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공간을 만들기에 앞서, 먼저 ‘책을 읽는다는 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보았다. 나에게 독서란 단순히 텍스트를 읽는 행위가 아니라, 생각을 정리하고 쉬며, 사회의 여러 소음으로부터 멀어지는 휴식의 행위이다. 따라서 나는 이 공간을 사회적 소음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 그리고 사회생활에 지친 사람들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공간의 위치를 고민하면서, 지상은 지나치게 많은 소음이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나는 지붕 위, 즉 사회에서 한 걸음 떨어진 위쪽을 선택했다. 이 공간은 자연과 더 가까이 맞닿아 있으면서, 동시에 사회와는 물리적, 심리적으로 거리를 둔 공간임을 의미했다.
기존의 ‘배봉산 숲속 도서관’도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좋은 사례였지만, 나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연에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지붕 옆 나무 한 그루를 중심으로 테라스를 조성했다. 이 공간은 외부 계단을 통해 진입하도록 설계했다. 이는 내부로 들어가기 전, ‘매개 공간’이라는 중간 단계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공간의 경험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길 바랬다. 계단을 오르며 점점 멀어지는 지상, 가까워지는 나무들과 나무 한그루의 줄기를 통해 사용자는 자연스럽게 일상에서 벗어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
테라스에 도달하면, 멀어진 지상과 가까워진 자연, 그 사이 어딘가에서 책을 읽을 수 있다. 책장에서 책을 골라 난간에 기대어 밖을 보며 읽을 수 있다. 또 사용자는 이곳에서 나무 한그루의 가지와 잎을 경험할 수 있다.
내부 공간에 들어가면, 그곳엔 오직 나와 자연만이 존재한다. 그리고 다시 지상으로 돌아갈때, 뒤에 뚫린 긴 창을 통해 도시의 건물들이 보이도록 설계했다. 이는 다시 사회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며, 일종의 ‘현자타임’을 유도한다. 이렇게 나는 사회적 소음으로부터 잠시 멀어져, 자연 속에서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책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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