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와 도면을 통한 건축의 이해
건축물은 단순한 외형을 넘어, 건축가의 사유를 담아내는 하나의 선언이다. 최근 여러 건축물(배봉산숲속도서관, 서소문성지, 윤동주 문확관 etc.)을 답사하고 느낀 점은 건축물의 외관 형태도 사용자에게 중요한 요소로서 다가오지만, 사용자의 이동 동선을 고려하면서 예술 작품처럼 ‘무엇’을 사용자로 하게끔 느끼게 할 것인지가 건축물을 더 다채롭고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배봉산 숲속 도서관은 사용자의 산책에서 연장선으로서 기능하도록 쉼터의 양상을 띄고, 서소문성지의 ‘콘솔레이션홀 - 하늘광장 - 하늘길’ 동선은 순례의 서사를 어렴풋이 느끼고 체험할 수 있게하고, 윤동주 문학관의 열린우물과 닫힌우물은 윤동주 시인의 시와 일생을 은유적으로 형상화한다. 즉, 사용자의 경험을 예측하면서 설계를 진행하고 특정 재료를 통하여 그것을 효과적으로 구현해내는 것이 인상적인 건축물의 특징이라고 생각했다.
배봉산 숲속 도서관의 경우 철근콘크리트 구조를 이용했지만 벽돌을 사용하여 외관의 특징을 만들어냈다. 이는 산책의 연장선이라는 건축가의 의도에 맞게 자연과 잘 어우러지도록 콘크리트를 노출하는 대신 벽돌을 사용한 것이다. 서소문성지의 콘솔레이션홀에서는 회색 돌을 통해 경건한 분위기를 자아냈고, 윤슬에서는 스테인리스 스틸을 통해 잔물결을 표현했다. 피터 줌터가 “건물을 구상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재료다. 건축은 공간과 재료에 관한 것이다”(1)라고 말했듯이, 재료는 건축물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1:1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했던 ’답사를 통한 실제 공간 경험 - 실제 공간에서 100:1 도면으로의 축소 - 100:1 도면에서 1:1 도면으로의 확대’라는 일련의 과정은 공간의 디테일을 점층적으로 인식하고 공간의 구성을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던 흐름이었다. 답사를 했을 때에는 포착하지 못했던 공간의 구성의 디테일은 도면에서 알아차릴 수 있었고, 100:1 도면을 그리면서도 눈치채지 못한 ‘왜 공간 구성을 이렇게 했는가’와 같은 설계 이유는 1:1 도면을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과제 3을 통해서 건축물을 설계하면서 고려해야할 점과 공간의 의미, 도면의 도구적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다. 결국, 건축물은 물리적 구조에 국한되지 않고 인간의 경험을 구성하는 건축가의 선언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답사와 도면작업은 그 사실을 체득하게 해준 여정이었다.
(1) 로빈 포그레빈 인터뷰 “Pritzker Prize Goes to Peter Zumthor”, The New York Times, 2009-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