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 3을 시작하기 전에, 너무 어렵고 복잡하게 받아들이기보다는 공간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받아들이는 것에 집중해보기로 했다. 가장 먼저 진행한 과제는 배봉산 숲속 도서관 답사였다. 도면을 그리고 모형을 만들기 전에, 도서관을 직접 찾아가 치수를 재고 공간을 관찰하는 것이었다. 도면으로만 봤을때에는 알지 못할 그 공간이 주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또, 교수님께 받은 도면이 실제 도면보다 생략된 부분이 많다는 설명을 듣고, 하나의 건축물을 완성하기까지는 보이는 것 이상의 복잡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또 이소진 건축가님이 서관의 위치를 정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노후 공원관리사무소, 건강관리실 및 화장실을 철거한 후 도서관과 함께 하나의 건물로 통합 설계할 것을 제안했다는 사실을 고 건축가는 새로운 방안을 제안 하는 것 까지가 역할이구나 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기도했다
다음으로 손 도면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는 것 자체는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도면을 해석하는 능력은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도면에서의 표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초점을 두고 과제를 진행했다. 도면을 그리면서 주변에 나무가 굉장히 많다는 것을 보고, '숲속 도서관'이라는 이름이 확 와닿았다. 책과 숲, 도서관의 관계가 인상 깊었다. 이 과제를 진행하기 전에는 손도면을 그리는 것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 했었다. 하지만 처음 도면을 접하는 만큼, 하나하나 관찰하며 손으로 직접 그려본 경험이 도면을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첫걸음이라는 것을 느꼈다.
다음 과제는 모형 제작이었다. 공간을 입체적으로 구현해보는 것은 도서관의 구조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해주었다. 모형을 보며 “이 공간에 이런 요소가 있었구나” 하고 다시 한 번 도면을 보게 되었다. 모형을 만드는 것은 구조 간의 관계를 더 실감나게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그 다음은 건축학과 1학년 전체가 함께 진행한 1:1 도면 그리기 과제였다. 처음에는 쉬어가는 과제라고 들어 마음을 조금 놓고 시작했지만, 막상 해보니 의외로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 과제였다. 종이에 그리는 손도면이나 모형과 달리, 실제 스케일을 온몸으로 체감하면서 공간의 크기와 비례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도면을 그리며 보이는 벽돌은 외장재로 사용했다는 것과 창문의 여러 선들은 창틀, 창살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걸 새로 알게되었다. 또, 치수를 잘못 재는 실수를 반복하면서, 단순한 형태를 그리는 작업도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느꼈고, 실제 건축 현장에서는 복잡함이 얼마나 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면에는 보이지 않는 생략된 부분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도 더 커졌다. 완성된 도면을 봤을 때, 내 생각보다 공간이 작게 느껴졌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물체가 없으면 공간이 더 크게 느껴질 줄 알았지만, 물체가 없으면 더 작게 느껴진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어 기억에 남는 경험이었다.
답사 1.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첫 번째 답사 장소는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이었다. 답사를 가기 전에는 조금 귀찮다는 마음이 컸지만, "한 번은 다녀오는 게 좋다"는 교수님의 말씀에 답사를 시작했다. 첫 답사인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은 이번에 갔다 온 답사 장소 중 가장 인상 깊었다. 공간의 대부분이 어두운 분위기였고, 그런 분위기에서 나오는 오묘한 느낌이 공간을 더 기억에 남게 해주었다. 음악과 함께 영상이 나오는 미디어 홀은 음악을 통해 압도감을 더 느낄 수 있었다. 건축은 단순히 건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통해서도 색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건축과 예술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답사2. 인왕산 숲속 쉼터
산을 오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숲속 쉼터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답사를 하며 산을 오를 때는 괜히 왔나…라는 생각을 했지만, 쉼터에 도착했을 때는 사람들이 숲속 쉼터를 찾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큰 창이 나 있어 마치 자연과 하나가 된 느낌을 주었고, 그곳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자연을 느끼며 여유로운 느낌까지 주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