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봉산 숲 도서관은 배봉산 자락에 위치한 지역 주민을 위한 소규모 공공 도서관으로 자연과의 공존을 건축적 주제로 삼고 있다. 설계자는 단순한 시설 공급이 아닌, 자연 속 일상의 연장을 목표로 대지의 지형, 숲의 흐름, 이용자의 보행 동선 까지 세심히 고려했다.
배포된 CAD도면을 분석하고 직접 도서관에 방문해 가구의 치수, 가구의 위치, 지붕의 모양, 벽면 등을 직접 관찰해보았다. 도면상에서도 보이듯이 건물은 경사 지형을 따라 자연스럽게 배치되고, 주요 진입부와 연결된 보행 동선은 마치 숲속 산책로처럼 완만한 경사로 이어진다. 특히 경사로가 단차를 해소하는 기능적 역할 뿐 아니라, 숲과 건축물 사이의 경계가 없는 경험을 제공하는 장치로 작동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방문 했을 때 가장 먼저 창 밖을 바라보고 있는 의자에 앉아 보았다. 그 의자에 앉으면서 든 생각이 실내 공간에 있는 생각이 들지 않고 숲속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 앞에 큰 나무들이 모여 있어 마음이 편안해져갔다.
직접 손으로 작도한 평면도와 입면도에서는 공간의 스케일과 비례, 동선의 흐름을 구체적으로 체감했다. 1층 주 출입구를 통해 진입하면, 개방형 열람공간과 도서카운터가 배치되어 이용자와의 자연스러운 소통을 유도한다. 이어지는 경사로와 데크는 숲속 풍경을 실내 공간으로 확장시키며, 단순한 서가 공간을 체험적 공간으로서의 도서관을 완성한다.
특히 기억에 남는 과정은 조별로 구간을 나눠서 진행한 1:1도면 작업이었다. 총 4개 조가 각기 다른 구간을 맡아 대형 도면을 바닥에 테이프를 이용해 작도 했는데, 각 조별로 수치를 가준 삼는 방식이나 단위 해석이 조금씩 달라 처음 맞춰 붙였을 때 도면의 선이 어긋나는 문제가 발생했다. 양쪽에서 선을 이었을 때 오차도 생기는 등 서로 작업 방식이 달랐던 만큼, 조별 간의 소통 부족으로 인해 갈등이 생기기도 했다.
“여기서 부터 맞추는 거 아니었냐”, “수치가 이쪽 조랑 안 맞는데 어떻게 할 거냐”는 식으로 의견이 충돌했지만, 결국 기준점을 재설정하고 축선을 이용하여 치수를 측정하는 과정을 거치며 조율해냈다. 이 경험을 통해 도면의 수치 정확성 뿐만 아니라 협업과 소통의 중요성을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조별 활동으로 진행한 30:1스케일 모형제작 또한 의미있는 과정이었다. 도면상으로 지형의 높낮이와 지붕의 넓이 등 여러 가지 정보를 얻어 만들었다. 외부와 내부 동선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구현하며 공간적 이해를 확장할 수 있었다. 우드락의 재료적 한계로 인해 세밀한 표현은 어려웠지만, 오히려 전체적인 공간 구조를 명확히 인지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특히 경사진 대지 위에 건물이 어떻게 자연스럽게 얹혀 있는지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대지와 건축의 관계성을 체감했다.
이러한 작도, 모형 제작, 현장 답사의 과정을 거치며 배봉산숲도서관은 규모를 넘어 공공건축이 지녀야 할 본질적 가치를 보여 준다는 것 을 느꼈다. 자연과의 공존, 이용자 중심의 공간경험이라는 설계자의 의도는 도면 해석을 넘어 실재하는 공간으로서 명확히 이해되었고, 그 과정에서 나역시 건축적 시각이 한층 성장했음을 느꼈다.
출처: 서울시 공공건축물 디자인 가이드라인 (https://opengov.seoul.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