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면을 읽는 법조차 잘 모르는 상태에서 과제 3을 시작하게 되었다. 제공된 도면 3장을 들고 직접 배봉산 숲속 도서관을 방문하였고, 현장에서 도서관 외관과 주변 환경을 관찰하며 공간에 대한 감을 익혀갔다. 책장, 가구, 기둥, 창, 문 등의 요소를 중심으로 실측을 진행하였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도면 위에서 공간을 읽고 실제 치수로 전환하는 과정은 낯설고 어렵게 느껴졌지만, 하나씩 확인하며 조금씩 이해의 폭을 넓혀갈 수 있었다. 실측한 수치를 바탕으로 프리핸드 스케치를 진행하며, 열람실3의 구조와 가구 배치, 창호 위치 등을 직접 손으로 옮기는 과정을 통해 공간에 대한 입체적인 이해가 생겼다. 스케치는 도면과 실제 공간 사이의 간극을 좁혀주는 중요한 학습 도구가 되었다.
1:100 제도 과제를 시작했다.
도면 작업의 시작은 막막했지만, 빈 A3 용지에 먼저 공간의 위치를 설정하고 축선을 그은 뒤, 구조체부터 하나씩 그려나갔다. 얇고 굵은 다양한 선을 샤프 하나로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선의 두께를 조절하기 위해 샤프심을 교체하거나 손의 힘을 조절해보며 적절한 표현을 시도했다. 좁은 공간 안에 다양한 정보를 담아야 하는 1:100 축척 작업은 쉽지 않았지만, 손으로 직접 도면을 구성해보는 경험을 통해 도면 이해력과 표현력을 한층 키울 수 있었다.
1:1 작도에 앞서, 스튜디오별로 열람실 모형을 제작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이전 제도 작업을 통해 열람실의 구조와 구성을 충분히 파악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모형 제작에 들어가면서 그 이해가 얼마나 입체적이지 않았는지를 실감하게 되었다. 모형 제작은 직접 도면을 작성하고, 종이를 재단하여 조립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사전에 수치 계산을 바탕으로 치밀하게 도면을 그렸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조립 과정에서는 여러 차례 수정이 필요했다. 제도판 위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던 단차, 지붕의 기울기, 목구조의 복잡성, 가구 표현 등의 요소가 작업을 더욱 정밀하게 만들었고, 그만큼 제작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완성된 첫 모형을 마주했을 때, 그간의 시행착오와 고민이 떠오르며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도면을 시각적 이미지로 전환하는 과정을 통해 공간에 대한 이해가 한층 더 깊어졌고, 손을 통한 사고의 중요성을 체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마지막 1:1 과제
처음 축선을 그릴 당시에는 ‘실제 크기’라는 개념이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졌지만, 작업이 진행될수록 그 스케일이 점차 실감되었다. 반별로 분담된 영역을 작도하는 과정에서는 단순한 선 하나에도 많은 협의가 필요했다. 예를 들어, 선을 바닥 기준으로 그릴지, 윗면 기준으로 할지 등 표현 방식의 통일을 위한 논의가 필수적이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도면 해석뿐만 아니라 협업의 중요성 또한 체감할 수 있었다. 1:1 작도를 진행하면서는 단열재와 벽체 사이 간격, 벽돌 배열, 창과 벽체가 만나는 복잡한 디테일 등 실제 건축 요소들을 어떻게 도면에 반영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를 쌓을 수 있었다. 1:100 도면에서는 축척의 한계로 인해 표현이 생략되거나 단순화되어야 했던 반면, 1:1 작도는 크기상의 제약이 적어 보다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었지만, 그만큼 높은 정밀도와 통일성을 요구하였다. 특히 긴 선을 평행하게 유지하며 그리는 작업이나, 도면에 기재된 모든 요소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과정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많은 집중을 필요로 했다. 이번 작업을 통해 도면 속 ‘선’이 실제 공간의 구성 요소임을 보다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었으며, 공간에 대한 이해가 도면을 통해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배울 수 있었다.