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배봉산 숲속 도서관을 답사했을 때, 나는 도서관 내부를 찬찬히 둘러보며 가구나 구조물 하나하나의 크기를 자로 직접 재어보았다. 단순히 눈으로 보는 것과는 달리, 손으로 치수를 재어보니 공간의 너비나 높이, 가구 간의 간격 같은 것들이 훨씬 구체적으로 다가왔고, 자연스럽게 공간에 대한 감각도 조금씩 익혀졌다. 이후에는 도서관 외부로 나가 건물의 전체적인 치수를 측정해 보았는데, 그렇게 하면서 도서관이 생각보다 크고 넓다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단순히 수치로서의 크기가 아니라, 실제 거리감을 체험하면서 공간을 더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된 것이다. 또 주변을 천천히 걸으며 도서관이 어떻게 자연과 어우러져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숲과의 경계가 날카롭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도서관이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주변 환경과 어울려 조화롭게 자리 잡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도면을 손으로 직접 작도해보는 과정을 통해 도면이라는 것이 단순한 선들의 집합이 아니라, 공간을 표현하는 하나의 언어라는 것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어떤 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헷갈렸지만, 반복해서 선을 긋고 수정하는 과정 속에서 굵은 선과 얇은 선이 각기 다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익혔다. 굵은 선은 주로 벽이나 구조물을, 얇은 선은 가구나 내부 구성 요소들을 나타낸다는 식으로 선의 사용에 규칙이 있다는 것을 몸으로 체득하게 된 것이다. 또한 창문, 문, 가구와 같은 요소들이 도면 위에서는 어떻게 표현되는지도 하나하나 배워 나갔다. 처음엔 단순한 기호처럼 보였던 것들이 점차 익숙해지면서 도면을 읽는 눈이 조금은 생긴 듯했다. 이후에는 직접 그린 도면을 바탕으로 모형을 제작하는 과정에 들어갔는데, 이때 도면 속의 선들이 실제 공간으로 어떻게 변하는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종이 위의 선이 입체로 바뀌면서 도면과 공간 사이의 관계를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고, 머릿속에 있던 추상적인 이해가 구체적인 감각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바탕으로 작업의 스케일을 1:1로 확장해 나가면서, 이전에는 단순한 선으로만 표현되었던 요소들이 실제로 어떤 재료로 구성되어 있는지를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도면 상에서는 선 하나로 표시되던 벽이 실제로는 단열재, 콘크리트, 벽돌 등의 다양한 층으로 구성되어 있고, 창문 또한 단순한 개구부가 아니라 프레임, 유리, 창틀 등 여러 요소가 결합된 복잡한 구조라는 사실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이처럼 스케일이 커질수록 건축의 물리적인 구성과 세부적인 디테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도면에서 보이지 않던 부분들까지 인식의 범위가 확장되었다. 나아가 실제 건축물과 도면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보며, 도면이 어떻게 공간을 계획하고 구현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분석해볼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단순히 도면을 그리는 것에서 나아가, 건축이 어떤 구조적 원리를 바탕으로 현실화되는지를 보다 깊이 있게 탐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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