풍경’이라는 뷰하우스의 본질적 특성이 드러나도록 하였다. 이는 곧 건축을 물리적 형태의 총합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와 흐름의 구조로 이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작업이었다.
5. 풍경의 추상화: 뷰하우스의 본질을 드러내다
뷰하우스는 무엇보다도 ‘뷰(View)’를 중심으로 한 건축이다. 따라서 외부 풍경을 추상화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나는 철망을 공중에 매달아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시선을 표현했다. 철망은 색을 입혀 각각의 환경을 상징한다. 초록은 숲, 회색은 도시, 파랑은 바다를 의미하며, 빨강은 자연과 인공 사이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존재와 감정을 상징한다. 철망은 공중에 떠 있으면서도 미세하게 흔들리는데, 이는 풍경이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시선과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가변적 경험임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