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use in Moledo는 포르투갈 북부 해안 마을에 위치한 주택입니다. 이 건축물의 특징은 주변 경사 지형과 농경지의 흔적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설계되었다는 점입니다. 즉, 인위적으로 땅을 깎거나 평탄화하지 않고, 원래의 지형을 수용한 상태에서 건물이 얹혀 있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건물의 일부는 돌벽 위에 자리 잡고, 일부는 흙으로 덮여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건축물이 풍경 속으로 사라지듯이 보이고, 가까이서 보면 땅과 건축의 경계가 모호하게 느껴집니다. 저는 여기서 건축이 땅에 스며드는 순간을 키워드로 잡고자 하였습니다.
제가 추상화하고자 한 특징은 자연과 건축이 맞닿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흐름이었습니다. 건축은 땅 위에 놓인 인공물이지만, 동시에 땅속으로 스며드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경사 지형과 돌벽, 흙이 건축을 감싸고, 건축은 이러한 자연요소에 자연스럽게 존재합니다. 저의 추상화 과정은 자연과 건축의 경계가 사라진다는 특징에서 시작했습니다. 저는 건축과 자연이 단절되는 모습이 아니라, 점차 서로 닮아가는 것을 표현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건축물이 자연과 어떻게 동화되는가?”라는 고민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답을 흐름과 과정으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저는 건축을 하나의 완성되어 고정된 형태로 보기보단, 과정 속의 존재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건축이 땅 위에 고정된다기보다, 땅과 오랜 시간에 걸쳐 동화된다는 관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제 추상화는 정지된 모형이 아닌, 마치 자연 속에서 흘러가고 있는 변화의 장면을 잘라낸 듯한 표현을 지향하고자 하였습니다.
이러한 저의 생각을 표현할 때 무슨 재료가 좋을지 고민하다가 클레이를 사용해보면서 경직되어있는 제 생각을 부드럽게 만들어 다양한 아이디어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클레이는 형태를 단단하게 고정하기 전에 여러 번 만져 변형할 수 있기 때문에, 건축이 땅에 스며드는 과정을 표현하는 데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도 클레이를 쌓고 흘러내리게하면서 흐름이라는 개념을 직접적으로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클레이를 흘러내리듯 배치하거나, 일부를 손으로 깎아내어 움직이는 듯한 질감을 표현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건축이 땅 위에 고정된 덩어리가 아니라, 마치 자연의 일부처럼 점차 변화하는 존재라는 느낌을 살릴 수 있었습니다.
저는 또한, 대지의 단면의 특징을 추가하고자 하였는데, 옆에서 바라본 대지의 단면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모형을 만들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의 대지는 단순한 평면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 속에서 쌓이고 다져진 돌, 흙, 자갈 등의 다양한 물질이 층을 이루며 형성된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특징을 추상화에 포함시키면 더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최종적으로 완성된 모형은 House in Moledo에서 나타나는 지형과 건축의 유기적인 관계를 시각적으로 추상화한 결과물입니다. 건축이 자연과 조화롭게 동화되어 스며드는 방식을 모형의 형태와 레이어를 통해 표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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