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 4 '몸과 공간'은 단순한 건축적 산출물의 제시에 그치지 않고, 몸으로 경험하는 공간에 대한 감각적 사고를 중심으로 전개된 설계 과제였다. 이 프로젝트는 배봉산 숲속 도서관 인근의 실제 장소를 지정하고, 해당 사이트에 부합하는 자신만의 독서 공간을 구상하는 것을 핵심 목표로 하였다. 우리 스튜디오는 이 과제를 단지 '공간을 설계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장소를 읽고 해석하며, 그 안에 건축을 적절히 배치하는 행위로 접근하고자 하였으며, 이에 따라 스튜디오 전원이 배봉산 숲 인근으로 현장 답사를 다녀와 각자의 설계 기반이 될 사이트를 탐색하는 것으로 과제를 시작하였다.
그러나 나는 과제 3을 막 마친 시점에서 이 과제에 임하게 되었고, 공간 컨셉과 스케일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부족했던 탓에, 초기 현장 방문에서 사이트를 명확히 설정하지 못한 채 막연한 상태로 돌아와야 했다. 이로 인해 단순히 감각적으로 인상적인 장소를 고르는 것이 아닌, '내가 설계하려는 공간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었다. 나는 이 과제를 단순히 정해진 형식에 기능을 끼워 맞추는 작업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건축을 통해 내가 무엇을 해결하고자 하는지, 그리고 지금 이 숲에 정말 필요한 공간은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는 계기로 삼았다.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처음 내가 주목하게 된 것은, 오히려 배봉산 숲속 도서관이 이미 너무도 잘 계획된 건축이라는 사실이었다. 나는 그 건축물이 지닌 세밀한 동선 구성과 물성의 조화, 주변 환경과의 유기적 관계에 깊은 인상을 받았으며, 그것을 개선해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았다. 그러나 숲속 도서관이라는 명칭에 비해, 실제로는 도서관이 대로변에 인접해 있다는 점이 조금은 아쉬운 인상을 주었고, 이는 내가 공간을 제안하는 데 있어 중요한 단서로 작용하였다. 즉, 사람들은 이 도서관을 방문하며 '숲속에서 책을 읽는 경험'을 기대하지만, 물리적 위치나 공간 배치는 그 기대와는 다소 거리감이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나로 하여금, 도서관이라는 구조물 바깥, 보다 깊은 숲 내부로 진입한 위치에 독립된 독서 공간을 제안하는 방향으로 사고를 확장하게 했다. 나는 그것을 단순한 '부속 시설'이 아니라, 숲이라는 장소성과 독서라는 행위가 만나 만들어낼 수 있는 몸과 공간의 밀도 높은 교차점으로 이해하고자 하였다. 이로써 과제 4는 나에게 장소를 선택하고 그 안에 프로그램을 투영하는 행위 그 자체를, '건축이 출발하는 지점'으로 새롭게 인식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두 번째로 내가 깊이 있게 고민한 지점은, 이 공간이 어디까지나 '나의 독서 공간'이라는 점에서 출발한 사용자 중심 설계였다. 단지 형태나 구조를 계획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대한 자기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자각은, 설계 초기부터 공간의 성격과 배치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방향성을 결정짓는 기준이 되었다. 나는 독서를 수행하는 나만의 습관, 집중이 잘 되는 환경, 감각적 취향에 대한 구체적인 고찰을 통해, 무엇이 나에게 적합한 공간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나는 평소 독서실과 같이 폐쇄적이고 밀실에 가까운 공간에서는 오히려 집중력이 분산되거나 압박감을 느끼는 편이다. 반면, 적절히 여유가 있고, 시야가 트이며, 주변 풍경과 소통할 수 있는 개방된 장소에서 독서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체감해왔다. 공공 도서관의 높은 천장, 자연광이 드는 대형 창가, 혹은 공원 벤치와 같은 일상의 열린 공간들이 바로 그러한 예시였다. 이러한 공간적 기호는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건축이 어떻게 사용자의 감각적 리듬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실질적 통찰로 이어졌다.
이러한 맥락에서 나는 독서 공간을 하나의 '부스'처럼 폐쇄된 구조로 인식하기보다는, 풍경을 끌어안고 공간을 확장하는 개방형 구조로 계획하고자 했다. 이는 곧 '건물'이 아닌 '공간'을 짓는 태도였고, 시각적 프레임을 통해 자연을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숲의 흐름과 조화를 이루는 경계의 유연성을 고려한 결과였다. 여기서 말하는 '개방성'은 단순히 벽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건축이 물리적 구조를 통해 시각, 청각, 촉각의 흐름을 어떻게 통제하고 해방시키는가에 대한 정교한 설계적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을 내포한다.
따라서 사이트 선정 역시 나의 공간 경험과 긴밀하게 연결된 논리적 귀결이었다. 단순히 지형이 평평하거나 접근성이 좋은 곳보다는, 시선이 확장되고 공간적 여백이 존재하는 장소, 즉 숲의 깊은 흐름 속에서도 갑작스럽게 탁 트인 시야를 제공하는 완만한 평지에 주목하게 되었다. 이곳은 그 자체로 독립된 조망권을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기존 도서관과 일정한 거리감을 유지하면서도 심리적 연속성을 갖는 장소로서 건축적 잠재력을 내포하고 있었다. 나는 이러한 공간에서 독서라는 행위가 단순한 정보의 수집을 넘어, 몸과 장소, 자연이 교차하는 하나의 감각적 사건으로 작동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보게 되었다.
세 번째로 깊이 있게 고민한 지점은, 내가 설계한 건축물이 해당 장소와 맺는 관계, 더 나아가 그것이 주변 환경에 긍정적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가에 관한 문제였다. 나에게 있어 '공간을 짓는 행위'는 단순히 형태를 부여하고 프로그램을 삽입하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기존의 장소가 지닌 의미와 기능을 면밀히 해석한 후, 그 공간이 이전보다 더 나은 상태로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어야 한다. 다시 말해, 건축은 공간을 점유하거나 소유하는 방식이 아니라, 환경과 공존하며 그 질적 총량을 향상시키는 도구로 기능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기본적 입장이었다.
이러한 철학은 자연스럽게 사이트 선정과 분석의 중요성으로 이어졌다. 나는 아무리 좋은 설계 개념이라도, 그것이 들어가는 장소의 맥락을 왜곡하거나, 그 자리가 본래 수행하던 기능을 침해한다면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과제 4에서 사이트를 선정하는 과정은 나에게 단순한 기술적 절차가 아니라, 윤리적 판단과 건축적 책임이 결합된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이었다.
실제로 배봉산의 여러 장소를 답사하면서 나는 여러 차례 '이곳에 건물을 세워도 되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했다. 숲의 자연적 흐름을 방해하거나, 이미 충분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휴게 공간을 대체하는 방식의 건축은 내가 추구하는 방향이 아니었다. 나의 설계가 환경에 대한 감성적 공감과 생태적 책임 위에서 출발해야 한다면, 그 시작점은 곧 '비워야 할 곳'과 '채워야 할 곳'을 구분할 줄 아는 공간적 윤리 감각에서 비롯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나는 기존의 기능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공간적으로는 확장성을 확보할 수 있는 중립적 여백, 즉 숲의 흐름 속에서 상대적으로 비워진 채 존재하는 평지 공간을 선택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사유 과정을 바탕으로, 나는 다시 한번 배봉산 숲속 도서관을 직접 찾아가 현장 답사를 진행하기로 결심하였다. 적절한 사이트를 찾기 위한 이 두 번째 방문은 단순한 장소 확인의 차원을 넘어, 공간이 지닌 잠재적 가능성과 비워진 자리를 읽어내는 감각적 훈련에 가까운 경험이었다. 처음 도서관 주변을 둘러보았을 때는, 내가 상상하던 조건을 충족하는 명확한 부지를 발견할 수 없었다. 비교적 평탄한 지형이었던 놀이터 부근은 이상적으로 보였지만, 그 공간은 이미 다수의 사람들이 활발히 이용하고 있는 활기찬 커뮤니티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었기에, 해당 자리에 새로운 건축을 세우는 것은 내게 윤리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후 나는 혹시라도 산을 따라 올라가면 넓고 조용한 평지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고 탐색을 이어갔다. 그러나 실제로 산을 오르며 마주한 풍경은 예상과 달리 경사각이 상당히 가팔랐고, 접근성은 물론, 건축 가능성을 갖춘 지형을 찾는 것 또한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리게 되었다. 그렇게 한차례 헛수고를 겪고 다시 도서관 주변으로 돌아오던 중, 나는 놀이터에서 살짝 벗어난 자리에 위치한 넓은 평지 공간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공간은 첫인상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길게 이어진 벤치와 간단한 간식을 즐기거나 짧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가 마련되어 있었지만, 오랜 시간 방치된 탓에 더럽고 관리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었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흔적은 오히려 이 공간이 새로운 용도와 활력을 통해 재생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녔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나는 이 장소에 서 있는 순간, "바로 이곳이다"라는 직관적인 확신을 가지게 되었고, 곧바로 이곳을 설계의 출발점으로 삼기로 결심하였다.
내가 구상한 건축 개념은, 배봉산 숲속 도서관이 지닌 맥락을 참조하면서도 독자적인 프로그램을 담는 복합적 성격의 소규모 공공 건축이었다. 나는 이 공간을 단지 나만의 독서 공간으로 제한하지 않고, 그 장소의 본래 의미였던 커뮤니티적 기능을 회복하고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에 따라 1층에는 보다 집중도 높은 독서를 위한 개별적 부스 공간을 배치하고, 2층에는 루프탑의 형식을 빌려 사람들이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머무르고 교류할 수 있는 개방형 커뮤니티 공간을 계획하였다. 이러한 이중적 구조는 사용자의 행위에 따라 공간을 선택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며, 결과적으로 독립성과 공동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복합적 공간 구성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내가 구상하고 구현한 최종 모형과 도면이다. 설계 초기 단계부터 나는 독서 행위가 단순한 정보 습득을 넘어, 자연과 감각적으로 접속하는 몰입의 경험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을 상상하였다. 이러한 개념은 1층의 '독서 부스(Reading Booth for Contemplation)'에 가장 선명하게 반영되었다. 독서 공간은 완전히 폐쇄되지 않은 출입구를 갖추고 있어, 사용자가 숲의 기운을 온전히 느끼되, 날씨나 바람 등의 외부 요인으로부터는 물리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절제된 개방성을 구현하고자 하였다. 이때 전면에 설치된 통유리 파사드는 시선의 흐름을 가로막지 않으면서도 실내 환경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건축물의 1층 매스를 지면에서 들어 올리는 구조로 계획한 이유는 단지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만은 아니었다. 이는 사용자가 독서 공간으로 진입할 때 약간의 고도 차이를 체감하게 하여, 기존의 외부 환경과는 심리적으로 구별되는 독립적 분위기와 집중감을 조성하고자 한 의도적인 장치였다. 마치 숲의 언저리에서 살짝 떠 있는 관찰자처럼, 이 공간은 외부와의 연결을 유지하면서도 사용자의 내면적 몰입을 유도하는 장소로 기능하도록 설계되었다.
이러한 '띄움'의 제스처는 물리적인 경계 설정뿐 아니라, 장소성과 인지감각 사이의 건축적 거리두기를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바닥과의 완전한 밀착을 피함으로써, 공간은 일상적인 수평 흐름으로부터 살짝 분리되고, 사용자는 그 안에서 장소를 재구성하는 감각적 경험을 누리게 된다. 결국 이 독서 부스는 단순히 책을 읽는 물리적 공간이 아닌, 몸과 공간이 자연을 매개로 만나며 생성되는 내면의 장으로 기능한다.
내가 선택한 사이트는 단순히 정적인 휴게 공간이 아니라, 배봉산 숲속 도서관과 인근 숲길을 연결하는 주요 동선 상에 위치한 통로의 성격도 지니고 있었다. 이러한 장소적 특수성은 건축물이 단지 독서 공간으로 기능하는 것을 넘어, 동선의 흐름을 고려한 공공적 유연성을 수용해야 한다는 과제를 제시하였다. 만약 이 부지 위에 건물을 무리하게 밀도 높게 배치하게 된다면, 자칫 사람들의 흐름을 단절시키고 기존 공간이 지닌 개방성과 순환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나는 건축물의 2층것이 바로 내가 구상하고 구현한 최종 모형이다. 설계 초기 단계부터 나는 독서 행위가 단순한 정보 습득을 넘어, 자연과 감각적으로 접속하는 몰입의 경험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을 상상하였다. 이러한 개념은 1층의 '독서 부스(Reading Booth for Contemplation)'에 가장 선명하게 반영되었다. 독서 공간은 완전히 폐쇄되지 않은 출입구를 갖추고 있어, 사용자가 숲의 기운을 온전히 느끼되, 날씨나 바람 등의 외부 요인으로부터는 물리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절제된 개방성을 구현하고자 하였다. 이때 전면에 설치된 통유리 파사드는 시선의 흐름을 가로막지 않으면서도 실내 환경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건축물의 1층 매스를 지면에서 들어 올리는 구조로 계획한 이유는 단지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만은 아니었다. 이는 사용자가 독서 공간으로 진입할 때 약간의 고도 차이를 체감하게 하여, 기존의 외부 환경과는 심리적으로 구별되는 독립적 분위기와 집중감을 조성하고자 한 의도적인 장치였다. 마치 숲의 언저리에서 살짝 떠 있는 관찰자처럼, 이 공간은 외부와의 연결을 유지하면서도 사용자의 내면적 몰입을 유도하는 장소로 기능하도록 설계되었다.
이러한 '띄움'의 제스처는 물리적인 경계 설정뿐 아니라, 장소성과 인지감각 사이의 건축적 거리두기를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바닥과의 완전한 밀착을 피함으로써, 공간은 일상적인 수평 흐름으로부터 살짝 분리되고, 사용자는 그 안에서 장소를 재구성하는 감각적 경험을 누리게 된다. 결국 이 독서 부스는 단순히 책을 읽는 물리적 공간이 아닌, 몸과 공간이 자연을 매개로 만나며 생성되는 내면의 장으로 기능한다.
내가 선택한 사이트는 단순히 정적인 휴게 공간이 아니라, 배봉산 숲속 도서관과 인근 숲길을 연결하는 주요 동선 상에 위치한 통로의 성격도 지니고 있었다. 이러한 장소적 특수성은 건축물이 단지 독서 공간으로 기능하는 것을 넘어, 동선의 흐름을 고려한 공공적 유연성을 수용해야 한다는 과제를 제시하였다. 만약 이 부지 위에 건물을 무리하게 밀도 높게 배치하게 된다면, 자칫 사람들의 흐름을 단절시키고 기존 공간이 지닌 개방성과 순환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나는 건축물의 2층 슬라브를 지면에서 띄운 '필로티 구조'로 설계하기로 결정하였다. 필로티는 르 코르뷔지에가 제시한 현대 건축의 다섯 원칙 중 하나로, 건축과 대지 사이의 직접적인 접촉을 최소화하고, 지상의 자유로운 활용을 가능케 하는 구조적 전략이다. 나의 설계에서는 이 구조를 통해 보행 흐름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그늘 아래에서 잠시 머무를 수 있는 완충 공간을 제공하고자 하였다.
결과적으로 이 필로티 구조는 단지 구조적 수단을 넘어, 공공성과 사적 몰입의 경계에 서 있는 전이 공간으로 기능한다. 위로는 커뮤니티 루프탑이, 아래로는 산책자의 발걸음과 햇살이 흐르는 이 구성은, 수직적 레이어링을 통해 공간을 다층적으로 사용하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공간을 단순히 '쌓는 것'이 아니라, 지형과 사용자 흐름을 존중하며 건축적으로 '비우는 방식'으로 조율한 설계적 응답이었다.
사실상 필로티 구조를 채택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넓은 2층 커뮤니티 공간을 무리 없이 확보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이 사이트에 커뮤니티 공간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면적과 개방성이 확보되어야 했으며, 동시에 지면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구조적 해결책이 필요했다.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방식이 바로 필로티였다. 필로티 구조는 기둥을 통한 하중 지지로 하부를 비우면서도 상부에 넓은 매스를 얹을 수 있는 합리적인 구조적 방식이었고, 이로써 보행 동선, 일시적 체류, 상부 프로그램 수용이라는 세 가지 기능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었다.
2층에 계획된 커뮤니티 공간은 단순한 휴게 장소를 넘어, 이 사이트가 본래 갖고 있었던 커뮤니티적 성격을 재해석하고 재활성화하려는 시도였다. 나는 이 공간을 단순한 '옥상'이 아니라, 열린 대화와 비일상적 만남이 이루어지는 숲 속의 작은 광장처럼 기능하기를 바랐다. 이를 위해 2층 공간은 건축적 외피를 최소화하고, 시야를 열어주는 유리 난간을 통해 주변 자연 경관을 능동적으로 끌어안는 구조로 설계되었다.
이처럼 상부에 배치된 커뮤니티 공간은 아래층의 독립적 독서 부스와는 대비적으로, 확장된 시선과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적 개방성'을 구현하고자 하였다. 위층과 아래층의 프로그램은 성격은 다르지만, 서로 간섭하지 않고 오히려 보완적으로 작동하는 이중 구조를 통해, 사용자의 행위에 따라 공간의 선택과 흐름이 유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계획되었다.
이번 과제 4, '몸과 공간'은 단순히 물리적인 구조물을 설계하는 작업을 넘어, 공간이라는 매체를 통해 인간의 행위와 감각, 그리고 장소의 맥락을 어떻게 직조해낼 수 있을지를 탐구하는 밀도 높은 실험이었다. 단순히 책을 읽기 위한 장소를 넘어서, 독서라는 행위를 둘러싼 감성적 환경과 사회적 상호작용의 가능성을 공간으로 구체화하는 과정은 나에게 있어 설계라는 행위가 단지 형태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삶의 장면을 상상하고 조직하는 철학적 사고의 확장임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다. 특히, 과제 3을 통해 축적한 공간 해석의 감각은 이번 과제 4에서 실제 설계로 이어지며, 해석과 창작 사이의 긴밀한 연결고리를 몸으로 체득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이번 과제를 수행하며 나는 사이트의 존중, 사용자의 경험, 구조적 해법, 공간적 감성이라는 요소들이 결코 분리된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얽혀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독립성과 개방성, 사적 몰입과 공동체적 소통이라는 이질적인 프로그램을 한 건축 안에서 조화롭게 구현하려는 시도는 결코 쉽지 않았지만, 그 과정에서 경험한 수많은 시행착오와 관찰, 판단, 결정의 순간들은 건축적 사고의 근육을 길러주는 값진 훈련이 되었다.
앞으로도 나는 공간을 설계할 때, 그저 기능을 충족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들의 몸과 움직임, 감각과 관계가 살아 숨 쉬는 풍부한 장면들을 담아낼 수 있는 건축을 꿈꾸고 싶다. 이번 과제 4는 그러한 나의 건축 여정에서 분명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고, 앞으로의 설계에서도 나만의 시선과 목소리를 담아내는 출발점으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