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건물을 볼 때 도면을 접할 일은 많이 없기도 하고 도면이 있더라도 그리 유심히 볼 기회는 없었는데 이번 손으로 도면을 작도하는 과제를 통해 처음으로 건물과 도면을 함께 눈으로 담을 수 있었다. 이론적으로 알고 있던 평면도와 단면도를 직접 손으로 또 도서관을 답사하며 몸으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도면 작도를 마치고 같은 설계실의 학우들과 1:30 모형을 만들었다. 처음 시작할 때 모형 제작을 위한 입면 도면을 작성하고 폼보드를 잘라 붙였다. 그 다음 가구를 만들어 마무리했다. 모형을 제작하며 학우들끼리 의견을 공유하며 여러 모형 제작 방법을 탐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 다음으로는 실제 크기로 바닥에 도면을 그리는 1:1 작도를 했다. 크기가 크고 팽팽하게 늘려 놓았던 천이 느슨하게 풀어짐에 따라 붙여 놓은 테이프 선이 휘어 정교하게 만들기 어려웠다. 그 때 교수님들께서 실무 현장에서도 기온에 따른 측정 차이도 생기고 거푸집에 콘크리트를 부어도 완전 정교하게 맞기는 힘들다고 말씀해 주셔서 다행이었다. 그리고 현장에서 완벽하게 시공할 수 없기에 도면을 작성할 때에도 두 독립적인 물체를 조금은 띄워서 배치해야 시공에 좋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 과제를 통해서 내 손 안에서의 아이디어와 도면에서 나아가 실시에 관한 내용을 탐구할 수 있었다.
동시에, 다양한 건물들을 답사하기 위해 서울 곳곳을 돌아다녔다. 가장 먼저 윤동주문학관을 지나 인왕산숲속쉼터로 갔다. 비가 와서 어둑한 분위기에 쉼터는 더욱 밝아 보였다. 안에서 밖을 바라봤을 때 아늑한 분위기와 나무 사이 깔린 짙은 안개가 환상적이고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답답함 없는 나무로 된 내부 공간과 건물 외벽의 통창이 자연과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어 멍하니 바깥을 쳐다보며 휴식을 취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토머스 헤더윅은 ‘감정은 중요한 기능이다(human emotion is a critical function)’ 라고 표현한다.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말인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를 비판하며 더 인간다운 건축이 필요함을 주장하는 말이다. 윤동주문학관과 인왕산 숲속 쉼터, 윤슬,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에서도 내가 느꼈던 것은 단지 기능적인 감상이 아니라 인간적인 감정이었다. 그곳에서 나는 편안하고 긍정적인 감정들과 함께 공간에 대한 기억을 남겼다.
[참고자료] Thomas Heatherwick, Humanise, Penguin Books,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